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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경

[취재단상]들어는 보셨죠? 세종특별자치시

2018-11-08 19:00

조회수 : 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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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특별자치시.
 
공직에 몸을 담고 있거나 대전 충청지역 거주자가 아니라면 다소 생소한 도시명일겁니다.
 
정부부처 수십개가 모여있는 세종시에는 오래전부터 이곳에 거주했던 주민보다 공무원이거나 공무원 가족 그리고 유관기관 사람들이 업무를 위해 이주해 온 이들이 비율적으로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세종시는 정부의  각종 통계에서 조금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가장 젊은 도시이자 가장 인구유입이 많은 도시 그리고 산업적 측면에서도 이제 갓 태어난 아기처럼 여러 기반시설이 조금씩 서서히 갖춰가는 도시입니다.
 
정부세종청사./권대경
 
여기서 생활하는 기자들의 삶도 조금 독특하다면 독특할 수 있습니다. 주로 정부부처를 취재하기 위해 세종에서 근무하는 기자들은 대체로 몇 가지 부류로 나뉩니다.
 
가족이 모두 이주한 경우, 미혼으로서 홀로 거주하는 경우, 기혼이지만 서울이나 경기도를 왔다갔다하는 주말부부, 고향이 대전세종인근이라 본가에서 출퇴근하는 경우 등 입니다.
 
아마 세종에 직장을 둔 이들도 대체로 비슷한 형태일겁니다. 그런탓에 통상 목요일 저녁이 되면 도시가 다소 썰렁해집니다. 상당수 인구가 서울이나 경기도로 빠져 나가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세종에 터전을 둔 기자들은 지역적 특성상 여가를 보내는 방법이 꽤 건전하고 친환경적입니다. 기자들끼리 모여 농구나 탁구, 테니스를 즐기거나 산행을 하거나 등등입니다.
 
청사 이전 초창기 웃픈 일들도 꽤 많았습니다.
 
언제나 출장 중인 김 과장은 서울에도 없고 세종에도 없고 (즉 세종 직장에서는 서울 출장을 핑계로 자리를 비우고 서울에서는 당연히 세종에 있을꺼라 여기는 상황)
 
식당이 없어서 공무원과 기자들이 얽혀서 점심시간이면 청사 구내식당이 발디딜틈없이 붐볐고 인근의 이른바 함바식당도 가득찼습니다.
 
저녁에 소주라도 한잔 기울이기 위해 몇 안되는 대포집을 가면 왠만한 주당들은 다 마주치는 일도 빈번했습니다.
 
차량 접촉사고로 얼굴을 붉히고 돌아선 후 상대가 잘 아는 지인의 친인척인 경우도 많았습니다.
 
학교에선 과장 자녀, 국장 자녀, 사무관 자녀, 기자 자녀가 한 반 친구가 되기도 했습니다.
 
인근 대덕연구단지에서 이사온 학생의 부모님이 모두 박사라 시험문제의 오류를 발견해 담당 교사가 얼굴이 붉어졌다는 얘기도 돕니다.
 
일부 부적절한 불륜사건도 한 때 유행처럼 일어났었고, 우울증에 몹쓸 결단을 내리는 일들도 있었습니다.
 
유명 커피브랜드 매장 오픈 소식에 커피매니아들은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대형마트가 들어서기 전에는 장을 보기 위해 대전으로 나가기도 했습니다.
 
물론 인근의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상당수 외지에서 온 탓에 시장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기 어려운 상황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세종은 어엿한 행정도시로 서서히 면모를 갖춰가고 있는듯 합니다. 기반시설은 물론이고 여가생활을 즐길수 있는 곳들도 꽤 늘었습니다.
 
여전히 수십 수백곳의 공사장 소음이 귀를 괴롭히지만, 도시가 제 모양을 갖춰가는 장면을 보는것은 꽤 흥미롭습니다.
 
아직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많지만 그래도 역사상 최고의 군주로 꼽히는 세종대왕의 이름을 딴 세종시가 명품도시로 성장해갔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
 
40대 초반에 황량한 벌판의 세종에 취재를 위해 첫발을 내딛은 뒤 벌써 중반을 넘어서는 시점에도 여전히 세종은 제 삶의 한축이 돼 있습니다.
 
이 도시가 태어나고 자라는 순간에 여기서 지낸 기억이 먼 훗날 자랑으로 생각됐음 합니다.
 
매일 아침 용모양을 본떠 지어진 정부 청사 철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오늘 하루 취재하고 보도하는 저의 업무적 행위가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지나가다 문득 생각이 나면 교육차원에서 견학차원에서 세종에 한 번 들려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인근에 의외로 맛집과 볼거리들 많습니다.
 
정경부 권대경 기자 kwon2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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