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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lawch@etomato.com

오직 진실이 이끄는대로…"반갑습니다. 최기철입니다."
(법썰)'포토라인'에 대처하는 '손님'들의 자세

2018-11-23 11:57

조회수 :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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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한 전 대법관이 사법농단 의혹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오늘(23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차한성(비공개)·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에 이어 대법관으로서는 세 번째 소환 조사입니다.
 
우선 출석 장면 같이 보시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고영한 전 대법관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자 : “퇴임사에서 대법원이 국민 기본권 보장 최후의 보루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사법농단 사태 불거졌습니다. 책임감 느끼십니까?”
 
고 전 대법관 : “법원행정처 행위로 인해서 사법부를 사랑하시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하고, 누구보다도 지금 이 순간에도 옳은 판결 바른 재판을 위해서 애쓰시는 후배법관을 포함한 법원 구성원 여러분께 정말 송구스럽습니다. 우리 사법부가 하루빨리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기자 : “사법농단 의혹은 후배법관들과 법원행정처장 중에 누구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하십니까?”
 
고 전 대법관 : (5초 침묵)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조사시에 성실히 답변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 수사기밀 유출이나 재판거래가 법원행정처장의 정당한 직무라고 생각했나요? 말씀 부탁드립니다.
 
고 전 대법관 : …
 
기자 : 법관 탄핵 얘기 나오는데 책임감 느끼십니까?
 
고 전 대법관 : …
 
 
 
사실 이들 세 전 대법관이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물론이고, 현직 판사들이 포토라인에 선다는 것은 작년만 해도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검사들은 왕왕 보였습니다만. 요즘은 낯익은 분들이 화면에 많이 나와 저로서도 참 마음이 불편합니다.
 
한편으로는 눈에 띄는 부분도 있습니다. 포토라인에서의 멘트입니다. 법조계 영향력 있는 원로로서 ‘법리의 신’격인 대법관 출신 법조인의 멘트도 다른 일반 ‘손님(피의자)’들과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유감과 사과의 진실성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포토라인에 서는 손님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일정한 형식에서는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소박하게 나름대로 나눠 본 ‘포토라인 손님들’의 스타일은 준비형(MB형), 앵무새형(아몰랑형), 단답형, 침묵형 등 4가지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3월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준비형(MB형)’은 말 그대로 포토라인에 설 것을 미리 예견하고 하고 싶은 말을 사전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오는 스타일입니다.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서 요즘 나오시는 분들이 대체로 이렇습니다.
 
이 경우 포토라인에 설 때 피의자들의 표정은 침통하지만 안정감이 있어 보입니다. 일반적으로는 공개 출석하는 고발인이나 참고인들이 속합니다. 최근에는 재벌이나 고위공무원 피의자들이 이런 경향을 보입니다. 특히 국회의원 열에 일곱이 이렇습니다. 기업사건을 많이 하는 변호사들 얘기로는, 기업총수 피의자들 중에는 이것만 특별히 시간을 내 따로 연습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개중에는 공개 출석하는 고발인이나 참고인들을 넘어서 아예 원고를 준비해오는 피의자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일종의 ‘확신범’으로 분류되는데 지난 3월14일 검찰에 출석했을 당시 원고를 준비해 와 1분 21초 동안 낭독했습니다. 그가 서울중앙지검 중앙현관 앞에 그려진 포토라인에 서는 순간, 상당한 시간을 기다린 기자가 질문을 시도했지만 원고부터 꺼냅니다. 현장이나 뉴스화면을 보면 이 전 대통령은 당시 원고 낭독 후 질문을 받겠다는 취지로 보였는데 본인 얘기 다 하시고 쿨하게 청사 안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앵무새형(아몰랑형)’은 광범위한 손님들로부터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전략입니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OO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라는 말만 반복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스타일의 대표주자입니다. 
 
지난 2017년 3월21일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로 출석한 박 전 대통령은, 취재진이 여러 질문을 하자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고 일축하고 조사실로 입장합니다. 그 외 질문에는 일체 답을 안 했습니다. 이 시간이 53초, 1분이 채 안 되는 시간입니다. 이 전 대통령도 이 부분에서 ‘앵무새형(아몰랑형)’의 특성을 보였습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3월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피의자가 된 두 전직 대통령은 포토라인에도 상당히 닮았는데, 박 전 대통령은 펜스를 쳐 취재진 접근을 막았는가 하면, 이 전 대통령은 대표 질문을 할 여성기자 1명의 접근만을 허용했습니다. 물론 질문을 받지 않았습니다만. 
 
‘단답형’은 취재진 질문에 ‘예’, ‘아니오’, ‘모릅니다(생각나지 않습니다)’로만 말하는 형입니다. 포토라인에 서기로 사전에 약속이 돼있더라도 잠깐 멈췄다가 바로 들어가는 손님들이 많습니다. 취재진 중 한 사람으로서는, 그래도 이 ‘단답형’ 손님들이 성의 있어보입니다. 적어도 질문에는 답변을 하니까요.
 
‘침묵형’은 말 그대로 아무 대답도 않고 의견도 밝히지 않는 형입니다. 포토라인을 바로 질러가는 손님들이 불가피하게 쓰는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포토라인에 머물면서 침묵하는 손님들도 많습니다. 주로 강력 범죄 피의자로 방문하신 손님들이 여기에 많이 속합니다.
 
번외로 ‘하이브리드형’이 있습니다. 세가지 이상의 스타일을 혼용하는 손님들입니다. 비선실세 최순실이 대표적입니다. 2016년 10월31일 첫 검찰 출석 때 오열하면서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라고 읍소하던 최순실은 2017년 1월 특검 출석 때에는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닙니다. 저는 너무 억울해요”라고 목청껏 소리쳤습니다. 당시 특검 건물 미화원께서 “염병하네” 피쳐링으로 수고해주셨습니다.
 
말이 장황했습니다만, 수사기관 첫 출석이 손님들로서는 아무래도상당한 부담입니다. 서 본 분들 중 한분은 “일단, 월요일 점심시간에 발가벗고 광화문 네거리 한 가운데 서있는 것 같더라. 1분이 채 안됐는데 20분이 지난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전략도 훌륭한 방패도, 결국 찰나고 부질없습니다. 포토라인에는 손님 한분 자리만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손님으로 포토라인에 서지 않는 것이겠지요. 
 
국정농단 '비선실세' 최순실이 2016년 10월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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