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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찰리푸스 건반이 말했다, ‘나야, 이게 나라고!’

7일 오후 8시 잠실실내체육관 8500여 관객과 호흡…성장한 푸스가 있었다

2018-11-0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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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스무스 크리미널(Smooth Criminal)’이 연상되는 강렬한 비트감이었다. 백색 조명 만이 비춰지는 무대에 검정 그림자가 등장하니, 흡사 마이클 잭슨의 환영이 잠시 일렁이는 듯 했다.
 
7일 오후 8시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찰리 푸스의 두 번째 내한 공연. 오프닝부터 푸스는 훨씬 더 성장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 풀어 놓고 있었다. 젊은 나이에 얻게 된 음악적 명성과 그와는 대조적으로 이따금 들려오던 혹평 세례의 무거움. 자신을 의문 부호로 바라보던 일각의 시선에 그는 이날 건반으로 이렇게 응수했다. ‘나야, 이게 나라고!(‘더 웨이 아이 엠(That's just the way I am!)’
 
찰리푸스.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푸스는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고, 버클리 음대를 장학생으로 졸업한 ‘음악 수재’다. 2015년 영화 ‘분노의 질주’ OST에 참여한 ‘시 유 어게인(See You Again)’을 계기로 유명세를 얻었다. 이후 스티비 원더, 제이슨 데룰로, 릴 웨인 등과의 공동 작업을 하며 세계적인 팝스타로 발돋움하게 된다. 
 
하지만 갑작스레 쏟아진 세계적인 관심은 그의 마음을 무겁게도 했다. 2016년 정규 1집 ‘나인 트랙 마인드(Nine Track Mind)’을 냈는데, 그간 발표한 유명 싱글 위주로 구성되다 보니 평론가들 사이에서 거센 혹평이 오갔다. 이미 다 알려진 곡들의 모음이자 ‘단조롭고 특장점 없는 앨범(Bland Music)’이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지적. 당당하게 자신의 음악을 해오던 그가 생전 처음 받은 가혹한 평가였다.
 
찰리푸스와 밴드 멤버들.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하지만 올해 5월 발표한 2집 ‘보이스 노츠(Voice Notes)’로 그는 1집 평가의 아픔을 딛고 ‘성장’했다. 신스 팝과 디스코, 알앤비, 소프트록까지 어우르며 그는 다양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해간다. 기존 연인을 향하기만 하던 가사 스토리도 데뷔 초 때 ‘시 유 어게인’처럼 인류애로까지 확장된다. 이날 공연에서도 2집에 수록된 13곡 중 11곡을 내리 라이브로 선사했는데, 자신의 고민을 토로하던 푸스는 연인과의 사랑을 말하고, 후반부에선 범지구적인 주제로 확장시켜갔다. 
 
‘우린 모두 똑같이 소중한 존재니 이를 깨닫는 날 세상의 변화를 만들 수 있다(2집 수록곡 ‘Change’)거나 ‘죽은 이를 보내는 보편적 감정은 누구나 힘들고 아프지만 견뎌내야 한다(데뷔 초 ‘See You Again’)’는 식이다. 
 
무대에서 가장 빛나던 순간은 그의 손가락이 건반 위에서 현란하게 춤출 때였다. 재즈, 클래식을 전문적으로 했던 이력답게 그는 어떤 곡에서든 신스사이저를 둘러 메거나 건반 앞에 서서 자유자재로 연주하며 노래했다. ‘썸바디 톨드 미(Somebody Told Me)’나 ‘서퍼(Suffer)’ 때는 앞부분이나 후렴 이후를 재즈식 즉흥연주로 길게 늘어뜨리는 덕에 진짜 라이브의 묘미를 제대로 느껴볼 수 있었다. 특히 ‘썸바디 톨드 미’에 앞서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캔트 헬프 폴링 인 러브(Can’t Help Falling in Love)’를 연주하기도 했는데, 음악에 대한 그의 정성과 존경이 뚝뚝 묻어나는 듯 했다.
 
찰리푸스.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능수능란한 무대 매너는 과연 소문대로였다. ‘돈 포 미(Done for Me)’를 부르기 전 상의 탈의로 장내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더니 ‘어텐션(Attention)’ 때는 팬이 준 피카츄 모자를 쓰고 귀를 움직이며 귀엽게 인사를 했다. 곡 ‘하우 롱(How Long)’ 순서를 소개할 때는 “한국, 어떻게 지냈니?(South Korea, How long have you been?)란 센스 있는 인사말도 돋보였다.
 
이날 공연장에는 시야 제한석까지 포함 약 8500명 가량의 팬들이 구름떼처럼 몰려 들었다. 당초 공연 예정일은 8일 하루였지만 빠르게 매진되는 바람에 주최 측에서 7일 하루를 추가했다. 그런데도 양일 모두 매진. 이틀 간 약 17000명 가량의 관객이 몰린다. 고척스카이돔에 맞먹는 규모로 2년 만에 팬이 8배 가량 늘었다.
 
푸스는 "이틀 밤 공연 티켓이 모두 팔린 것으로 안다. 정말 감사하다. 한국에서 BTS(방탄소년단)과 함께 공연도 했다. 저는 정말 행운아인 것 같다"고 내한 소감을 전했다.
 
찰리 푸스.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지난 5일 입국한 푸스는 이번 내한 기간 중 BTS와 협업 무대도 가졌다. 6일 한국 대중음악 시상식 '2018 MGA'에 참석해 ‘위 돈트 토크 애니모어(We Don’t Talk Any More)’, ‘페이크 러브(Fake Love)’를 BTS와 함께 불렀다. 
 
월드투어 중인 푸스는 8일 서울 공연을 한 뒤 9일 출국한다. 이어 대만(10일), 싱가포르(13일), 말레이시아(14일), 인도네시아(16일), 일본(19∼22일)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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