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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스타트업부터 임직원 평가까지 '사회적 가치' 전파하는 최태원 회장

SK 사회적 기업가 MBA 학생 만나 사회적 가치 설파…SPC 인센티브도 강조

2019-01-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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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혁신(세상을 바꾸는 생각)+헌신(세상을 품는 마음)=사회를 이끄는 리더가 만들어집니다. 사회적기업가센터가 꿈꾸는 리더십입니다."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경영대학 SK 사회적기업가 센터의 한 쪽 벽 게시판에 적힌 문구다. 지난 2012년 10월 최태원 SK 회장이 남긴 메시지다. SK는 2012년 사회적 기업가를 양성하기 위해 카이스트와 공동으로 사회적 기업가 경영학석사(MBA) 2년 전일제 과정을 개설했다. 학생들은 MBA 과정 2년간 경영과 창업 과목을 이수한다. 또 카이스트 경영대학에 마련된 SK 사회적기업가 센터에서 졸업까지 창업과 근무에 필요한 사무공간을 제공받는다. MBA 과정 졸업생들의 대부분이 사회적 기업을 창업해 사회적 가치 추구 활동을 펼친다. 
 
최태원 SK 회장은 본인의 경영철학인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성과를 임직원들의 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다. 사진은 최 회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광진구 세종대에서 열린 '2018 행복 얼라이언스 데이'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SK
 
사회적 가치는 선대 회장인 고 최종현 선대 회장부터 이어진 SK의 경영철학이다. 기업의 인프라를 사회와 공유하거나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등 이윤보다 공공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최종현 회장은 영리추구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지난 1974년에는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해 우수 인재들을 선발해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했다.  
 
최태원 회장도 선친의 뜻을 이어받아 한국고등교육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또한 사회적 기업가 MBA 과정을 통해 미래 사회적 기업가들에게 사회적 가치에 대해 알리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초 SK 사회적기업가 센터를 찾아 5기 졸업 예정자들과 만났다. 졸업 예정자들은 사회적 기업을 운영 중이거나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들은 사회적 기업가로서 갖춰야 할 자세와 필요한 협력 모델 등에 대해 최 회장과 대화를 나눴다. 최 회장은 학생들에게 시장의 무한경쟁과 약육강식 관점에서 벗어나 각 주체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달라고 주문했다. 학생들은 최 회장과의 대화를 마친 후 "각자의 기업이나 창업 아이템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며 "진정성을 갖고 실천하는 사회적 기업가가 되도록 의지를 다지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최 회장은 그의 저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을 통해 사회적 기업 활성화의 방안으로 수치화를 제시했다. 얼마나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했는가를 측정하고 평가해 그에 비례한 SPC(Social Progress Credit) 인센티브를 지급해 동기부여를 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결식아동들에게 지급되는 사회적 기업들의 무료 도시락도 사회적 가치를 측정할 수 있다. 무료 도시락은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운영된다. 사회적 기업이 정부 지원금 외에 자체 비용을 추가하거나 혁신을 통해 얼마나 도시락의 품질을 높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한 사회적 기업이 개당 4000원의 정부 보조금을 받아 시장에서 4000원을 주고 살 수 있는 도시락보다 더 좋은 품질의 도시락을 만들었다면 그 품질의 차이만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것이 된다. 만약 동일한 품질의 도시락을 시장에서 6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면 이 사회적 기업은 도시락 한 개당 2000원의 추가 가치를 창출한 셈이다. 
 
최 회장은 이러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성과를 임직원들의 평가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지난 2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SK 신년회에서 "임직원의 핵심성과지표(KPI)에서 사회적 가치의 비중을 50%까지 올릴 것"이라며 "완벽한 평가가 되지 못하더라도 평가를 안하는 것보다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SK 주요 계열사들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SV(사회적 가치) 추진실을 신설했다. SV 추진실은 각 사의 사업 성격에 맞춰 사회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와 함께 추구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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