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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창 문화' 중장년부터 청춘까지 물들이다

'보헤미안 랩소디' 퀸의 성장 서사, 중년엔 그리움·청년엔 자아 찾기

2018-11-29 16:59

조회수 : 4,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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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다들 보셨나요? 아니, 다시 질문드리겠습니다. 몇 번이나, 어떻게 보셨어요? 

벌써 국내에서 5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죠. 국민 10 중에 1명은 본 거나 다름 없는 셈인데, 지금까지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레미제라블(592만명)의 기록을 깰거라는 관측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관객수도 관객수지만 이 영화가 한 달간 장기 흥행을 이어가면서 '떼창'이란 새로운 문화 현상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함께 노래를 부르는 '싱어롱' 상영관은 매진 사태가 연일 발생하고 있는데, 이 곳에 모여든 이들은 마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열정으로 영화관이 떠나갈 듯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른다고 합니다. 

심지어 지난 27일 퀸의 프론트맨이었던 프레디 머큐리의 기일에는 극장을 통째로 하나 빌려 머큐리를 흉내내는 콧수염과 하얀 런닝셔츠 등의 복장을 입고 함께 따라부르기도 했다니 그야말로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뜨면서 곧 개봉을 앞둔 음악 영화들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또 영화관에서 분 '떼창 열풍'은 콘서트, 뮤지컬로 재확장되는 흐름도 보여집니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문화 현상들을 짚어봅니다.

1.장기 흥행으로 가는 '보헤미안 랩소디'

전설 VS 전설…‘보헤미안 랩소디’, ‘레미제라블’의 벽도 부술까
(매일경제 읽어보기)

전 세대를 사로잡으며 기록적인 흥행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지난 28일 누적 관객수 500만 명을 돌파하며 기록 갱신을 위한 제2의 질주를 시작했다.

역대 음악 영화로 흥행 1, 2위를 기록을 가진 ‘레미제라블’(2012)(592만 명)과 ‘미녀와 야수’(2017)(513만 명)의 500만 관객 돌파 시점인 30일, 39일과 비교했을 때 개봉 29일차에 돌파한 ‘보헤미안 랩소디’는 각각 1일, 10일 앞선 속도를 보이고 있어 음악 영화의 새로운 흥행 기록 경신을 예고한다. 

=처음에는 이 정도의 막대한 파괴력을 지녔을 줄 상상도 못했습니다. 관객수가 그다지 많지 않아 사운드가 특화된 관을 찾는 것도 그리 어렵진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개봉 2~3주 뒤쯤 입소문을 타며 뒷심을 발휘하더니 올해 국내 영화 흥행작 TOP10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것 같습니다. 주요 영화관은 당초 27일까지였던 상영일을 연장하는 등 추가 관람객 유치에 나서고 있습니다. 

흥행의 핵심 요인은 퀸 멤버들과 비슷한 외모의 배우들의 열연과 퀸의 디스코그라피를 훑어주는 영화, 그리고 퀸의 주 팬층인 중장년층의 향수를 정확하게 조준했을 뿐 아니라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음악영화라는 점 등이 꼽히고 있습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관련 포스터와 CD. 사진/뉴시스
 
2.퀸의 성장 서사, 중년은 그리움·청년은 자아 찾기에 자극

“프레디 형 보고 있지?" 끝나지않는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 이유는?
(조선일보 읽어보기)

현실에서조차 정치인들의 추문이 이어지며 동경의 대상을 잃어버린 젊은이들에게 퀸과 프레디 머큐리는 실화라는 묵직한 무게감과 함께 매력적인 우상이다. 동성애 성향을 감추지 않고 당당히 자아를 찾고자 했으며, 파격적인 패션과 남들과 다른 개성을 무기로 삼았던 프레디 머큐리의 이야기는 젊은 날 동경하게 되는 이상적인 자신들의 모습인 셈이다.

=20세기 폭스의 시그널이 퀸의 멤버 브라이언 메이의 일렉기타로 시작되는 부분은 꽤나 인상적입니다. 이를 듣는 중년들은 마치 한 편의 영화라기 보다 과거의 록 콘서트를 보던 타임머신을 타는 기분이 든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또 문제는 그것이 중년들만의 향유 대상은 아니라는 것. 현실에서 꿈과 사랑을 찾지 못하는 젊은 청춘들은 프레디 머큐리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에서 한껏 쪼그라든 자신들의 자아를 다시 찾아본다 합니다. 그야말로 전 세대에 소구하는 퀸의 음악과 영화가 지금 이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의 중심에 있는 것이라 보여집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퀸을 연기하는 배우들. 사진/뉴시스

3. 세대를 구별하지 않는 문화 현상 '떼창'

“퀸 열풍, 탬버린 들고 떼창...10대도 댓글 달아"
(노컷뉴스 읽어보기)

◇ 그 영화 상영관 중에는 아예 퀸 노래를 따라부르면서 보는 그런 영화관도 많다면서요? 

