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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지

(현장에서)외국 법관 눈에 비친 대한민국 판사

2018-11-2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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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질문을 하는 직업이다. 공익적 목적과 위법하지 않는 한 ‘민감한 문제’라는 이유로 피할 수 없다.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해, 국민들이 알고 싶어 하는 사실을 대신해서 확인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그러라고 비싼 돈 들여 신문을 구독하고 시청료를 낸다.
 
최근 ‘혜경궁 김씨’ 사건으로 이재명 경기지사가 한 방송사 기자로부터 질문을 받자마자 악의적이라며 마이크를 손으로 잡아내려 논란이 됐다. ‘악의적 질문이 따로 있느냐’는 해당 기자의 반문에 공감한다. 
 
기자도 최근 '응우웬 꿕 호이' 베트남 하노이시 인민법원 행정부 수석부장판사와의 인터뷰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이들을 초대한 사법연수원 소속 모 판사가 그 자리에 동석했는데, 인터뷰 시작 20여 분만에 진행을 중단시켰다. 질문이 민감하다는 이유였다.  
 
처음 제지를 받았던 질문 내용은 ‘양승태 대법원의 상고법원 거래 조건으로 사법정보화사업이 거론된 것을 알고 있느냐는 '는 것이었다. 사법정보화사업은 국내 전자소송 시스템을 베트남에 수출하는 것으로, 앞서 대법원이 코이카와 함께 베트남 사법연수원을 준공한 이후의 후속사업이다. 응우웬 부장판사는 이미 베트남 사법연수원 준공이 한국 대법원 사업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한국의 전자소송을 배워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사업이 청와대에 상고법원제 도입을 설득하기 위해 수단으로 ‘상고법원 입법추진을 위한 BH 설득방안'에 적혀 있었다는 것을 알았는지, 알았다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기자로서 물어봐야 했다. 
 
동석한 판사는 분명한 이유 없이 다만, '시간이 없고, 법관들이 피곤하다'고 했다. 그때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당황해 하던 응우웬 부장판사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당장 항의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만나기 어려운 귀한손님 앞이라 인터뷰를 간신히 재개했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응우웬 부장판사는 '사법농단 의혹 사건'을 예상 외로 소상히 알고 있었다. "뉴스를 통해 알았다"는 답변으로 미뤄 짐작건대 사법연수원 연수프로그램 과정 중 들은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계속되는 동석 판사의 견제와 개입에 인터뷰는 얼마 못 가 중단됐다. 판사와 함께 온 통역관은 인터뷰를 중단한 채 나가는 기자에게 베트남 법관이 잘 알지 못하는 것을 참작하라고 덧붙였다응우웬 부장판사가 이 말을 알아듣는 눈치였다.
 
한국은 베트남에게 있어 사법문화에 관한 한 선례가 되는 국가다. 한국 사법부 문화와 시스템을 견학 온 베트남 법관에게 그 동석 판사는 선례 국가의 판사였을까, 사법농단 국가의 판사였을까.
 
최영지 사회부 기자(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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