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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윤

'비정상의 정상화'…명의신탁 판례 바뀔까

2019-02-22 11:06

조회수 : 3,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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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대법원에서는 명의신탁 관계에서 신탁자의 소유권을 인정하고 부동산 회복을 허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공개 변론이 열렸습니다.
 
 
명의신탁은 부동산의 실소유자가 등기를 타인 명의로 돌려놓아도 그 소유권을 인정하는, 일종의 관행입니다. 일제 강점기 일본이 등기제도를 확립하면서 종중 재산을 종중원 명의로 등록하기 위해 도입했던, 일제 잔재이기도 하죠. 지금은 종중 명의로 등기가 가능해 당시와 같은 필요성도 없고, 오히려 조세 포탈과 규제 회피 등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일본은 물론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제도라고 하네요.
 
이상하긴 합니다. 서류상 내 땅인데 내 땅이라고 할 수 없고, 서류상 남의 땅인데 내 땅굉장히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제도이긴 합니다.
 
부동산 실명제를 실시한 김영삼 전 대통령. 사진/뉴시스
 
급속한 경제발전과 함께 온갖 투기가 한창이던 90년대 김영삼 정부는 부동산실명제금융실명제를 실시하면서 이런 제도의 불법화를 추진합니다. 그러나, 80여년간 관행으로 자리잡은 제도를 단숨에 불법화하면 범법자가 넘쳐나겠죠. 그런 사정으로 인해 대법원200296, 부동산 실명제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명의신탁약정이 무효가 되고, 명의신탁약정이 그 자체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로부터 부동산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판례는 지금까지 유사 사건에서 신탁자가 소유권을 회복하는 근거가 돼왔습니다.
 
한마디로, 법이 아니라 대법원 판례가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을 보장해주고 있던 셈이죠!! 결과론적으로 보면, 당시 그런 판결을 내리면서도 행정·입법·사법 3부가 어떻게든 부동산 실명제를 자리 잡게 하고, 앞으로의 추가 명의신탁을 막을 방도를 찾았어야 했습니다. “지금 어쩔 수 없으니까하고 내린 판결을 두고, 3부 어디 하나 제도개선에 나서지 않으면서, ‘불법으로 하려 했던 명의신탁이 25년이 넘도록 법의 보호를 받아오고 있었던 것이죠.
 
대법원이 이번에 유사 사건 2건의 판결을 앞두고 공개변론을 연 것은 바로 그동안의 비정상을 바로잡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판단으로, 기존 대법원 판례를 뒤집어야 하고, 사회적 파장도 고려해 공개변론을 연 것이죠. 너무 당연한 비정상이기에게 기존 대법원 판례를 옹호하려 나선 전문가들도 설득에 실패하고 애를 먹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주심 조희대 대법관. 사진/뉴시스
 
이번 사건의 주심 조희대 대법관은 전문가들과의 질의 토론에서 “(부동산 실명제) 입법 당시 일제시대부터 쭉 시행돼 온 건데 입법하면서 갑자기 재산을 뺏을 순 없었던 것이라며 입법 당시엔 그런 상황이었지만, 이제 30년 가까이 시행해오면서 그때와는 다른 사회질서가 형성되지 않았느냐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이런 조 대법관의 주장에 대해 한 전문가가 기존 대법원 판례를 들어 법적 안정성 문제를 제기하자, “그래서 우리가 공개변론을 열어 조치 취할 당사자 간 기회 주고 해서, 그런 것들이 예고를 해서 한다면, 그 이후론 금지해도 불법원인급여로 해도 무방한 거 아닌가라고 답했습니다.
 
이날 공개변론의 목적과 주심의 생각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죠. 물론 그 전문가는 부동산실명법도 유예기간을 둔 것처럼 충분히 기간을 둬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25년간 뭐하고...?)
 
오는 5월 대법원의 전향적 판결을 기대해 봅니다. 기사에 다 담지 못한 조 대법관의 일부 인상적인 사이다발언을 옮겨봅니다. 공개변론은 대법원 유튜브를 통해 다시 볼 수 있습니다!
 
