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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잠수함 승조원의 길, 어렵고 힘들게만 둘 것인가

2019-01-2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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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정치부 기자
잠수함을 설명하는 말은 ‘핵을 제외한, 비대칭 군사력의 대표 전력’ ‘게릴라적 은밀성과 가공할 파괴력을 모두 지닌 무기체계’ 등으로 다양하다. 훌륭한 잠수함 보유 여부는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해군이 충분한 수의 U-보트를 건조했다면 역사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 사이에 벌어진 포클랜드 전쟁의 승자는, 전투 초기 영국 원자력잠수함 콩커러함이 아르헨티나 순양함 벨그라노함을 격침하며 사실상 결정됐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 입장에서 잠수함의 중요성은 매우 높다. 우리 해군은 1970년대 말부터 중형 잠수함 획득을 추진해왔지만 각종 정치·경제적인 이유로 지연됐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1992년 독일 하데베(HDW)사가 설계·건조한 209형 장보고함 도입을 시작으로 잠수함 전력을 계속 확보해나가는 중이다.
 
독자기술에 기반한 잠수함 전력 구축에도 힘을 쏟아왔다. 그 결과 해군은 지난해 9월14일 설계부터 건조까지 전 과정에 독자 기술을 적용한 차기 잠수함 안창호함 진수식을 진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진수식에서 “장보고함 도입 이후 26년, 뼈를 깎는 연구개발로 우리 기술만으로 3000톤급 잠수함 시대를 열었다”며 관계자들을 치하했다.
 
도입한 잠수함의 능력을 높이는 것은 온전히 함장 이하 승조원들의 몫이다. 우수한 잠수함을 보유하더라도 승조원들의 능력이 뛰어나지 못하다면 가치는 낮아진다. 그런 점에서 우리 잠수함들의 활약은 말 그대로 ‘눈부실’ 정도다. 1998년 7월 환태평양 해군 합동훈련(림팩)에 참가한 장보고급 5번함 이종무함은 ‘적함 13척(15만톤) 가상격침’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으로 주변국을 경악케했다. 우리보다 앞서 잠수함을 보유한 나라들이 수십 년 간 온갖 시행착오를 거치며 노하우를 축적한 점에 비춰볼 때 잠수함 운용 역사가 불과 5년 남짓한 나라에서 온 잠수함, 얼마 전까지 잠수함용 해도(海圖) 한 장 없던 나라에서 온 잠수함의 활약이라는 점에서 충격은 더했다. 림팩 훈련에서 우리 잠수함의 활약은 2000년 박위함, 2002년에는 나대용함, 2004년 장보고함 등으로 이어진다. 그 바탕에는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운용 능력을 축적한 승조원들의 노고가 있었다.
 
다만 1회 출동 시 평균 20여 일을 부족한 개인공간과 물, 탁한 실내공기, 밀폐된 공간 속 스트레스 등을 안고 생활해야 하는 점은 훌륭한 승조원 확보를 막는 요소다. 승조원들 사이에 열악한 근무여건에 비해 적정 근무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는 불만도 있다. 해군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2~16년 사이 잠수함 승조원 지원율은 소요 대비 42%에 그쳤다. 기껏 양성한 인원들도 전역하거나 건강 등의 이유로 같은 기간 절반 가까이 잠수함을 떠났다. 잠수함 운용 노하우는 결국 사람에게 달려있고, 이는 단기간에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비춰볼 때 전력유지를 위협하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해군은 지난달 6일 214급 잠수함 홍범도함에 부자(父子) 승조원이 탄생했다고 밝혔다. 아버지 정상봉 준위가 근무하던 잠수함에 아들 정한민 하사가 배치된 것이다. 정 하사의 인터뷰 내용 중 “아버지께서 ‘어렵고 힘든 잠수함 승조원의 길을 스스로 선택한 모습이 대견스럽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울컥했다”는 대목이 눈에 들어왔다. 언제까지 잠수함 승조원의 길을 어렵고 힘들게만 둘 것인가. 안정적인 인력확보를 위한 정책당국 차원의 대책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최한영 정치부 기자(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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