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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봉한 '해리 포터' 청춘들은 울컥한다

2018-11-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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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화면으로 해리포터와 헤르미온느와 인사를 나누던 어린이들이 이제는 '청춘'이란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20년 전 마법 학교 입학을 꿈꾸던 그들의 오늘은 사실 어제와 크게 다를 바 없죠. 매일 아침 학교나 회사를 가고, 공부나 일을 하며, 현실을 살아갑니다. 잿빛 도시에서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희망하며 산다는 게 그들의 유일한 낙이자 꿈이랄까요. 그들은 탈출구를 늘 꿈꾸며 살아갑니다.
 
20년 후 그들이 울컥합니다. 잊혀져가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서서히 선명해지면서입니다. 지팡이를 타고 퀴디치를 하는 해리포터와 헤르미온느, 킹스 크로스 역의 9와 3/4 승강장, 목청이 터지라 '자유'라 외치는 도비. 현실을 잊어가던 그들을 위로 해주는 비현실 세계. 
 
지난달 24일 극장에서 재개봉한 해리포터 덕에 청춘들은 울컥합니다. 퇴근을 하고 부리나케 영화를 보고 관련 소품을 직접 입고 축제를 즐깁니다. 다시 뜨거운 해리포터 열풍,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청춘들의 모습을 살펴봅니다.
 
1.극장가를 흔드는 '해리포터 열풍'
 
‘해리포터’의 재등장…‘신동사’ 흥행으로 이어질까 [돌아온 영화①]
 
전 세계를 마법으로 물들인 ‘해리포터’의 첫 번째 시리즈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17년 만에 극장으로 돌아왔다. 매진 행렬을 이루는 ‘해리포터의 마법사의 돌’은 앞으로 개봉하는 ‘신비한 동물 사전2’의 흥행까지 이어질까.
 
'해리포터'는 뭘해도 된다?…'신동범', 압도적 수치로 1위
 
해리포터의 스핀오프(오리지널 영화나 드라마를 바탕으로 새롭게 파생되어 나온 작품)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이하 '신동범)가 개봉 첫날 압도적인 수치로 박스오피스 1위로 데뷔했다. 1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전날(14일) 개봉한 '신동범'은 전국 27만 2,361명의 관객을 모았다.
 
=JK롤링이 직접 각본을 쓴 두 작품이 함께 개봉하면서 '해리포터 열풍'이 극장가에 불고 있습니다. 특히 17년 만에 재개봉하는 해리포터의 1편은 신기술 4DX로 구현이 되면서 이를 찾아보려는 수요가 엄청 납니다. 전국 33개 스크린에서 상영되는데, 좌석 판매율이 70%에 달할 정도로 어마무시합니다. 함께 개봉한 해리포터의 스핀오프 시리즈의 효과, 새로운 구현된 기술 효과도 '열풍'에 기여하는 듯 하지만, 콘텐츠가 열풍으로까지 번지는 가장 큰 요인은 아마 관객의 '추억'일겁니다. 17년이란 세월이 흘렀어도 다시 맑은 해리포터와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청춘들의 설레임일 겁니다. 
 
해리포터. 사진/뉴시스
 
2.해리포터·헤르미온느와 함께 성장해온 2030
 
해리포터, 20년 만에 소환되다
 
20년 전 마법학교 입학을 꿈꾸던 소년·소녀들은 이제 자유를 갈망하는 직장인이 됐다. 소설 '해리포터'에서 주인으로부터 풀려난 집요정 도비의 외침을 새긴 맨투맨 티셔츠는 9일 출시 하루 만에 1만장 완판됐다. 회사로부터 탈출을 꿈꾸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퇴사하는 날 입고 가고 싶다" "퇴사준비생의 필수 아이템"이라며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도비 맨투맨을 비롯해 마법사 맨투맨, 퀴디치(마법 세계의 스포츠) 스웨터 등 의류 브랜드 스파오(SPAO)가 기획한 해리포터 관련 상품은 요즘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총 25만장이 팔렸다.
 
