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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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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인터뷰) 이서진, 그가 ‘완벽한 타인’이 되기까지

2005년 ‘무영검’ 이후 13년 만의 스크린 나들이…”설레였다”

2018-10-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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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요즘은 충분히 그럴 만하다. 그에 대해 짐꾼혹은 삼시세끼를 당연히 떠올리게 마련이다. 사실 엄연히 따지면 한때 대한민국 안방극장을 주름잡던 최고의 시청률 보증수표였는데 말이다. 아마도 ‘1 2에서 미대형으로 예능적 감각을 선보이면서 배우 이서진에 대한 선입견은 완벽하게 역전됐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이서진에게 나영석PD는 고마울 수도 있는 은인이면서도 언젠가는 이별해야 할 그런 사이일 수도 있겠다. 물론 이서진은 퉁명스럽고 떨떠름한 특유의 유머코드를 발휘하며 당연히 후자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물론 워낙 친한 사이라 전하는 나름의 애정 표현이다. 그래서 영화 완벽한 타인속 바람둥이 준모역도 그와는 땔 수 없는 또 다른 연출자 이재규 감독의 요청에 흔쾌히 승낙했던 것 같다. 물론 이서진은 이 감독에 대해 갖은 장난스런 어투를 전부 동원하며 그를 놀려댔다. 참고로 두 사람은 드라마 다모의 주인공과 연출자로 만났다. 벌써 15년이 넘은 찰떡궁합 사이다.
 
이서진.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이서진은 멋쩍은 웃음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배우로서 대중들과 만난 것은 2016 MBC 드라마 결혼계약이 마지막이다. 영화는 2015오늘의 연애에 잠시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실질적인 주연은 2005년 무협영화 무영검이 마지막이었다. 지난 2년 동안은 케이블 채널 예능의 대세로서 존재감을 굳건히 했다. 그래서 이번 영화 선택도 사실 부담감이 없진 않아 있었을 듯 했다.
 
하하하. ‘무영검은 정말 아픈 기억이라. 영화는 정말 오랜만이죠. 드라마도 있었지만 사실 예능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는 게 맞죠. 뭐 그런데 해보니 예능 이미지는 금방 잊혀지는 것 같아요. 뭐 영화나 드라마 제의가 없었던 건 아니에요. 굳이 따지자면 드라마는 거의가 멜로라. 이젠 멜로는 그만하고 싶어요. 영화는 많이 왔었는데 다 거절했죠. 그리고 그 영화들도 다 잘 안됐어요(웃음). 그렇게 따지고 보면 제가 보는 눈이 좀 있나 봐요. 하하하.”
 
그는 예능 이미지가 오히려 자신의 선입견을 깨는 데 큰 도움이 된 듯 하다며 만족해 했다. 언제나 실장님 혹은 부잣집 도련님 역할만이 그에게 들어왔었다. ‘다모의 지고지순한 이미지도 그동안 이서진을 따라다닌 모습이다. 그래서 가볍지만 또 유머스러운 지금의 예능적 모습이 어떻게 보면 완벽한 타인의 준모와 잘 맞아 떨어진 듯하기도 한다.
 
영화 '완벽한 타인'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감독이랑은 뭐 다들 아시다시피 워낙 친해서요. 저한테 이 역을 제안하면서 시나리오를 줬는데. 뭐 재미있더라고요. 더욱이 워낙 내공이 출중한 분들이 전부 나오시니 묻어가도 되겠다는 얄팍한 생각도 한 몫했죠(웃음). 이 감독이 저한테 그 많은 배역 중에 딱 준모를 제안한 이유도 알고 있죠. 좀 풀어진 모습? 사실 영화 속 그런 껄렁한 모습이 실제 제 모습이에요. 뭐 바람둥이는 아니지만. 하하하. 이 나이에 바람둥이는 좀 그렇잖아요(웃음).”
 
사실 눈이 저절로 갔던 배역은 따로 있었다고. 배우 윤경호가 연기한 영배가 딱 그랬다고. 영화 속에선 예상 밖의 비밀을 품고 있는 인물이다. 그 비밀 때문에 임팩트가 강했다. 하지만 자신의 색깔과는 분명 맞지 않기에 과연 어떤 배우가 연기할까궁금했단다. 그리고 윤경호란 배우와 만났다. 후배 연기자의 모습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너무 잘했잖아요. ‘영배는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이미지가 맞아야 딱 어울릴 것 같았어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 모두가 아마도 탐을 냈을 거에요. 웬만한 작품에선 만나기 힘든 캐릭터잖아요. 시나리오를 봐도, 영화를 봐도 참 눈에 많이 들어온 배역이에요. 경호가 의외로 나이가 어리거든요(웃음). 참 잘해줘서 고맙죠. 현장에서도 막내로서 역할을 아주 톡톡히 했죠. 이번 영화가 잘되면 아주 주목 받을 후배에요.”
 
