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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경

'컵라면' 남기고 떠난 그…누구를 위한 죽음인가

태안화력 사고, 2016년 구의역 사고와 '판박이'

2018-12-17 10:23

조회수 : 3,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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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아프고 안타까운 사고가 최근 잇따르고 있습니다.
 
서울 종로 고시원 화재로 18명(사망 7, 부상 11)의 사상자가 발생하더니, 고양 백석역 인근의 온수관 파열(사망 1명, 부상 55명), 강릉 KTX 탈선 그리고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로 24살 젊은 청년(故김용균)이 생을 마감했습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태안화력발전 고 김용균 촛불추모제'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김씨를 추모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태안사고는 열악한 처우와 근무환경에서 일하던 젊은 청년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측면에서 전 국민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2016년 서울 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전동차와 유리벽 사이에 끼어 사망한 청년 사고와도 굉장히 비슷합니다.
 
당시에도 지하철역에 추모의 꽃과 쪽지가 붙는 등 사회적으로 큰 애도의 물결이 일었는데요. 관계당국은 철저히 안전규정을 지키고 책임자를 엄벌하겠다며 수습에 나섰습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스크린도어 사고 2주기인 지난 5월28일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 10-1 차량 출입구 사이에 고 김모(당시 19)군을 추모하는 글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역시 이번도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두 사고의 비슷한 점은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말도 안되는 근로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안전조치 없이 고강도의 업무 현장에 내몰리는 청년들이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는 겁니다.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위험 사업장의 안전 관리 소홀과 하청 근로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 등 여러가지 요인이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사회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고도의 산업화 과정을 거치며 기적의 경제 성장을 이룬 대한민국이지만, 아직까지 노동현장의 곳곳에서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듯 합니다. 부끄러운 우리의 민낮이 드러난 사건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소득주도, 혁신성장, 공정경제입니다. 그 중에서도 공정경제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후 사회적으로 많이 이슈가 됐었습니다. 이른바 갑질에 대한 비판 인식이 확산됐고, 재벌개혁이라는 명분 하에 경영 투명성 확보 장치가 여럿 마련됐고, 총수일가의 불법적인 사익편취 규제도 한층 강화됐습니다. 
 
지난 1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8년 하도급 거래 서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속거래를 하고 있는 대기업의 경우 불법 행위 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공=뉴시스
 
그 중에서도 이번 사건은 산업현장에 뿌리내리고 있는 안전불감증과 함께 갑과 을로 구분되는 불공정경제가 원인이라 해석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만연한 하청업체 대상 갑질의 부작용이 사고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갑의 입장에 있는 이가 공기업입니다. 공기업에서도 이런 문화가 고쳐지지 않고 있다면 민간에서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뻔한 상황일겁니다. 
 
사고 대책을 두고 정부에서는 안전규정 미흡 사업장에 대한 철저한 관리 감독과 위반시 엄중처벌,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언급할 듯 합니다. 2016년의 데자뷰가 될 듯 해 우려됩니다. 
 
경제정책의 기본 중의 기본은 국민이 잘 살게 하는 것일 겁니다. 거창하게 높은 경제성장률이나 고용률 이런 것들 보다, 인간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기 위해 현재 마련돼 있는 기초적인 법과 제도가 현장에서 잘 지켜지게 하는 것이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일 겁니다.
 
정경부=권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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