전국 곳곳에 해리포터를 모티브로 한 카페나 술집도 생기고 있다. 서울 홍대 앞엔 '킹스크로스' 카페가 문 연다. 소설 속 마법 세계와 연결되는 킹스크로스역 9와 4분의 3 승강장을 재현했다. 마법 지팡이 가게 콘셉트로 만든 부산 '포티드' 카페는 이미 지역 명소가 됐다. 충남 호서대는 지난해부터 마법학교 호그와트 이름을 따 '호서와트'란 축제를 만들었다. 
 
=영화의 힘에 '해리포터'로 시작되는 콘텐츠가 특수효과를 누리고 있습니다. 17년 전 어린이들이었던 그들이 이제는 사회초년생이 되면서 구매력이 생겼습니다. 맨투맨 티셔츠를 사고 카페나 술집을 갑니다. 최근에는 해리포터를 체험할 수 있는 해외 여행을 가는 젊은 층도 많습니다. 해리포터 소품으로 코스프레하고 사진을 찍기 위해 말이죠. 
 
첫 번째 영화에서 소개 된 그리핀도르의 휴게실. 사진/위키피디아
 
3. '키덜트', '덕후' 범주에서 시장가치 해석도
 
덕후 여행자들…`해리포터`·`레고` 만나러 세상 어디든
 
-‘해리포터 덕후’…런던 해리포터 스튜디오 금까기
 
런던에서 1시간 떨어진 해리포터 박물관을 다녀오는 게 미션이다. 당연히 개별자유여행 상품. 영화 속 세트장을 재현하고, 제작진이 보관하던 소품을 한데 모아 마치 실제 해리포터 세계에 들어와 있는 듯한 게 매력. 해리포터가 지냈던 집부터 호그와트 마법학교, 심지어 상점가까지 모두 그대로다. 기념품 샵에서는 마법지팡이, 특이한 맛의 젤리, 버터 맥주를 실제로 구매하거나 맛볼 수 있다.
 
= 어른(Adult)과 아이(kids)의 합성어 '키덜트', 혹은 한가지일에 광적으로 몰입하는 '덕후' 등의 측면에서 이를 해석하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어른이 돼 버렸으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먹고 살던 이들의 구매력을 시장가치로 환산하는 것이죠.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키덜트 시장규모는 2014년 5000억원대에서 매년 증가해 올해는 1조를 넘어설 정도로 주목하는 트렌드가 됐습니다. 이제 더 이상 '소수 문화'로 치부할 수 없는 '주류'이자 '다수' 문화가 돼 버린 것이죠.
 
도비. 사진/유튜브 영상캡처
 
4. 울컥이게 되는 현실, 비현실을 꿈꾸게 한다
 
재개봉한 '해리 포터' 보며 울컥하는 청춘들, 왜?
 
마음은 여전히 아이와 거의 다를 바가 없다고 느끼면서, 아직 준비가 되지 못했다고 생각하면서도, 우리들은 떠밀리듯 성인이 된다. 문득 성인이 된 채, 현실의 삶을 그런대로 열심히 살아나가며 느끼는 각박하고 퍽퍽한 일상의 감정들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 한 자락은 잠깐의 안정과 행복감을 안겨준다.
 
=회색빛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삶이 청춘들은 낯설게 느껴집니다. 그보다는 따뜻하고 아늑했던 호그와트 입학 초대장을 간절히 원했을지도 모릅니다. 떠밀리듯 성인이 돼 버린 이들은 그런 현실의 삶에서 조금이나마 '도비'와 같은 해방을 꿈꿉니다. 일상의 감정을 벗어나기 위해 잠시나마 비현실의 세계로 접속하려는 것이죠. 
 
팍팍한 일상을 달래기 위한 소소하고 값진 행복, 그것이 해리포터 열풍의 이면입니다. 어쩐지 조금 슬픈 이야기이지만 조금이나마 세상이 더 따뜻하고 나아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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