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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두산 임원 승진 쉽게 아는 법 “차 바뀌는지 물어보세요”

2018-11-27 18:15

조회수 : 1,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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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접어들면서 주요 그룹들이 연이어 사장단·임원 인사를 발표하고 있다.
 
샐러리맨이라면 늘 꿈꾸는 임원 승진. 수백~수천 명의 입사 동기와 선·후배, 최근에는 외부 영입인사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야 달 수 있다. 임원으로 승진하면, 목표는 다시 최고경영자(CEO)에 향한다.
 
어쨌건, 임원으로 승진하면, 그동안 알아뒀던 거래처·파트너, 동종 업계 등 다양한 인맥들로부터 축하 인사와 난과 같은 선물을 받는다. 깨끗한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과도한 축하 관행은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정이 있는 한국 사회인데 아예 없앤다는 것은 매정해 보인다.
 
그런데, 제도 시행 10년을 바라보고 있지만, 인사가 나도 좀처럼 ‘승진’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기 어려운 대기업이 있다. 바로 두산그룹이다. 인사제도와 관련해 한국 재계를 선도한 기업으로 불린다.
 
두산그룹은 이미 1996년 관리전문적인 조직운영체제를 버리고 전문직이고 직무능력 지향적으로 전환하기 위해 과·부 단위 조직을 전면 폐지하고 대단위 팀제를 도입했다. 소위 말하는 ‘팀장님’이란 호칭을 이때부터 처음 썼다. 앞서 도입했던 연봉제도 한국 정서에 맞춰 호봉제와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하다가 그해부터 업무 성과에 따라 개인별 차등화를 둬서 팀원이 팀장보다 많이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고, 이럴 경우 혹시라도 발생할 조직력 약화를 메우기 위해 팀 인센티브를 강화함으로서 함께 일하고 성과를 내자는 작은 공동체인 팀제 조직의 안착을 유도했다. 재계에서 가장 먼저 연말 정기인사를 폐지하고 수시인사를 도입한 첫 기업도 두산그룹이다. 지난 2000년부터 이를 제도화했다.
 
사진/뉴시스
 
그로부터 10년 후, 두산그룹은 지금까지 가장 외부에서 파악하기 애매한 제도를 도입했다. 2010년 7월부터 시행한 ‘신 인사정책’이 그것이다.
 
신 인사정책은 상무·전무·부사장·사장·부회장 등으로 나눠 실적에 따라 임원 개인을 승진시키는 타이틀 중심의 인사제도가 아닌, 각 임원이 맡은 직무의 중요성에 우선을 두고 직무에 따라 승진을 시키는 게 핵심이다.
 
임원을 평가하는 직무평가 방법을 A, B, C, D, E 등 다섯 단계로 나눠 각 단계마다 가장 가치가 높은 직무는 A등급에, 낮은 등급은 E등급으로 두는 등 중요성이 높은 순서대로 직무군을 편성했다. 그런데 이들 등급에는 부회장은 전부 A등급에, 첫 승진 이사는 E등급 식으로 나눈 것이 아니다. 같은 부회장이라도 A등급에 속하는 핵심 직무를 담당하는 인사가 있는 반면, B나 C등급에 속한 부회장도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직책의 변화로는 승진 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
 
가령, 두산중공업에서 사장을 맡았던 경영자가 매출 규모가 작은 계열사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 일반인들은 직위가 올라갔으니 승진한 것으로 여기지만, 두산그룹 내에서는 이를 ‘이동’이라고 표현한다. 즉, 두산중공업 사장과 해당 계열사 부회장은 직무평가 등급 상으로는 같기 때문에 승진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두산그룹은 직책도 상승하면서 임원 당사자가 업그레이드 된 직무를 맡는다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승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두산중공업 내에서 전무급이었던 건설BG 해외플랜트 총괄이 EPC BG장으로 업무가 바뀌면서 부사장으로 타이틀을 바꾸면 승진이다.
 
해당 직무를 맡던 임원이 직무의 가치를 높이는 데 일조를 하면 그 임원의 직급을 상승시켜 주기도 한다. 이때는 직무의 가치를 높인 수준에 따라 ‘승진’이나 ‘이동’이라는 표현을 구분해 사용한다. 오너 4세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은 지난 2012년 사장에서 부회장이 됐을 때는 승진이었지만, 2016년 부회장에서 회장이 됐을 땐 이동이었다. 회장이지만 겸임하고 있는 두산그룹에서는 부회장이라는 직위를 유지하고 있다. 박 회장은 2012년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에서 COO 부회장이 됐고, 2016년에는 COO 직책을 뗐다.
 
이 같은 방법을 도입한 이유는 직무 평가 방법을 활용해 우수한 능력의 임원을 핵심 사업 부문장에 배치해 비핵심 사업 부문장을 맡은 임원에 비해 보다 많은 대우를 해주기 위함이다. 핵심과 비핵심의 구분 또한 해당 사업을 얼마나 많이 키워내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이를 위해 덜 중요한 직무에 배치된 임원들도 능력만 발휘하면 보다 더 중요한 직무로 올라설 수 있는 로테이션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임원들에게 보다 진취적인 업무 추진을 하도록 유도하고 성과만큼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행 10년이 다되어가도 외부에서는 직무와 직책이 혼용된 두산의 인사정책을 헷갈려 하고 있다. 두산그룹 임원의 공식 명칭은 ‘OOO담당 부문장’, ‘OOO 책임’ 등이다. 하지만 외부 협력사는 물론 두산그룹 직원들조차 직책인 ‘부회장’, ‘사장’, ‘부사장’이라고 부른다. 연공서열 문화가 강한 한국 정서상 아직은 기존 타이틀이 임원의 수준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타이틀이 바뀐 임원들은 내부에서는 승진이 아닌데 외부에서는 축하 전화나 난을 받는 경우가 많다. 외부 행사에 초청장을 보낼 때도 의전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회사의 제도를 설명해줘야 하는데 바쁜 업무 일정에 이를 알려줄 시간이 없어 그냥 인사를 받고 만다고 한다.
 
굉장히 어렵지만, 두산그룹에서 임원인사가 났을 때 승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있다. 임원 인사가 났을 때, 다른 직원들에게 “그분의 차종이 바뀌나요?”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이동할 때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차종이 동일하며, 임금도 거의 비슷하다. 만약, 제공 차종이 커지고, 임금이 올랐다고 하면 승진이다. 임금 인상 여부는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쉽게 물어볼 수 없다. 따라서 차가 바뀌는지만 알면 승진 여부를 바로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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