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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으로 옮겨 붙은 관심과 논란, '82년생 김지영'

2018-12-13 18:55

조회수 :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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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100만부를 돌파한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지난 8일 일본어판으로 현지에 출간된 이 책은 이틀 만에 아마존 재팬 아시아문학 부문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고 합니다.

한국 소설이 일본에서 이토록 빠른 기간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나흘이 지난 오늘(13일)까지도 1위를 기록 중입니다. 일본 사회의 여성 차별 문제를 수면 위로 들추는 작용을 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소설에 대한 노골적인 조롱과 비하 현상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는데, 이 지점은 우리나라의 현상과 비슷해 보입니다.

국내에서 시작된 김지영 열풍과 일본 사회에서의 반응 비교, 국내 열풍의 한계점 등을 짚어봅니다.

1. '82년생 김지영' 최단기 간에 일본 베스트셀러로 

『82년생 김지영』 일본판 나흘만에 3쇄 “품절 사태에 감개무량”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 국내를 넘어 일본에서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어판 ‘82년생 김지영’은 출간된 지 이틀 만인 지난 10일 아마존 재팬 아시아문학 부문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일본어판을 출간한 일본의 대표적인 인문 출판사 지쿠마 쇼보는 이틀 만에 증쇄를 결정했다.

=한국 소설이 일본에서 이토록 빠른 기간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처음이라 합니다. 출판사 측은 12일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이렇게 빠른 기간 안에 증쇄가 결정된 건 이례적"이라며 "품절사태로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까지 밝혔다고 합니다. 

아마존재팬 아시아 문학 부문에서는 1위를 수성 중입니다. 한국 아이돌 그룹 레드벨벳의 아이린과 소녀시대 수영이 읽은 책으로 언급됐고, 리뷰란에는 긍정 평가가 주를 이룹니다. 
 
책 '82년생 김지영'. 사진/민음사

2. 일본 독자들 "이 책이 베스트셀러? 한국 부럽다"

日 독자들은 <82년생 김지영>을 어떻게 봤을까?

별점 5개를 부여한 ID 'morimasaki'는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한국이 부럽다"고 밝혔다. 이어 "<82년생 김지영>에는 많은 여성이 일상적으로 직면한 상황에 부딪혀 감각이 마비되었고 그것이 일반화가 되어 버릴 정도로 절망적이다. 일본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좋겠다"고 남겼다.

ID 'KOUYO'는 "이 책은 남성을 매도하는 내용이 아니다. 또 완전한 페미니즘 책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읽는 것만으로도 화가 치솟을 만큼 작가의 세뇌적 표현이나 일반화도 없다. 작은 차별과 사회의 불합리함이 공감된다. 여자라면 꼭 한 번 읽었으면 좋겠다"고 권유했다. 

=일본에서 '82년생 김지영'의 뜨거운 반응은 많은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상황들을이 환기시켜주고, 사회적 고민을 함께 해결해가자는 지점에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과거와 현대 여성들의 고민을 짚고 있어 남녀 모두가 함께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는 긍정 평가가 아마존 재팬에 많습니다. 또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한국 사회가 부럽다"고도 한 부분을 보면 일본 사회의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성 차별 문제를 책이 수면 위로 들추는 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82년생 김지영 일본어판 표지. 사진/아마존재팬

3.일본으로 옮겨 붙은 노골적인 조롱과 비하

일본 아마존서도 계속된 ‘82년생 김지영’ 조롱

소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중엔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소개한 사용자들이 남긴 ‘사과’가 절반을 차지했다. “한국인으로서 죄송합니다”라고 밝힌 한 사용자는 “하지만 나도 당신들(일본인들) 때문에 오타쿠가 됐다. 이것은 복수”라고 주장했다. ‘여성이 받을 수 있는 모든 고통을 집약한 망상’ 등의 악평 외에도, “한국인이 아마존에 독을 넣었다”며 소설의 일본 출간을 관동대지진 당시 퍼졌던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루머를 빌려온 평가도 있었다.

=대체로 한국인이라고 소개하는 이들이 조롱과 비난의 부정 글들을 올린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최근 한국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페미니즘과 반페미니즘 간의 대립 , 남여 혐오 문제가 일본으로 옮겨가는 현상으로 보여집니다. 책을 읽은 아이돌그룹 멤버들이나 책을 소재로 한 영화에 출연한다는 배우 등에 관한 반감 등이 일본 사회에도 알려지며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82년생 김지영 작가 조남주. 사진/뉴시스

4. 국내에선 "문제 의식 촉발 맞지만 여성만 공감"

‘82년생 김지영’에 남자들은 거리 뒀다

그러나 남성 독자들의 연령대별 도서 구매 현황은 이와 달랐다. 10·20·30·60대에서는 아예 1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40대 남성 9위, 50대 남성 7위 정도에만 간신히 이름을 올리는 정도였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40대 이상 연령대에서는 책 판매량이 급감하기 때문에 40·50대에서 각각 9위, 7위를 차지했더라도 주목할 정도의 판매량이라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82년생 김지영'의 100만부 돌풍은 소설계에서 의미가 굉장히 큽니다. 2007년 김훈의 '칼의 노래', 2009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이후 약 10년여 만의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10년간 침체됐던 문학계, 그리고 지속되던 위기론을 감안하면 가히 새로운 분기점이라 할 만합니다. 

100만부 돌파를 기념해 민음사는 코멘터리 에디션까지 선보였고, 책은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16개국 수출이 확정되는 등 세계로 뻗어가는 중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에선 성차별 문제와 관련된 '사상 검증'의 수단으로 평가되고, 문제의식을 촉발하긴 했으나 결국 여성만 공감하는데 그쳤다는 한계점도 낳았습니다. 

하지만 안티들이 표적으로 삼으면서 오히려 관심은 더 증폭되는 아이러니를 타고 책은 뜨거운 이슈의 중심으로 계속해서 가고 있습니다. 동명의 영화가 개봉되면 조금 더 많은 남성들이 이 책과 문제에 공감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 같지만 지나친 극단과 혐오 사회로만 치닫는 오늘의 모습이 내일은 조금 달라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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