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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htengilsh@etomato.com

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교권 고민하는 진보교육감

2018-11-30 10:01

조회수 : 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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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오늘까지 닷새 동안 관악구에 있는 인헌고등학교에서 혁신학교 체험 일정을 수행했습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일교사가 되서 수업을 하는 등 학교와 함께하는 거였죠. 박원순 서울시장 옥탑방 따라하는 거 아니냐는 시선 때문에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조 교육감은 '학교판 옥탑방'에서 뭘 느꼈을까요?

조희연 교육감은 29일 아침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이한 후 일단 교무실로 향했습니다. 1교시를 하기 전에 잠시 숨돌렸던 걸로 압니다.

그러더니 저에게 다가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이야기는 거의 모두 교권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엇나가는 학생에 대한 제재 수단이 없어서 선생들이 고생하는 점을 눈여겨봤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인헌고는 혁신학교로, 회복적 생활교육의 선봉격입니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말 그대로 학폭 처벌이나 일탈에 대한 벌점 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학생의 학교 생활을 회복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진 학교 정책입니다. 인헌고는 올해부터 벌점까지 폐지했습니다. 대신 '성장쪽지'를 발급하고, 3회 발급받은 학생은 전문상담사가 붙고 학교생활 지원 등이 이뤄지는 구조였죠.

이상적이었지만, 그걸 실행하는 교사들은 지쳐가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어떤 학생은 결석일수가 40일을 넘어가서 아웃될 위기에 처하자 진단서 발급 등 갖은 노력으로 겨우 버티고 있다는 사례도 있었고요.

너무 교사 이야기만 하는 거 같아서, 교사와 학생의 토론(혁신학교 특징이라고 알려져있음) 같은 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딱 그 때 1교시 시작할 시간이 되서 조 교육감은 "토론하는 거 좋다"고 얼버무렸습니다. 그 때 알았습니다. "아, 자기가 교권에 신경쓴다는 것만 알리려고 하는구나, 그것만 이야기하려고 시간 배분했구나."

1교시 이후 교사들과의 회의에서는 일선 교사들의 불만이 마구마구 쏟아졌습니다.

말을 들을 생각이 전혀 없는 소수를 규율하는 수단이 없으니, 다수 학생이 경미하게 교칙을 어겼을 때 지적하면 "왜 쟤들은 놔두세요?"라는 질문이 돌아온답니다.

그러고보니 이날 등교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교복에서 지적할 점이 있어, 교사가 학생을 붙들고 일종의 반성문 비슷한 걸 읽게 했습니다. 5번 읽는 걸로 압니다. 학생은 빠른 속도로 읽고 교내로 종종걸음했습니다. 장난스러움에 가까운 태도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미소가 나오는 풍경이었지만, 그런 양상을 계속 보는 교사들의 생각은 다를수도 있겠지요.

http://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861136

위처럼 어제 기사를 쓰기도 했는데. 여기서 언급한 김모 교사는 아주 진절머리가 난다는 태도였습니다. 가장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 것은 물론이고. 조 교육감이 교사들의 말을 수용 내지 검토한다는 의미에서 "이제 핀란드에서 한다는 이유로 한국에서 특정 교육 정책을 시행할 수 없다"고 할 때,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습니다. 자기 입장에서는 현실과 맞지 않는 이상의 도입이 지겹다는 제스처로 보였습니다.

조 교육감은 회의 말미에 "전교조가 교권을 말하고, 교총이 학생권리를 말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교권을 말하는 진보교육감, 어떤 정책으로 구체화될지 궁금해집니다.
  • 신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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