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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카스텐 하현우 "첫 솔로 '이타카', 꿈꾸는 순간과 과정의 가치"

밴드활동 11년 만의 솔로 데뷔…"꿈은 나를 길러주는 나침반"

2018-10-26 19:14

조회수 : 9,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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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최근 그리스 이타카로 여행을 갔습니다. 계기는 '이타카'란 이름의 시 때문이었어요. 시는 꿈, 이상, 즉 자기가 이루려는 목표를 이타카로 표현합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다면 그것 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얘기하죠. 그게 제가 살아온 삶, 가치관과 잘 맞는 것 같았어요."
 
국카스텐 하현우가 데뷔 11년 만에 첫 솔로 앨범 '이타카(Ithaca)'를 냈다. 콘스탄틴 카바피의 시에 감명을 받고 그리스 이타카에서 구상한 작품이다. 공식 음반 발매를 이틀 앞둔 26일 오후 3시 서울 방이동 올림픽홀 뮤즈라이브에서 기자간담회 겸 음악회를 가졌다.
 
"제가 살아온 길도 (솔로 앨범 이야기와) 마찬가지였어요. 늘 실패와 실수가 많았고, 밴드 활동 초반에는 사회의 '불량품'이라 생각하기도 했죠. 남들은 모두 데이트도 하고 여행도 가는데 나는 왜 이렇게 공사현장에서 먼지를 마시며 음악을 하나, 하며 20대를 보냈으니까요. 그럼에도 음악을 처음 시작했던 20살부터 꿈을 품고 18년째 느린 속도로 꾸준히 걸어온 것 같아요."
 
26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홀 뮤즈라이브에서 국카스텐 하현우가 솔로 EP '이타카' 음악감상회에 참여한 모습. 사진/인터파크ENT
 
총 5곡이 수록된 앨범은 꿈을 단순히 결과론적으로 재단하는 시각에 대한 반기다. 그는 "꿈이라는 게 정말 사치가 된 세상이고, 꿈이라는 게 자동차와 집을 선물해주는 것은 아닌 것을 안다"며 "하지만 돌아보면 나를 길러주는 '나침반' 역할을 했던 것 같다. 꿈을 꿀 때의 결과 보다 그 꾸는 순간의 열망과 가치를 이번 앨범에서 얘기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앨범의 첫곡과 끝곡 '이타카(Ithaca)'는 그리스 이타카 섬을 마주했을 때 감정을 풀어낸 곡이다. 시로만 알고 있었던 이타카를 배 위에서 마주한 순간 가슴이 뛰던 특별한 경험을 녹여냈다. 
 
"안개에 덮여 있는 이타카 섬을 본 순간의 마음이에요. 글로만 봐왔던 섬을 실제로 본 순간의 감정을 악기로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제가 쓴 곡을 토대로 피아노와 첼로는 AEV씨와 정예나씨, 기타는 정성하씨가 편곡을 해줬어요. 전문적으로 악기를 다루시는 분들께 도움을 청한다면 훨씬 새로운 느낌이 나오겠구나 싶었습니다. 기타 버전에는 잔잔한 바닷물 소리도 나오는데, 그건 올리브 나무가 있는 잔잔한 이타카의 바닷물 소리를 직접 녹음한 거에요."
 
타이틀곡 '홈(Home)' 역시 송연하, 김재현 작곡가에게 편곡 작업을 맡겼다. 늘상 함께 음악을 만들던 밴드의 호흡이 아닌 자신 만의 호흡을 찾기 위해서다. 
 
"랩을 읊조리는 듯한 나레이션 부분은 사실 도전이었어요. 고민하다 넣었는데 편곡을 도와주신 분들이 포인트를 잘 살려주신 것 같아요."
 
"타이틀곡은 집을 떠나서 우리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이유를 이야기하는 노래에요. 여기서의 집은 가족일 수도 있고, 직업일 수도 있고, 무대일 수도 있어요. 그런 익숙한 곳을 떠나면 낯선 공간에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국카스텐 보컬 하현우. 사진/인터파크ENT
 
'홈(Home)'은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느낀 그대로의 이야기다. 20여일 간 개인 작업실에 있다 낯선 이타카를 갔고, 그는 그 곳에서 마법처럼 새로운 영감을 얻었다. "음악 작업을 할 때 한 곳에 오래 있다보면 너무 심오한 생각도 하게 되고 그러는데, 이번에 이타카를 가서 알게 됐어요. 낯선 환경에선 아예 다른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는 걸요."
 
이 외에도 앨범에는 이타카 길거리에서 음악을 읊조리던 자신에게서 영감을 받아 쓴 곡 '항가'와 무지개를 따라서 달려가는 어린 아이의 순수한 꿈과 열정의 모습을 그린 '무지개 소년'이 담겼다.
 
국카스텐 활동이 보컬 하현우의 목소리를 악기화하는 데 집중됐다면, 솔로 앨범은 보컬의 다양한 정체성을 탐색하는 데 보다 더 큰 비중을 할애한다. '나는 가수다', '복면가왕' 등 방송 출연으로 그에겐 '고음 가수'라는 편견 아닌 편견도 생겼으나, 그는 오히려 다양한 목소리 정체성을 찾는데 도움도 됐다 생각하고 있다. 
 
그는 "멤버들과는 항상 우린 국카스텐의 부속품이다라고 얘기해왔고, 보컬도 밴드 음의 일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며 "하지만 방송에 출연하면서 노래에 대한 고민을 처음으로 하기 시작했다. 자연적으로 고음만 부각된 건 안타깝지만 오히려 그런 면 때문에 더 다양한 제 모습을 보여드린 것도 같다"고 얘기했다.
 
밴드 국카스텐. 사진/뉴시스
 
11년 전 무명 밴드로 첫 발을 뗐던 과거부터 현재까지를 아우르는 여정, 이타카(Ithaka). 그가 꿈꾸고 그리는 또 다른 미래의 '이타카'는 어떤 세계일까.
 
"국카스텐으로서는 늘 멤버들과 얘기해요. '무조건 건강하자', '건강하기만 하면 뭐든 만들어 낼 수 있다' 고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과거에 얽매이지 말자'에요. 2000년대 초반에 활동했던 밴드에 그치는 것이 아닌, 지금도 뜨거운 밴드이자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늘 새로운 걸 만들어 내는 게 꿈이에요."
 
어려웠던 밴드 환경을 회상하면서는 음악 업계에 대한 간절한 소망도 더했다.
 
"2000년대에도 밴드신은 힘들다는 얘기가 있었어요. 선배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땐 방송출연을 안해도 음반이 잘되면 먹고는 살았다고 해요. 무엇보다 돈이 안되면 무대에 서지도 못하고, 매체에 노출이 잘 안되는 환경이 안타까워요. 저 역시 앨범을 냈을 때 어디서 어떻게 활동할지 뻔하게 정해져 있으니 답답하고요. 밴드는 머릿수도 많고 라이브로 해야 하다보니 활동 반경이 좁아질 수밖에 없거든요. 방송관계자 분들도 이해타산에만 집착하지 말고 좋고 다양한 방송 편성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뮤지션들이 배출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국카스텐 보컬 하현우. 사진/인터파크ENT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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