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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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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인촌로 개명, 반대는 7%

2018-12-21 11:31

조회수 :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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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8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 인촌 김성수 동상 앞에서 고려대 총학생회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교내 김성수 기념물 철거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성북구 주민들은 인촌로를 고려대로로 바꾸는 데 동의했습니다. 현재 인촌로에 거주 등록된 주민 9118명 중 5302명이 동의해 찬성률은 58%입니다.

찬성률이 반대보다 높게 나올 이유는 충분해보입니다. 명분과 실리 모두 만족합니다.

친일파 김성수의 호를 딴 인촌로인만큼, 그 이름을 바꾸는 것은 친일 청산 내지 과거사 청산이라는 명분이 됩니다.

실리를 볼까요. 몇 년전 성북역은 광운대역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지하철역 명칭이 바뀌는 일은, 행정기관이 나서는 일은 좀처럼 보기 힘들고 주민의 바람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가 사는 곳이 고려대로 이름이 바뀐다는데 주민은 당연히 실리적으로도 찬성하고 싶을 겁니다.

덧붙이자면, 인촌 김성수는 고려대 설립자이기 때문에 인촌로가 고려대로로 바뀌는 건 맥락상 엉뚱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성북구는 이 사실을 보도자료로 내면서 좀 특이하게 기술했습니다. 보통은 찬성 몇 프로, 반대 몇 프로 이렇게 할텐데 성북구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찬성률은 58%인데, 형식적으로 주소 등록만 돼 있고 실제로 거주하지 않는 주민을 제외하면 찬성률은 60%를 넘어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물어봤습니다. 그래서 반대는 몇 프로라는 것인가? 7%랍니다. 그럼 35%가 남는데, 이들은 위에서 말한 실제 거주하지 않는 주민에다가 5번을 찾아가도 부재 중이었던 주민을 합친 수치입니다.

반대는 크게 4가지 부류입니다. 4가지가 각각 몇 건인지는 집계하지 않았답니다.
1) 편의 - 쉽게 말해 "귀찮으니 그대로 쓰자"입니다
2) 과거사에 대한 다른 생각 - 친일이 뭐가 어때서, 과거사를 너무 파헤치는 거 아닌가 같은 의견들입니다
3) 다른 도로명 선호 - 당초 새로운 도로명 후보는 2개였습니다. 이번 '고려대로'와 '안감내로'였죠. 이번 주민 동의 절차에 앞서, 두 후보에 대해 주민 선호도를 물어서 고려대로가 선택됐고 이 고려대로를 최종적으로 유일한 선택지로 설정해 이번에 주민에게 물어본 것입니다. 안감내는 동대문구 신설동을 거쳐 청계천으로 흘러들어 가는 하천으로서, 성북천 · 안감내 · 안암내라고도 합니다. 안감내에 가까이 거주하는 주민이 안감내로가 더 좋다며 반대한 경우가 있습니다.
4) 답변 거부 - 말 그대로 답변을 하길 거부한 사례입니다. 찬성과 반대 중 어느 입장도 보이지 않았지만, 이것까지 반대로 쳤다는 게 성북구 설명입니다. 성북구 말이 맞다면 실제 반대는 7%보다 더 적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찬반 차이가 극명하게 벌어졌는데, 왜 그렇게 보도하지 않았을까요? 찬성도 반대도 아닌 사람이 꽤 되서, 조금이라도 문제로 비춰질까봐 걱정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찬성도 반대도 아닌 35%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무원이 5번 방문해도 부재 중이었던 사람이 29.5%, 재개발이나 전출 등의 이유 때문에 실질적으로 인촌로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이 5.5%입니다.

5.5%는 투표 의미가 떨어지니 그렇다 치더라도, 29.5%에 대해서는 비판이 조금이라도 제기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더 철저히 의견을 들으려고 했어야다는 등 말이죠.

그래서 그런지 성북구 관계자는 29.5%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려고 시도했습니다. "주민설명회도 했고, 고시해서 의견도 받는 등 창구를 열어놨다. 거기다가 5번까지 찾아갔는데도 없었던 것, 반대 의견을 표명할 사람은 진작에 표명하지 않았겠는가"

이번 사안은 찬성률이 더 많을 수 밖에 없는 사안이지만, 좀더 첨예한 사안이라면 저렇게 많은 '부재 중'을 가볍게 넘기기 어려울 것입니다. 각종 개발 계획에서 흔히 나오는 반대 레파토리가 "관이 설명회를 우리에게 알리지 않았다, 찬성하는 지들끼리만 모아놓고 설명회했다" 이런 식이니까요. 제4차 산업혁명까지 거론되는 최첨단의 최첨단 시대에 참여를 더 높일 방안도 있어야 할 거 같습니다.
  • 신태현

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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