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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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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패권 ‘데이터 무역권’ 구축 경쟁

코트라 무역관이 본 ‘기술전쟁’ 2제 (하)

2018-11-0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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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국가들의 패권은 석유 자원과 활용으로 잡았다면, 21세기에는 ‘데이터’ 자원과 그 활용으로 강대국과 약소국으로 나뉠 전망이다. 코트라 오사카 무역관은 ‘日·美·EU, 디지털 패권을 둘러싼 ‘데이터 무역권’ 추진’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데이터 패권을 쟁취하기 위한 국가들간 경쟁을 소개했다.
 
‘데이터 경제’가 국가나 기업을 움직이는 원리로 작용하고 있다. 데이터는 활용하기에 따라 신규 산업이나 혁신을 창출해 빠르게 국가의 경제력을 높일 수 있다. 그 결과 전 세계에 넘쳐나는 데이터가 부를 창출하는 수단이 되고 있으며, 국가와 기업들은 일제히 데이터 쟁탈전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 상용화 이후 데이터 시대는 약 30년에 불과하지만, 미국은 전 세계 데이터를 모아 혁신기술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냈다. 데이터 경제의 상징고도 같은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닷컴)는 10년 만에 시가총액이 10배로 증가했으며, 총액은 400조엔(한화 39조7100억원)에 달한다.
 
미·중, 데이터센터·해저케이블 구축 경쟁
 
데이터 경제의 핵심 기반은 ‘데이터 센터’다. 서버, 네트워크, 스토리지 등 정보기술(IT)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장비를 한 건물 안에 모아 24시간 365일 운영하고 데이터를 통합·관리하는 시설을 말한다. 인터넷을 이용한 검색, 쇼핑, 게임 등 모든 정보를 저장하고 웹사이트에 표시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서버 컴퓨터가 필요하므로, 서버 컴퓨터를 한 장소에 모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데이터 센터를 설립한다. GAFA와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은 전 세계에 45개 이상의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미 시너지리서치그룹 조사에 따르면, 최소 수십만 대 이상의 서버를 운영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Hyperscale Data Center)’는 전 세계에 400여 개가 존재하며, 세계 점유율은 미국이 44%, 중국 8%, 일본과 영국이 각각 6%, 호주·독일은 각각 5% 등의 순이다. 리서치기업 IDC 재팬이 발표한 2018년 일본 기업 데이터센터 투자예측에 따르면 2018년도 투자액은 전년대비 91.8% 증가한 1502억엔(약 1조4911억원)이었다. 현재는 미국이 선두를 유지하고 있지만, 2위인 중국의 국내 네티즌이 9억명으로 미국의 3배다. 인도 등 신흥국에도 추격당하며 미국 점유율은 수년 내에 30%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2017년 12월 세계 대규모 데이터센터 현황(왼쪽)과 일본 기업 데이터센터 신·증설 투자 예측. 자료/코트라 오사카 무역관
 
국가간 데이터 이동을 위한 혈관에 해당하는 ‘해저케이블’ 투자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해저케이블은 광섬유를 이용해 전화, 인터넷, 개인 트래픽 전송까지 담당하는 케이블로, 데이터 통신의 90% 이상을 담당하고 있으며, 위성보다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현재 남극을 제외한 전 세계가 해저 케이블로 연결돼 총 길이는 약 120만km이며 이는 지구 30바퀴에 해당한다. 미국은 태평양에서, 중국은 이에 대항하듯 동남아시아에서 인도양, 아프리카까지 케이블망을 넓히고 있다.
 
해저케이블 지도 및 데이터 국력 순위. 자료/코트라 오사카 무역관
 
중국의 기술이전 요구·데이터유통 경계
 
지난 수개월간 일본과 유럽연합(EU)은 미국과 함께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중국의 ‘강제 기술이전’에 대해 강력히 불만을 제기해 왔다. 지난 5월 미·일·유럽연합(EU) 경제관료들은 공동 성명에서 “어떤 국가도 합작벤처 의무화, 외국인 지분 제한, 경영 간섭, 라이선스 절차 등의 수단으로 외국 기업에서 자국 기업으로 기술이전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는데,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경고였다.
 
중국의 관리사회형 데이터 유통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중국은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의 기업을 내세우면서도 국가가 주도해 대량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중국의 국가 주도·관리사회형 데이터 무역권은 차기 패권을 잡기 전에 투명성이 높고 인권을 중시하는 무역권을 만들어 역내 대량의 데이터를 공유해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양과 질이 모두 뒷받침되는 높은 수준의 데이터를 사용하면 중국의 인공지능(AI) 경쟁력은 비약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비해 미국·일본·EU는 인권을 중시하고 어느 정도 익명화한 데이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AI의 경쟁력에서 뒤쳐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무역전쟁의 포화를 열었고, 지난 6월 캐나다 오타와 G7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전선이 형성됐다. 9월25일 미국 워싱턴에 모인 미·일·EU 대표단은 중국의 산업보조금 및 국영기업 운영 등에 대한 WTO 공동 제소 방안을 협의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무역, 강제 기술이전뿐 아니라 데이터 국력 증강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데이터 유통에 관한 규칙을 정하기로 논의했다. 일본이 의장국을 맡는 2019년 6월 G20 정상회의 전까지 합의해 공표할 예정이다.
 