◆ 일명 싱어롱, 혹자들은 떼창이라고 하죠. 가사를 보면서 따라 부르고 준비해 온 여러 가지 의상이나 응원 도구 같은 걸 동원해서 같이 따라 부른다거나. 예를 들면 탬버린을 준비해 와서 노래를 부르며 따라 치는데요. 영화 속에서도 프레디 머큐리가 노래를 부르면서 등장을 하게 됩니다. 

◇ 프레디 머큐리가 탬버린 들고 나오는 그 장면에서, 자신이 가져온 탬버린을 꺼내서 같이 막 흔들면서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 네, 맞습니다. 

='싱어롱' 후기들을 보고 있으니 재밌는 이야기들도 많이들 나옵니다. 처음에는 쭈볏쭈볏거리던 관객들은 이제 'N차 관람'에 들어서며 각종 준비물들을 갖고 '싱어롱'에 임합니다. 머큐리 특유의 콧수염과 패션을 흉내내거나 탬버린까지 들고 오는 관객들도 있다 합니다. 

이들은 영화 초반부 머큐리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부터 시작해 영화 중간 중간 모든 퀸의 곡들을 함께 따라부르고, 심지어는 '위 윌 록유'의 발구르기와 손뼉 박자도 모두 다 따라하면서 마치 콘서트장에 온 듯한 전율을 느낀다고 합니다. '떼창'이 세대를 구별하지 않고 영화관의 문화 현상을 뒤바꾸고 있는 겁니다.
 

실제 밴드 퀸 멤버들. 사진/뉴시스

4.개봉 앞둔 음악영화들, 흥행 성공할지 주목

보헤미안랩소디 이후 음악영화 러시, 리스펙트·어거스트러쉬…
(뉴시스 읽어보기)

28일 누적관객 500만명을 돌파한 '보헤미안 랩소디'로 음악영화 열풍이 절정에 달했다. 지난달 할리우드 배우 브래들리 쿠퍼(43), 팝스타 레이디 가가(32)가 주연한 '스타 이즈 본'을 시작으로 '보헤미안 랩소디'를 거쳐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다큐멘터리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까지, 음악 관련 영화들이 극장가에 새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런 흐름을 이어 받아 연말에도 대거 음악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빈지노, 더 콰이엇, 딥플로우, 타이거JK 등 국내 힙합퍼들이 한국 힙합의 역사와 현재를 말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리스펙트'는 28일 개봉합니다. 12월20일 헝가리 코미디 뮤지컬 영화 '부다페스트 로큰롤'과 디즈니 실사 영화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 비틀즈의 음악 '프리 애스 어 버드(Free As A Bird)' 원곡이 삽입된 '스윙키즈', 음악영화로 국내에서도 흥행에 성공한 '어거스트 러쉬(재개봉)'도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사실 '싱어롱'이 국내에 처음 도입된 건 디즈니 '겨울왕국'의 '렛잇고 열풍'이었고, 이를 심화 확장시킨 건 '보헤미안 랩소디'의 성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개봉될 음악 영화들이 음악영화 열풍을 또 새로운 방식으로 주도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겨울왕국. 사진/뉴시스
 
5.'떼창' 영화관 넘어 뮤지컬·콘서트 장으로

극장도 콘서트장이 된다…문화로 자리잡는 '떼창 열풍'
(JTBC 방송보기)

뮤지컬에서도 막을 내리기 직전 관객이 노래를 따라부르는 부분이 추가됐습니다. 곡을 외우지 못해도 미리 나눠준 가사카드를 보며 참여할 수 있습니다.

콘서트나 야구장에서 곧잘 보이는 함께 노래 따라 부르기, 이른바 '떼창'은 흥을 표현하고 나누기를 좋아하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문화로 꼽힙니다. 지켜보는 사람이 공연을 음미하는 수준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애착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최근 뮤지컬 분야에서도 관객과 배우들이 함께 하는 싱어롱 버전이 나타나고 있다 합니다.

관객이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노래 가사를 자막으로 넣어 보여주는 게 영화 버전의 '싱어롱'이라면 뮤지컬에선 노래가사가 적힌 카드를 관객들에게 제공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고(故) 이영훈(1960~2008) 작곡가 노래를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 '광화문 연가'의 일부 회차 커튼콜이 싱어롱 버전으로 진행될 예정이라 합니다.

굳이 '싱어롱' 버전이 아니더라도 콘서트장에서는 이미 열광적인 팬들 중심으로 '싱어롱'이 진행돼 왔는데, 공연업계에선 이번 영화 열풍 이후로 '떼창'에 관한 관람객들의 적극성이 더 진작될 수 있을거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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