 
 
20일 대법정에서 공개변론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뉴시스
 
 
“1995년에 부동산 실명제가 시행됐다. 부동산거래 정상화, 가계 안정, 국민경제 건전 발전을 목적으로. 특히 헌법은 재산권 행사가 공공복리에 적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농지에 관해선 경자유전 원칙121조에서 천명하고 있다. 부동산 문제는 사회에서 굉장히 민감한 사안으로, 국민들이 실명법 취지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실명법 자체를 국민들이 받아들이는 입장인 것이다. 97년 금융실명제 시행도 그렇고. 이런 법들이 그동안 30년에 걸쳐 우리 사회 각종 부동산, 예금, 거래관계, 뇌물 이런 여러 가지를 투명하게 하는 데 기여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젠 부동산실명제는 그야말로 우리나라에서 하나의 우리사회 질서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입법 당시 일제시대부터 쭉 시행돼 온 건데 입법하면서 갑자기 재산을 뺏을 순 없었던 것. 입법 당시엔 그런 상황이었지만 이제 30년 가까이 그것이 시행해오면서 그때와는 다른 사회질서 형성되지 않았나. 그걸 금지하고 재산을 못 가져가게 한다고 해서 특별한 게 아니라 세계적으로 당연한 거 아닌가. 자기 이름 아니면 자기 소유 주장할 수 없다는 것. 일본도 그렇게 하고 있고. 일본은 지금 등기주의아니고 형식주의’, ‘의사주의취하고 있음에도 이런 제도를 인정하지 않는데, 우리나라가 굳이 30년 지난 지금까지도 옛날 제도 매달려서 보호해주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사적자치란 것은, 원래가 공동체의 질서를 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허용되는 것이지 형사상 처벌까지 하고 있는 걸 사적자치라고 우길 수 있나.” (명의신탁은 형법상 처벌을 받지만, 민법상 사적자치 원칙 등에 의해 소유권을 보장받아 옴.)
 
 
우리사회는 실명 위반을 반사회질서로 하고, 과징금 부과하고 형사처벌 하는데도 근절되지 않고, 매년 형사처벌 인원도 상당수고, 민사 대법원 상고도 상당수다. 소송되지 않는 사건까지 합하면 아직도 많은 경우 행해지는데. 이것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악법을, 계속 민법학자들이 왜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지금 당장 불법원인급여로 회복 못한다고 하면 일시적 피해자 생길 여지 있지만, 이제는 소유권 자체를 찾아오지 못한다고 일시적 결단만 내리면, 그것이 세계적 기준에 맞춰 시행될 수 있는데 왜 자꾸 여러 어려운 이론 동원해서. 저는 아직도 판례 법리가 어려워서, 일일이 판례 찾아봐야 알 수 있을 정도인데. 국민들은 분간하기 더 어려울 것. 왜 그렇게 구태여 보호해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사적자치와 재산권 보장 제외하면 어디 있나.”
 
 
현재 우리 대법원은 도박과 성매매 등 관련을 불법원인급여로 하고 있다. 외환거래. 그런 거하고, 외환거래, 성매매와 가장 국민이 관심 갖는 부동산 중에 어느 것을 더 사회질서로 보호해서 실행을 철저하게 해야겠나. 도박보다 오히려 서민 느끼기에 부동산 분야를 더 강력하게 법원이 단속해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부동산 불법투기가 도박, 성매매보다도 나쁜 거다!!!!!!!!)
 
 
신탁법도 마련하고, 형사처벌 하는데도, 하는 사람을 법원이 끝까지 보호해줘야 할 이유가 하나라도 있나. 오히려 불리한데도 하는 이유 있나. 누구나 안 하는 건데 왜 하나.” (이에 대한 전문가 답변은 전 학자다보니 현실 속에서 명의신탁이 어느 정도, 어떤 이익을 위해 행해지는 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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