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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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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연기처럼 떠 다니는 김기덕

2019-02-11 12:46

조회수 : 3,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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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가 바뀐 것 일까. 수 차례 연락에도 묵묵부답이었다.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 음성 메시지로 연결이 됩니다란 기계음만 수 차례 들려왔다. 지난 해 문화계 미투 열풍 속에 가장 큰 충격을 준 영화감독 김기덕의 휴대폰 통화음이었다. 5차례의 연락에도 받지를 않았다. 국내 체류 중인지 해외 체류 중인지 아니면 휴대폰 번호를 바꾼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전화 연락을 의도적으로 안받는 것인지는 모른다.
 
김 감독은 미투 열풍속에서 석연찮은 해명 이후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다. ‘카자흐스탄에서 영화 활동 중이다’ ‘홍콩에 거주 중이다’ ‘일본에서 영화 기획을 하고 있다등의 소식만 전해져 왔다.
 
 
 
하지만 김 감독이 거의 1년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일본에서 열리는 제29회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자신의 연출작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이 공식 초청됐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영화제 측에 또 김 감독이 공식적으로 참석한다는 통보나 발표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영화는 2017년 말쯤 이미 촬영이 완료된 상태였다. 국내에선 이듬해 4월쯤 개봉 예정이었다.하지만 같은 시기 미투 열풍이 터지면서 국내에서 공개될 기회가 사실상 원천 봉쇄된 작품이다. 김 감독은 이 작품으로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스페셜 부문에 초청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김 감독이 영화 촬영 중 여배우 성추행 혐의로 피소돼 벌금 500만원에 약식명령을 받은 뒤였다. 때문에 영화계 안팎의 비난이 쏟아졌었다. 결국 베를린영화제측도 국내 미투 운동 존중의 뜻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김 감독의 베를린행도 없던 일이 됐다.
 
그의 이번 유바리영화제행도 좌절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여성단체들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이미 그의 모든 전작에서 여성 캐릭터에 대한 가학적 표현이 난무했던 바 있다. 이번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다양한 연령과 직업군 사람들이 퇴역한 군함을 타고 여행을 하다가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영화다. 영화 시작 30여분 만에 여자 주인공이 5명의 남자에게 강간을 당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베를린영화제 공개 당시에도 외신 반응들은 부정적 일색이었다.
 
김 감독과 오랫동안 영화를 함께한 스태프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김 감독의 거취는)잘 모르겠다며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 감독은 미투 열풍 이후 일부 여배우와의 성관계는 있었지만 (내 지위를 이용한) 강제성은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제라도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하지 않을까. 스스로 자꾸만 무덤을 파고 드는 김 감독의 행보는 세계적 거장이란 한때의 타이틀이 무색해 보인다. 이미 잃을 게 많기에 두려워 나서지 않는 것이 아닌, 이미 모든 것을 잃은 김기덕 감독이다.
 
사진/김기덕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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