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신태현

'태가비엠' 진출 앞두고…이화여대 긴장 고조

노동자 "'촛불' 대학이 노조파괴업체가 웬말?" vs 학교 "확정판결 나면 내보내겠다"

2019-02-07 06:00

조회수 : 9,178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부당노동행위' 등 의혹으로 대학 노동자들과 각종 물의를 빚어온 용역업체 태가비엠이 이화여대 진출을 눈앞에 두자, 대학 노동자들이 반대 운동을 벌이고 나섰다. 6일 이대와 공공운수노조 등에 따르면,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이대분회는 태가비엠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철회하라는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이대는 이번달 완공 예정인 연구협력관과 오뚜기 어린이집의 미화용역 업무와 관련해 태가비엠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에 노동자들은 태가비엠이 여러 대학에서 노조를 파괴하고 임금을 체불하는 등 부당노동행위 의혹이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학노동자들, 총장공관 앞 시위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일 노동자들은 총장 공관 앞에 모여 새해 문안인사 형식으로 시위했다. 한 환경미화원이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며 절하자 시위대에서 웃음소리가 터져나오고, "새해에는 해결하라"는 구호가 들렸다. 이들은 또 공관 앞 울타리에 요구를 담은 일종의 '연하장'을 붙였다. '설을 보내고 오면 태가비엠 퇴출이란 말을 들었으면 좋겠네요', '복 받으려면 우리 문제 빨리 해결하세요' 등의 문장이 적혔다. 이대의 '촛불'·'인권센터 설립' 이미지와 태가비엠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비판한 문구들도 있었다. '악질업체는 인권을 보장하는 이대에 있을 수 없습니다', '촛불총장님답게 과감히 결정해 주십시오' 등의 내용이었다.
 
지난 1일 이화여대 총장 공관 울타리에 붙은 태가비엠 퇴출 요구. 사진/신태현 기자
 
"촛불총장답게 과감히 결정을"
 
노조는 용역 공고 당시부터 태가비엠을 들이지 말라고 요구했지만 학교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자 지난달 22일부터 평일에 본관을 점거하다가, 28일부터 지난 1일까지 평일 철야 농성을 했다. 연휴를 쇤 이후에도 농성을 재개할지는 차후 결정하며, 7일에는 본관 앞에 현수막을 내걸 계획이다. 학생들도 반대 목소리가 높다. 총학생회가 진행하는 반대 연명에 1일 현재 15개 단과대 학생회·운영위, 11개 동아리가 서명한 상태다.
 
태가비엠, 임금체불 등 논란
 
태가비엠이 부당노동행위 논란에 연루된 사업장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동국대학교 등이다. 세브란스병원에서는 노조 동향을 파악하고 파괴 활동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받긴 했으나, 지난해 8월 고용노동부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검찰이 수사를 소홀히 했다고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동국대의 경우, 임금체불 등으로 청소 노동자들이 삭발 투쟁하자 학교가 위약금을 물고 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노조, 교섭권 상실 위기
 
노동자들은 태가비엠 때문에 결과적으로 노조 없는 시절로 돌아가고 구조조정이 일어날까봐 두려워했다. 인력을 다수 보유한 태가비엠이 이대에서 교섭권을 획득하면, 교섭권이 없는 기존 노조는 무력화된다는 관측이다. 이번 계약에서는 연구협력관 등 환경미화원 5명만 관할하지만, 캠퍼스를 맡고 있는 각종 용역업체들의 계약이 만료되면 사업 영역을 넓혀간다는 것이다.
 
"노조 없을 땐 그냥 노예"
 
환경미화원인 이민도 부분회장은 "노조 없을 때는 그냥 노예였다"라며 "화장실 옆에서 휴식하고 밥 먹었던 때가 떠오른다"고 진저리쳤다. 경비로 일하는 차근철 분회장도 "감기 걸리면 짜르고, 말 안들으면 짤랐으며 연말에는 30%씩 퇴사시키기도 했다"고 회고하면서 "2년 전 학교가 경비원을 일부 구조조정하려다 노조에 막힌 적이 있는만큼, 태가비엠 선정을 그 연속선상에서 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대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법적 절차에 걸맞게 했으며, 불확실한 일 때문에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대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도 철회하면 위약금을 물 수 있다"며 "태가비엠이 이대에서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는 확정 판결을 받으면 내보내겠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오후 이화여대 청소·경비 등 노동자들이 총장 공관 앞에서 태가비엠 퇴출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 신태현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