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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

‘골프카 엔진’에서 시작한 현대정공 MK의 꿈, 20년 후 첫 해외 진출

현대위아, 중국 장풍기차와 1조규모 계약…중국 공략 발판 마련

2019-02-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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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1989년 5월. 현대정공(현대로템·현대위아의 전신)은 자체기술로 개발한 골프카 양산을 개시했다. 현대정공이 시작한 구동사업의 첫 작품이다. 4년 전 미국 골프카 쇼에 참석하고 돌아온 정 회장의 지시로 시작해 탄생했다. 이 골프카에는 향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자동차를 개발할 때 목표로 제시한 두 가지가 적용됐다. 첫째는 승차감을 좋게하는 ‘독립현가장치’이고, 두 번째는 자체 개발한 ‘소형엔진’이었다. 
 
2년 후 현대차는 국내 최초의 독자개발 엔진인 ‘알파엔진’을 적용한 스쿠프를 선보였다. 다만 이 엔진은 정 회장의 지분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현대정공 출신들은 ‘Made In MK’ 자동차 엔진의 시작은 20년전 개발한 골프카 엔진부터였다고 한다. 
 
또한 골프카 개발을 토대로 얻은 기초 지식을 응용 발전시켜 1991년 9월16일, 정 회장의 현대정공은 현대차그룹의 첫 4륜구동(4WD) 승용차인 ‘갤로퍼’를, 1996년 1월3일에는 국내 최초 미니밴 ‘싼타모’를 선보였다. 현대차그룹이 출범하면서 완성차 생산은 현대·기아차에 이관됐지만 4WD·SUV 엔진·부품 개발 노하우를 이어받은 현대위아는 이 분야 강점을 특화시켰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울산공장 라인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러한 정 회장과 현대위아 노력이 20년 만에 해외진출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현대위아는 최근 중국 산동법인이 현지 완성차 업체인 장풍기차와 8400억원 규모의 엔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국내 자동차 부품사가 해외 완성차 업체와 엔진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 동력인출장치(PTU)와 전자식 커플링 등 4륜구동(4WD) 부품과 배기가스 후처리 부품 등도 수주예정으로, 이를 합하면 모두 1조200억원 규모에 달한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장풍기차는 1950년에 세워진 중국 자동차 제조사로 생산 규모는 연 약 13만대에 달한다. 현대위아 산동법인은 오는 2020년 8월부터 2.0 가솔린 터보 GDI(WIA2.0T-GDI) 엔진을 장풍기차에 공급한다. 공급물량은 1년에 6만대씩 5년 동안 총 30만대다. 이 엔진은 장풍기차의 대형 SUV에 탑재될 예정이다. 산동법인은 2006년 11월 현대위아가 중국 산동성 일조시에 설립했으며, 엔진, 자동차 부품 소재 등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위아의 이번 수주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현대차를 제외하면 그룹에서 자동차 엔진을 생산하는 업체는 현대위아 뿐이다. 현대위아는 지난 2005년 자동차 엔진사업에 진출한 뒤 14년 만에 해외 완성차 업계에 엔진을 공급,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두 번째는 엔진 공급을 극심한 완성차 판매 부진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중국시장에서 실현해 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7년 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내 반한감정 확산과 로컬 업체들의 약진으로 판매량이 급감했다.
 
신문영 현다위아 산동법인장(앞줄 오른쪽)이 22일 중국 장풍기차 창사연구소에서 1조원 규모 터보 엔진 공급계약을 맺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사진/현대위아
 
이런 가운데 현대위아의 엔진이 중국 차량에 탑재된다면, 현지 매출 감소를 만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엔진의 신뢰성이 입소문을 탈 경우 현대차 판매 회복에도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실제로 현대위아의 이번 수주는 중국의 배기가스 규제인 ‘China6’와 연비 규제 모두를 충족하는 엔진 기술을 적극적으로 알린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엔진뿐 아니라 터보차저와 4WD 부품을 통합 패키지로 제안한 것도 수주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터보차저는 ‘다운사이징’을 추구하는 중국 내 자동차 판매 분위기와 맞아 떨어지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중국 현지 자동차 업체가 만드는 엔진의 터보차저 장착률이 2017년 50% 수준에서 오는 2021년 75%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문영 현대위아 산동법인장(상무)은 “대형 SUV 특성상 넉넉한 출력과 4WD를 원하는 고객이 많다는 점을 파악하고 터보차저와 4WD 부품을 엔진과 함께 패키지로 제안했다”며 “특히 4WD는 35년 동안 700만대 이상의 풍부한 누적생산 경험이 있다는 점을 강조해 좋은 반응을 끌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위아 산동법인 모습. 사진/현대위아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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