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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논쟁 힙합계로, 소모전 경계해야

2018-11-19 18:47

조회수 : 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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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역 주점 폭행 사건으로 촉발된 '젠더 논쟁'이 힙합계로 번지고 있습니다. 

이수역 주점 폭행 사건은 지난 13일 이수역 인근 한 주점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남성 일행 3명과 여성 일행 2명이 서로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사건인데요. 

인터넷상으로만 드러나던 여성 혐오와 남성 혐오가 실제 표면적으로 충돌한 사건이며, 양측의 진술이 사건 발생 일주일 뒤에도 계속 엇갈리면서 '논란 가열' 양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논란이 힙합계 쪽으로도 번지면서 가열되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 16일 산이가 '페미니스트'란 곡을 기습 공개하자, 또 다른 래퍼인 제리케이와 슬릭이 산이의 가사를 비판했고, 산이가 다시 '6.9㎝'란 곡으로 응수하며 '디스'(Diss)전 양상이 가열되는 분위기입니다.

지금까지 온라인상으로 드러나던 문제들이 실제 현실화 되면서 소모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데, 이와 관련한 사건 현황 그리고 힙합계에 번지는 논쟁 사안, 전문가들의 분석 등 관련 정보를 종합해 봅니다.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 등 여성단체들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시위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1.수면 위로 드러난 '젠더 갈등', 이수역 주점 폭행 사건

경찰, '이수역 폭행' 당사자 이번 주 모두 소환 조사
(연합뉴스 읽어보기)

여성 측은 이후 인터넷에 남성으로부터 혐오 발언을 들었다는 글과 붕대를 감고 치료를 받은 사진을 올리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반면 남성 측은 당시 여성들이 먼저 주점에서 소란을 피우고 욕설과 함께 시비를 걸었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지난 14일 주점 내부 폐쇄회로(CC)TV 분석과 점주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여성 일행이 먼저 남성에게 신체적 접촉한 사실을 파악했다. 큰 충돌이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주점 밖 계단에는 CCTV가 없어 경찰은 당사자 진술을 통해 계단에서 벌어진 폭행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내가 찼다, 왜”…‘이수역 폭행 사건’ 여성 측, 새로운 영상 공개
(아시아경제 읽어보기)

서울 이수역 인근 주점에서 벌어진 남녀 폭행을 둘러싼 가해자와 피해자 논란이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여성 측이 당시 현장을 담은 새로운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남성 일행 측은 출동한 경찰에게 여성을 발길질한 걸 인정하는 듯한 발언도 나온다.

=지난 13일 발생한 이수역 주점 사건은 현재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주점 내부 폐쇄회로(CC)TV 분석과 점주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여성 일행이 먼저 남성에게 신체적 접촉한 사실을 파악했지만, 이후 19일 'SBS'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남성 일행 측이 여성을 발길질한 걸 인정하는 듯한 발언도 나와 책임의 소지가 누구에게 있는지 파악이 어렵습니다.

19일 경찰이 이번주 양측을 모두 비공개 소환조사하기로 하면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지켜봐야 하는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2.산이에서 시작된, 힙합계 '젠더 논쟁'

'젠더' 논쟁, 힙합계로…산이·제리케이 등 '디스'전 양상
(연합뉴스 읽어보기)

래퍼 산이가 지난 16일 '페미니스트'란 곡을 기습 공개하자, 또 다른 래퍼인 제리케이와 슬릭이 산이의 가사를 비판했고, 산이가 다시 '6.9㎝'란 곡으로 응수하며 '디스'(Diss)전 양상이 됐다.

시작점은 산이가 "저는 여성을 혐오하지 않는다. 혐오가 불씨가 되어 혐오가 조장되는 상황을 혐오한다"라는 글과 함께 유튜브에 공개한 '페미니스트'였다. 산이는 이 곡에서 '넌 또 OECD 국가 중 대한민국/ 남녀 월급 차이가 어쩌구 저쩌구', '야 그렇게 권릴 원하면 왜 군댄 안가냐/ 왜 데이트 할 땐 돈은 왜 내가내' 등 직설적인 랩을 내뱉어 누리꾼의 갑론을박을 불러왔다.


=산이는 자신이 남녀가 서로 혐오를 부추기는 오늘날의 현실을 랩에 담아 '혐오'를 '혐오'한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그 시점부터 계속해서 가열되는 양상입니다. 

산이와 산이를 저격하는 힙합 뮤지션들 서로가 주고 받는 원색적 랩 가사가 사람들에게도 오르내리면서 오히려 '젠더 논쟁'의 분위기를 가열시켰는데, 불씨는 단순히 힙합 뿐 아니라 영화 등 연예계로도 확산되는 양상입니다.

래퍼 산이. 사진/뉴시스

3. '82년생 김지영' 발췌까지 연예계도 젠더대결

연예계 젠더대결로 번진 ‘이수역 주점 폭행’
(문화일보 읽어보기)

배우 손수현(오른쪽) 역시 자신의 SNS에 ‘fact’라는 단어와 함께 소설 ‘82년생 김지영’ 속 글귀를 발췌해 올렸다.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 중 남녀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다. 2014년 통계에 따르면, 남성 임금을 100만 원으로 봤을 때 OECD 평균 여성 임금은 84만4000원이고 한국의 여성 임금은 63만3000원이다’는 내용으로 산이의 ‘페미니스트’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중적인 인지도와 파급력이 큰 연예인들이 이수역 폭행 사건을 언급하며 온라인 상에서 젠더 대결을 촉발하는 모양새가 되고 있는 겁니다. 특히 경찰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한쪽을 지지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것이 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사회적 공인으로서의 역할론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배우 손수현. 사진/뉴시스

4. '혐' 소모전…다른 식의 관점 필요하다

'젠더' 논쟁, 힙합계로…산이·제리케이 등 '디스'전 양상
(연합뉴스 읽어보기)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혐'(嫌)을 끌어들인 디스는 소모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미 사회적으로 그 해결점을 찾기 쉽지 않아 다른 식의 사고와 관점이 필요한 시점인데, 다시 혐의 관점으로 프레임을 짜서 들어가는 것은 오히려 (남성과 여성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연예계 젠더대결로 번진 ‘이수역 주점 폭행’
(문화일보 읽어보기)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래퍼가 사회적 사건에 대해 직설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담은 랩을 발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이 사건은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한쪽으로 치우친 의견이 포함되면 오히려 대중을 선동할 수 있다”며 “지나치게 과열된 분위기를 냉각시킬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 일부 연예인이 화제성을 위해 이를 이용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미 사회적으로도 남성, 혹은 여성 '혐오' 문제는 그 해결점을 찾지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평론가들은 이에 문화 콘텐츠 상 한 쪽으로 치우친 '혐'의 관점이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이수역 주점 폭행 사건'이 해결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색적 비난으로 상황을 가열하는 것은 상황을 더 좋지 않게 몰아가는 일이겠죠.

벌레나 해괴망측한 대상에 붙이던 '혐'이 어떻게 성별 서로에 붙이는 단어로 전락됐는지, 안타깝기가 그지없고 이제는 소모적이라 생각도 듭니다. '비혐 사회'를 만들 수는 없는건지, 이번 사태를 통해 다시금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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