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김재범

kjb517@etomato.com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영화계에도 양 회장은 존재합니다. 여전히

2018-10-31 16:48

조회수 : 1,671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폭행, 궁극적으론 갑질 문제입니다. 힘을 가진 ‘갑’이 힘을 갖지 못한 ‘을’에게 유무형의 폭력을 행사하고 강압적으로 자신의 위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통상적으로 말합니다. 30일 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 보도된 웹하드업체 ‘위디스크’ 설립자이자 한국미래기술 양진호 회장의 폭행 동영상은 사실 이런 갑질 행태의 단편적인 모습일 뿐입니다. 동영상 속 피해자는 무려 3년 만에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고백했습니다. 그는 ‘좁은 업계에서 양 회장의 힘이 내게 어떤 피해를 줄지 몰라 입을 다물고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대표적으로 영화계에서도 만연합니다. 인력풀 자체가 협소하다 보니 업계가 작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역으로 이용하는 ‘갑’의 행태가 결국 이런 현상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올해 초 문화계 전반을 발칵 뒤집어 놓은 미투 운동이 대표적일 것입니다.
 

♦ 미투의 부끄러운 민낯 김기덕 어디서 뭐하나
 
올해 초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번져갈 때였습니다. 여러 영화계 관계자들과 기자들은 한 사람의 루머가 사실로 드러날지 관심을 집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에게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피해자들이 속속들이 목소리를 냈습니다. 경찰 조사가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오래된 사연이고 증거도 불충분했습니다. 검찰은 김 감독에 대해 벌금형 500만 원에 약식 기소했으며, 피해자의 성추행 주장에 대해선 강제추행지상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린 바 있습니다. 김 감독은 이후 자신의 민 낯을 고발한 한 지상파 고발프로그램의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습니다. 물론 기각됐습니다. 이후 국내 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졌다고 호소한 그는 해외에 연이어 체류하며 외부와의 연락을 끊었습니다. 현재 그는 카자흐스탄에서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습니다.
 
'김기덕 폭행 고소' 여배우 측 "'혐의없음' 검찰 처분에 항고한다"(TV리포트 보도)
 
김기덕, 카자흐스탄에서 영화 촬영 중(아시아경제 보도)
 
영화 ‘뫼비우스’ 촬영 당시 한 여배우에게 연기 지도를 한다는 명목으로 뺨을 때리고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할 정도의 과도한 행위를 요구했단 지적이 있습니다. 결국 국내 영화계에서 사실상 퇴출됐지만 그는 국제적인 위상을 발판으로 해외에서 자신의 영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내 감독으로선 유일한 세계 3대 영화제 감독상 수상 경력을 갖고 있는 김 감독입니다. 양진호 회장의 폭행 동영상을 능가하는 갑질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위상과 갑질은 정비례한다는 씁쓸함을 보여주는 경우입니다.
 
♦ 유형의 폭력만 갑질?
 
사실 영화계에서 김 감독의 사례만이 갑질로 비춰지는 것은 아닙니다. 김 감독의 사례는 언급하기는 민감하지만 피해자가 분명하게 피해를 본 상흔이 존재합니다. 때문에 사건의 전후좌우를 분명히 할 수 있는 증거는 충분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런 증거와 상흔조차 남지 않는 진짜 갑질은 따로 있습니다. 스태프들의 처우 문제입니다. 특히나 시나리오 작가들의 처우는 처참한 수준입니다. 몇 년 전 ‘먹다 남은 김치나 밥이 있으면 나눠주세요’란 메모를 남기고 죽은 한 여성 시나리오 작가의 사례는 극렬한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킨 바 있습니다. 이후 이른바 ‘최고은법’ ‘표준근로계약서’가 도입돼 처우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큰 도움은 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 현직 시나리오 작가는 “영화계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가 시나리오 작가를 단순한 오퍼레이터로 전락시키고 있다”면서 “이는 국내 영화계가 ‘감독-작가’의 일원화 그리고 연출자인 감독들이 자신이 쓴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드는 풍토가 고착화 되면서 결국 시나리오 작가들을 단순 하청 개념으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뉴스토마토에 전했습니다. 시스템이 사람에게 가할 수 있는 또 다른 갑질의 유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시나리오 작가 처우…여전히 최악(뉴스1 보도)
 
“시나리오 작가에 수익지분 지급 의무화”… 영화계 ‘甲질’ 사라질까(문화일보 보도)
 

♦ 여전한 유무형의 폭력
 
김기덕 감독의 폭력적 갑질, 시스템적 구조적 갑질 그 외에도 여러 형태의 갑질은 영화계의 폭력적 성향을 여전히 고착화시키고 있는 문제점입니다. 20년 전 기자 생활 이전 영화 제작 현장에서 체험한 폭력적 분위기는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한 듯 보입니다. 극히 일부의 감독들이지만 현장에서 막내 스태프에게 지금도 폭언과 폭행을 일삼고 있다는 말이 들려 옵니다. 이것 역시 ‘트레이닝’과 ‘현장’이란 말로 희석됩니다. 저 역시 20년 전 현장에서 폭언과 폭행을 몸소 체험하고 당했던 피해자 중 한 사람이기 때문에 ‘지금은 아니다’란 해명에는 고개를 갸우뚱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양진호 회장의 폭행 피해자는 아마도 그랬을 것입니다. IT업계에서 자신에 대한 평판이 양 회장의입을 통해 어떤 식으로 퍼져나갈지 두려웠을 것입니다. 영화계 역시 마찬가지일 듯 합니다. 테크니컬적인 업무가 주된 업계 현장이 반대 급부로 ‘인력풀’이 원활하지 못한 것은 폐쇄적인 업무 현장 분위기와 고압적이고 강압적인 지시 형태에서 시작되는 듯합니다. 이른바 ‘도제식’ 시스템을 통해 이뤄지는 현장의 분위기. 사실상 갑질의 또 다른 얼굴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사진/김기덕(MBC 방송 캡처), 양진호 회장 뉴스 보도(SBS 방송 캡처)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