이서진.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윤경호가 연기한 영배도 그랬지만 이 영화의 진국은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내공 충만한 배우들의 만담급 대사 열전이다. 공간 변화가 거의 없다. 앉은 자리에서 서로가 주고 받는 대사를 통해 감정과 비밀이 공유된다. 그 공유된 비밀과 감정이 여러 가지의 스토리로 줄기를 뻗는다. 연기 경력만 평균 20년 가까이 되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현장은 말 그대로 애드리브의 열전이나 다름 없었단다.
 
, 진짜 장난 아니었어요. 배우 분들 중에 연기로선 정말 한 가닥 하시는 분들만 모였잖아요. 처음에는 서먹서먹했죠. 그런데 워낙 다들 노련해서. 슛만 들어가면 이 사람이 주면 저 사람이 받고 저 사람이 주면 또 여기서 받고. 완전 핑퐁 게임이에요(웃음). 실제로 몇몇 분은 너무 정신이 없어서 대사도 까먹고 그랬는데 NG도 안났어요. 왜요? ‘저 사람이 대사를 잊어버린 것 같은데그러면 이쪽에서 그걸 탁 막아주는 애드리브가 터져요. 그럼 그 사람은 또 다른 애드리브로 막고. 완전 최고였어요. 하하하.”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모두 모인 현장이라 촬영 자체가 놀이처럼 느껴졌다고. 또한 워낙 현장 경험들이 출중해서 리허설 한 번이면 이른바 치고 빠지는포인트를 귀신 같이 잡아내는 모두의 감각에 각자가 혀를 내둘렀단다. 이서진 역시 이런 현장 분위기에 신이 난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였다고. 감독부터 배우들 모두가 엠티를 온 것처럼 왁자지껄이었단다.
 
영화 '완벽한 타인'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서 저희가 밥 먹는 장면이 풀 샷으로 카메라에 잡힐 때 저 뒤에 모니터를 바라보며 있는 감독이 제일 신나 하더라고요. 하하하. 뭐 신났겠죠. 별 다른 디렉션 자체를 안 줘도 알아서 배우들이 만들었으니. 물론 저희도 너무 재미가 있었어요. 촬영하면서 저도 그랬고 다른 분들도 다 그랬을 듯 해요. ‘이런 작업을 또 할 수 있을까라고. 사실 촬영의 거의 대부분이 식탁에서 밥 먹는 장면이잖아요. 배우가 거의 매일 같은 장면을 찍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 진짜 고욕스럽거든요. 근데 이번에는 전혀 안 그랬어요.”
 
관객들 역시 마찬가지다. ‘완벽한 타인은 공간 변화가 거의 없다. 한 장소에서 이뤄지는 대사의 주고 받음을 통해 모든 게 이뤄진다. 관객들은 그 장면으로 이 영화의 모든 정보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포인트가 많지만 반대로 이 영화는 전혀 그런 점이 없었다. 그건 이서진이 언급한 한 단어로 설명이 가능했다. 바로 비밀이었다.
 
영화 자체가 상대방의 비밀을 들여다 본다는 콘셉트잖아요. 아마도 거기서 관객들이 느끼는 쾌감이 가장 클 것 같아요. 저희도 촬영 현장 세트로 가면 무슨 비밀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느낌이었거든요. 40년 지기 친구들이 만들어 내는 자연스러움, 그 안에서 펼쳐지는 비밀의 향연. 들킬 듯 한데 안 들키려고 발버둥치는 모습들. 이게 묘한 지점을 자극하는 것 같아요. 연기하는 저희도 그랬으니.”
 
이서진.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이서진은 오랜만의 스크린 복귀에 상당히 고무된 기분이었다. 그 역시 그렇단다. 현재도 수 많은 작품의 캐스팅 제안이 들어오고 있지만 자신의 의욕을 자극하는 작품은 없었다고. ‘완벽한 타인은 이재규 감독과의 친분도 있었지만 준모란 바람둥이 캐릭터를 통해 자신에 대한 선입견을 깰 수 있는 기회라고 봤단다. 그리고 그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 줄 기회를 찾고 있다.
 
드라마가 조만간 한 편 방송 예정이에요. 거기선 정말 완벽하게 다른 이서진을 보실 수 있을 듯 해요. 정말 너무 마음에 드는 배역을 오랜만에 만났어요. ‘완벽한 타인으로 저에 대한 선입견을 깨셨다면 케이블채널에서 방송 예정인 드라마 속 이서진은 또 다른 이서진의 모습입니다(웃음). 앞으로 좀 강한 배역으로 많이 찾아 뵐 듯 해요. 당분간 멜로의 이서진은 그만입니다. 하하하.”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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