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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연

(단독)BGF리테일, CU점주협에 최저임금 논의 '보안서약서' 요구

협의회 "일반점주 배제한 채 밀실 협의 강요" 반발…본사 "주총 우려 때문" 해명

2018-11-1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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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적용을 앞두고 BGF리테일(282330)이 점주를 대표하는 CU가맹점주협의회와의 논의 과정에서 '보안 서약서'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BGF리테일은 주주총회 등 최종 의사결정에 앞서 결론이 외부로 알려지면 문제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드는 반면, 협의회 측은 일반 점주를 배제한 채 본사가 일방적으로 결론을 내려 한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BGF리테일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최저수익보장제에 관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앞뒤가 다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CU가맹점주협의회와 BGF리테일 등에 따르면 편의점 가맹본부인 BGF리테일은 협의회 측에 보안 서약서 작성을 요구했다. 본부가 제시한 서약서에는 영업이익 등 영업지표는 물론 협상 결과를 비롯한 일체의 협상 내용을 외부에 알리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외부에는 협의회를 제외한 일반 점주도 포함된다. 본사와 협의회는 지난달부터 상생TF를 구성해 최저임금 인상 지원 등에 관해 논의 중이다.
 
본사는 협의 결과를 포함, TF에서 언급된 내용이 알려지면 주주총회 등의 절차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보안서약서를 요구했다는 입장이다. 회의 과정에서 경영지표 등 공유 정보에 대한 기밀 서약 역시 당연한 요구라는 입장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협의회와 내린 결론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주총 등 절차가 필요하다"며 "내용이 미리 알려지면 준법절차가 준수되지 못하는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가맹본사인 BGF리테일이 CU가맹점주협의회에 작성을 요구한 보안 서약서. 사진/CU 가맹점주협의회
 
하지만 협의회는 본사가 일반 점주를 배제한 채 밀실 협의를 강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회사가 이해당사자인 주주 동의 절차를 거치듯 점주를 대표하는 협의회 역시 총회를 거쳐 일반 점주의 추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협의회가 서약서 내용에 합의하면 최저임금 인상 대책에 대한 일반 점주와 협의회 간 소통이 불가능해진다는 점에서도 일반 점주가 아닌 협의회만 설득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 역시 해당 서약서가 본사와 협의회 간 대등한 협상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장치가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회사의 경영정보를 포함한 주요 내용을 외부에 알리지 않을 것을 요구하는 형식이 상하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김재희 변호사는 "민·형사상 책임을 포함해 직원에게 요구하는 보안서약서와 유사해 협의회의 손발을 묶어놓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협의는 수평적 관계가 전제돼야 함에도 본사가 시키는 대로만 하도록 강요하는 것"라이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에도 본사가 협의회와의 협상 내용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문제된 바 있다. ▲가맹점 생애관리 프로그램 도입에 연간 800억~900억원 지원 ▲점포 운영 시스템 고도화에 5년 간 총 6000억원 투자 ▲스태프 케어(Care) 기금 조성 및 기초 고용질서 준수 등이 담겼지만 1년 이내 신규 점포와 24시간 운영 점포에만 집중된 지원책으로 점주들 반발을 샀고, 결국 해당 집행부가 일괄 사퇴한 뒤 현 집행부가 들어섰다.
 
협의회에 따르면 본사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에 대한 일정부분 분담 요구에 대해 지원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했다. 현재도 어려움에 처한 가맹점주들에게 추가적인 고통을 고스란히 감내하라는 것이다. CU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회사 요구대로 서약서를 쓰면 점주들 모르게 비밀 상생협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다. 민주적인 방법이 아닌 만큼 협의회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본사는 자기들이 베푸니까 주는 대로 받으라는 식으로, 애초에 협상의 의지가 없어 보인다. 협의회만 구슬려보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본사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계기로 정치권으로 논란이 확산되자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서유승 BGF리테일 영업개발부문장 상무는 편의점 본사가 가맹점에게만 부담을 떠넘긴다는 의원들 지적에 "가맹점주들의 어려운 상황을 공감한다"며 최저수익보장제를 포함한 실질적인 상생방안을 검토해나가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후 여당이 점주 피해자단체와 교섭을 중재하는 과정에서도 BGF리테일이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 민생연석회의에 참여하는 한 관계자는 "최저수익보장제 관련 세븐일레븐과 함께 BGF리테일 측이 가장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정치권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BGF리테일은 실제로는 최근까지도 협의회와 도입을 약속했던 상생안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 협의회 관계자는 "명절 휴무나 경조사 등 불가피한 경우 직영점 아르바이트를 보내주거나 해당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지원을 합의한 바 있지만 지난 추석때 1만3000개 점포 중 지원된 경우가 30곳이 채 안된다"며 "제도는 시행하지 않은 채 홈페이지 홍보는 물론 점포 영업 때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부터 4차례 회의했던 본사와 협의회는 현재 논의를 중단한 상태다. 협의회 측은 "상생협약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본사가 개별 점주들과 협상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이는 협의회를 인정하지 않는 것을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만큼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12월 BGF리테일과 CU가맹점주협의회가 상생협약식을 맺은 뒤 박재구 BGF리테일 사장(오른쪽)과 김성태 당시 CU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BGF리테일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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