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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법원, '박병대·고영한 구속영장' 둘 다 기각

"구속사유 인정 안 돼"…검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조사 차질 불가피

2018-12-07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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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법원이 '사법농단 의혹 사건' 피의자로 지목된 박병대 전 대법관과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임민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7일 박 전 대법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후 "범죄혐의 중 상당부분에 관해 피의자 관여 범위 및 그 정도 등 공모관계의 성립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있는 점, 이미 다수의 관련 증거자료가 수집되어 있는 점,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및 현재까지 수사경과 등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의자 주거 및 직업, 가족관계 등을 종합해보면, 현단계에서 구속사유나 구속 필요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고 전 대법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 역시 "본건 범행에서 피의자의 관여 정도 및 행태, 일부 범죄사실에 있어서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 정도, 피의자의 주거지 압수수색을 포함하여 광범위한 증거수집이 이루어진 점,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두 전 대법관은 전날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의 범죄소명 정도, 증거인멸 우려, 도주우려 등에 비춰볼 때 구속사유가 없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또 혐의가 일부 의심되더라도 법리적으로 다툴 부분이 많은 이상 방어권 보장을 충분히 보장해줘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박병대(왼쪽) 전 대법관과 고영한 전 대법관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혐의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길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법관은 '사법농단 의혹'의 실재 자체를 두고 검찰과 혈투를 벌였다. 특히 '일제 강제징용 피해 사건' 소송 처리 방향을 두고 2015년 4월 이병기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만났다는 의혹에 대해 만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국무총리직을 제안받는 자리였다'며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가 이른바 '성완종 사건'에 연루돼 직에서 물러났었다.
 
검찰은 그러나 박 전 대법관이 2014년 10월 당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등과 함께 비서실장 공관에서 만나 '일제 강제징용 피해 사건' 처리를 논의한 대법원 측 파트너인 점, 주일본대사로 활동했던 이 전 실장의 최우선 관심사가 일본과의 우호 관계복원이었던 점, 2015년 3월26일 법원행정처가 만든 '상고법원 관련 BH(청와대) 대응전략' 문건에도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이 적시된 점 등을 들며 박 전 대법관의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대법원 진상조사단이 지난 5월 공개한 문건 중 '상고법원 관련 BH(청와대) 대응전략'에는 이 전 실장의 성향 분석과 함께 '지위 및 위상 등 고려할 때, 처장님 직접 접촉 필요'라고 적혀 있다.  
 
고 전 대법관은 박 전 대법과는 상대적으로 '사법농단 의혹' 자체에 대해서는 전면 부정하지는 않으면서도, 핵심 혐의인 '강제징용 사건' 등 재판 개입 사실은 없다고 강력히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법원행정처장으로 취임했을 때에는 이미 전임자인 박 전 대법관이 청와대와 '강제징용 사건 재판'에 대한 처리방안 논의를 이미 끝낸 뒤였기 때문에 개입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 검찰은, 고 전 대법관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상당부분 확보됐음을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3일 두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부산법조비리 은폐 혐의의 경우 경위가 명확히 드러났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법관은 지난 2014년 2월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장으로 근무하면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조작 형사재판 ▲옛 통합진보당 지위확인 소송 등 여러 재판에 개입하거나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내용의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를 비자금으로 조성한 혐의 등도 있다.   
 
고 전 대법관은 박 전 대법관 다음인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역임하면서 '정운호 게이트' 사건 당시 판사들을 상대로 한 검찰의 수사 확대를 차단하기 위해 미리 수사 정보를 빼내고 영장재판 가이드라인을 내린 혐의다. 또 전·현직 판사가 연루된 '부산 법조로비 사건' 은폐와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헌법재판소 내부 기밀을 유출 지시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 등에 대한 영장청구 기각으로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 따라 연내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직접조사 가능성이 힘을 잃게 됐다. 검찰은, 영장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한 뒤 보강 수사를 거쳐 두 전 대법관에 대한 영장 재청구 방안을 고려 중이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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