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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북미 실무협상서 '영변 핵시설폐기-상응조치' 우선의제 검토"

외교부 당국자 "영변, 오랜기간 북핵 프로그램 중심"…우리정부 중재노력 지속

2019-01-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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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2월 말 열릴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실무협의 과정에서 북한 영변 핵시설 폐기와 이에 따른 상응조치를 우선 의제로 다룰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비핵화 방법론을 놓고 양측 간 진통이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리 정부도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31일 기자들을 만나 "김정은 위원장이 먼저 영변(핵시설 폐기)를 제안했기 때문에 (실무협의에서) 그 문제에 집중해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는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영변이 오랜 기간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의 기본이자 중심이었다"며 "이를 폐기하는 것은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아주 중요한 진전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북미 간 협의가 계속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30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2월 말까지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있을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아시아에 있는 공개되지 않은 지역에 팀을 파견했다”며 실무 차원의 정상회담 개최 준비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상회담 개최 장소로는 베트남 하노이 또는 다낭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전날 미 정보당국 관계자들이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회담 성과에 대한 회의론을 내놓은 데 대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최상”이라며 “비핵화를 위한 괜찮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놓고도 “곧 김정은을 보게되길 기대한다”며 “(회담 개최를 위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행정부 고위관료들이 표면적으로 회담 의지를 피력하는 것과 달리 실무진 간 협상이 지지부지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미 CNN은 이날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8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해서는 아무 진전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에 관해 많은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중요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세계 만방에 비핵화 의지를 알렸다는 것과 협상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북미 간 협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협상 과정에서 비핵화를 대북제재 해제 등 경제문제에 지나치게 결부해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난해 (핵-경제) 병진노선을 마무리하고 경제에 매진하는 새로운 전략노선을 발표한 북한은 제재나 군사적 압박에 굴복한 것이 아닌 ‘핵무력 완성’을 앞세워 지금의 길을 선택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며 “지금 (북한에) 필요한 것은 이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 돈이나 제재문제 해결에 목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경우 경제적인 보상을 제공하겠다’는 식의 접근법이 오히려 화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기자들을 만나 “많은 것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한 달이 ‘관건적 시기’가 될 것 같다”고 언급했다. 북미 간 실무협의를 통한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답방, 비핵화와 상응조치, 북미관계 정상화, 평화체제 구축 등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한 달 내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한국)의 위치가 미국과 협의하는 관계로 자리를 잘 잡았고, 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위치가 됐다”며 “‘한국은 미국이나 북한에 대해 잘 할 수 있는 입장이다’는 이야기를 밖에서 많이 듣는다. 그 능력을 십분 잘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걸어나오며 기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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