데이터 관련 미·일·EU의 중국 견제 움직임(왼쪽)과 해외 데이터 이전 자유도 비교. 사진/코트라 오사카 무역관
 
미·일·EU 데이터 무역권 추진
 
한편, 지난 7월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경제관료간 ‘네트워크 경제협력 대화’에서는 제임스 설리번 미 상무부 차관보가 일본측에 먼저 데이터 유통과 관련한 새로운 규칙에 대한 내용을 제안했다. 설리번 차관보는 “자유롭게 열린 디지털 무역을 촉진하기 위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대체할 틀을 양국이 주도하자”고 했는데, 미국 측의 구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탈을 표명한 TPP의 데이터 판이라고도 볼 수 있다. 토대는 현재 미국, 한국, 일본, 캐나다 등 8개국이 참가하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회의(APEC)의 ‘국경 간 프라이버시 규칙(CBPR)’으로, 국경을 초월해 기업이 보유한 개인 데이터를 자유롭게 주고 받는다는 개념이다. CBPR(Cross-border Privacy Rules)은 APEC이 전자상거래 활성화와 회원국 간 안전한 개인정보 이전을 위해 지난 2011년 개발한 글로벌 개인정보보호 인증제도다.
 
전 세계의 개인정보를 독점해 온 GAFA에 대해 EU가 ‘일반 데이터 보호규칙(GDPR)’을 도입해 견제했지만, 미국은 이제 ‘중국 포위망’ 형성을 위해 연대를 꾀하고 있다.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은 1995년 제정된 ‘EU 데이터 보호지침’을 대체하는 신규 법안으로, 2018년 5월25일부터 시행했으며, EU 거주자의 개인 데이터 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위반시 매출액의 4%에서 2000만유로(약 26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벌금을 부과한다.
 
이에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10월19일 기자회견에서, 미·일·EU 무역장관이 회합에서 ▲디지털 보호주의 확대에 관한 우려를 공유했으며, ▲디지털 무역과 디지털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협력과 ▲데이터 보안 촉진을 통한 비즈니스 환경 향상을 꾀하는 것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올 들어 주요 기업들의 데이터 유출 사건이 잇따르자 미국 내에서도 GAFA 규제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GDPR와 데이터 유출로 GAFA의 패권이 흔들린 틈을 타 일본은 EU와 미국 사이의 가교 역할을 맡아 규칙 제정에 나설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EU의 GDPR에 준거한 규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모든 물건이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의 경우 제조업에 강점을 가진 일본에도 기회가 있으므로, 산업 데이터를 안전하게 유통하는 규칙을 만들어 성장으로 연결할 계획이다. 또한 일본 정부는 개인정보보호나 사이버 보안 대책이 미흡한 국가·지역, 기업으로의 데이터 이전을 금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해외 이전에는 엄격한 승인을 거치고 투명성도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향후 일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유럽사법당국이 구체적인 내용을 정리해 각국의 관련법을 정비할 예정이므로 일본도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 확보 보다 활용이 더 중요
 
이러한 데이터 무역권 구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자원확보 만이 아닌 자원활용이 중요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석유의 세기에 세계를 좌지우지한 것은 중동 등 자원국이 아니었고, 고도의 기술을 사용해 석유를 연료로 한 자동차나 항공기 등 산업을 육성한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 7개국(G7)이었다. 즉, 대량의 데이터 자원을 확보한다고 해도 그것을 활용할 기술이나 지혜가 없으면 경제력이나 부의 창출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데이터 자원이 부족해도 활용기술이 있으면 부의 창출이 가능하다는게 그들의 논리다. 예를 들어 인구 870만명의 이스라엘은 대형 데이터센터도 해저케이블도 적지만, 화상인식이나 사이버 대책 등의 첨단기술로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 인구 560만명의 싱가포르는 GAFA의 데이터센터를 적극적으로 유치해 배차 앱 분야 동남아시아 최대 기업인 그랩을 탄생시켰다.
 
이와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기업 P사의 M씨는 무역관과의 인터뷰를 통해 “데이터는 보유한다고 해서 부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면서 “데이터를 무역권으로 묶어도 그 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하면 무역권 내에 형성되는 패권의 다툼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활용 가능한 데이터를 미국에 공유만 해주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면서 데이터 무역권 형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G20 정상회의 이전을 목표로 데이터 무역권 형성을 급히 추진하기보다는 관련 전공자 육성, 인재 활용이 잘 뒷받침된 후에 진행해도 일본에 늦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데이터가 경쟁력인 시대가 되면서 국가와 기업이 데이터 쟁탈전에 나서고 있으며, 관련 인프라 투자에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무역뿐 아니라 데이터 유통이 중요시되면서 향후 데이터국력 재편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특히, 제2차 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출범한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제에서 서비스무역 비중 증가로 인해 ‘서비스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이 새로이 제정되고, 현재의 WTO 협정과 불가분의 관계인 것처럼 향후 국가 간 데이터 유통에 관한 규칙 제정은 필수불가결한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무역권은 대세, 한국도 참여해야
 
이에 보고서는 “한국은 구글이나 야후가 국민대표 검색포털이 아닌 극소수 국가에 해당할 뿐 아니라 스마트폰 보급률 세계 1위, 인터넷 평균속도 세계 1위를 기록한 국가”라면서 “한국도 기업에서만 논의를 진행하기보다는 정부차원에서 미·일·EU 무역장관 회의동향을 잘 살펴 데이터 무역권 형성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EU의 GDPR 적정성평가 절차에서 핵심역할을 맡고 있는 EU 시민자유·사법·내무위원회(LIBE)의 요청으로, 지난 1일 LIBE 대표단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 네이버와 함께 개인정보보호 현황, 적정성평가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GDPR 적정성평가는 GDPR가 기본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개인정보 역외이전’을 예외적으로 인정해주는 평가를 말한다.
 
보고서는 “데이터 무역권 형성 자체에서 더 나아가 어떻게 그 데이터를 활용하느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금까지의 무역규칙으로는 다 파악할 수 없는 글로벌 경쟁이 시작되고 있으며, IT 강국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관련 전공자 육성, 관련 분야 인재 활용이 잘 뒷받침된 데이터 경제형성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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