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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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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일제 잔재 청산, 어디까지 한다는 걸까요

2019-02-22 09:46

조회수 : 1,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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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0일 교총과 전교조 모두를 방문했습니다.

이례적인 전교조 방문으로 화제가 된 가운데, 두 교원단체가 모두 꺼내든 화두는 일제 잔재 청산이었습니다.

교총이 제시한 것은 "일제 시대 유치원이라는 명칭이 만들어졌으니 유아학교로 바꾸자"였습니다.

전교조 제안의 세부적인 내용은 보도자료에 나오지 않았지만, 관계자는 일제 성격의 교가, 동상이 있는 학교들이 있다고 설명해줬습니다.

실제 전교조 서울지부는 관련 자료를 내, 자신들이 서울 학교들을 조사해 결과도 발표할 것이며, 서울시교육청에 조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을 보면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일제 청산은 어디까지 해야 하나?

왜 이런 의문이 드는지 생각해보니, 최근의 역사 보존 논란이 영향을 끼친 거 같습니다.

손혜원 의원의 투기 논란에서 파생한 논란이 있었으니, 적산가옥 보존 논란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거야 말로 일제의 잔재라고 볼 수도 있는데 이걸 보존해야 하느냐 하는 의문이 생겨날 수 밖에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역사 보존 논란은 상당부분 일제 시절을 보존하느냐 마느냐 하는 논쟁으로 가게 돼있습니다. 일제 시절은 해방 이후보다는 더 옛날이기 때문에 역사적 성격을 띤다고 볼 수 있으며, 조선 시대보다는 더 최근일 정도로 수천년 역사 중에서는 최근이기 때문에 보존 상태도 비교적 좋습니다. 그에 반해 그동안 일제 잔재 청산에 열을 올려온 사회 분위기에서 봤을 때, 일제 시대 잔재를 보존하자는 주장은 어색해지는 면도 있습니다.

위에 2번째 사진으로 올린 동대문운동장만 해도 그렇습니다. 일제 시대 세워졌다는 점,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이라는 역사. 엇갈리는 지점을 뒤로하고 지금은 철거됐습니다. 철거 후 조선 시대 유적이 출토됐다는 점은, 과연 어떤 역사를 지켜야할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수많은 한옥도 상당 부분은 조선이 아닌 일제 시절에서 비롯됐고, 서울의 도심 보존 논란도 그것과 맞닿아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전교조는 친일 교가를 제시했지만, 애국가를 생각해봅시다. 안익태가 친일 인사인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최근에는 친나치 의혹까지 불거졌습니다. 그런데도 애국가 교체에 국민 59%는 반대했습니다. 뭐가 어찌됐든 애국가 부르면 좋고, 나라에 대한 사랑이 샘솟고, 마음이 뜨거워진다 그거죠. 이 상태에서 친일 교가 교체가 어떤 의미가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교총의 유치원도 그렇습니다. 유아 학교로 바꾸려면 유치원이 학교가 돼야 하는데, 이는 교육제 개편이 동반돼야 하는 커다란 문제입니다. 교총이 비공개 간담회 후 내놓은 보도자료에서도 유은혜 부총리는 그 점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결국은 어느 일제는 청산하고, 어느 일제는 청산하지 않는 기준이 세워져야 할겁니다.

어제 JTBC 스포트라이트를 보니, 베트남은 프랑스 식민정부의 유물도 당당하게 전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도 아픈 역사를 아프게 관광하는 '다크 투어리즘'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동대문구장처럼 어떤 일제는 추억이라는 또 하나의 역사가 되는 측면, 애국가처럼 친일 인사가 만들었는데도 거기서 애국을 느낀다는 측면 등등

이런 여러 측면을 논의하는 게 3·1운동 100주년의 의미를 더더욱 풍성하게 만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 신태현

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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