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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권일

이국종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2018-10-26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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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교수가 화제다. 국내 복합중증외상치료의 권위자로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인 그는 ‘할말은 하는’ 사람이다. 그것도 제대로, 물불 안가리고, 아주 야무지게 한다.
지난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국종 센터장은 닥터헬기 운영지침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했다. “영국에서는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주택가 한복판이나 럭비경기장 등에서도 헬기가 이착륙하는데 우리나라는 인계점을 이유로 헬기가 뜨지 못하게 한다. 그런 경우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인계점은 환자를 태우거나 내리게 할 수 있도록 사전에 이착륙을 허가받은 지점을 이른다. 그는 닥터헬기 안에서 무전을 사용할 수 없어 긴급환자 이송때 의료진간에 카카오톡 메신저로 주고받아야 했던 고충도 털어놓았다. 그는 국감장에서도 눈치보지 않고 할말을 다 했다.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살려내고, 총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던 북한 귀순사병의 목숨을 건져낸 그는 국민적 인기도 높다. 오죽하면 자유한국당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섭외하려고 하기까지 했다. 그는 통신사 KT의 공익광고에 등장할 정도로 국민적 신뢰를 얻었다. 그가 최근 펴낸 2권짜리 에세이 ‘골든아워’는 어렵다는 출판계에서도 지금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기자는 그를 두 번 만났다. 첫 번째는 대우그룹 창립기념일 때였다. 그는 대우재단이 설립한 아주대병원의 외상권역센터장으로 있다. 그는 아주대에서 의학 학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2004년부터 아주대에서 교수로 재직중이다. 대우 가족이라는 것에 대한 그의 자부심은 상당했다. 김우중 회장의 세계경영과 대우정신의 계승자로서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었다. 머리가 희끗한 옛 대우맨들은 그와 사진을 찍으며 아주 흐뭇해했다.
두 번째 만남은 지난 봄, 취재 차 아주대병원 외상센터를 찾아가서 만났다. 그의 바쁜 일정 때문에 전화를 수십차례 하고, 메모를 10여차례 남긴 뒤에야 겨우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직접 만나보니 그에겐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특별한 느낌이 있었다.  
 
 국감장에 참석한 이국종 교수/ 사진 뉴시스  
 
 
첫째, 이름이다. 그는 이국종(李國鍾)이다. 쇠북 종(鍾)이다. 그는 나라의 중요사항을 알리는  지킴이다.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 경고음을 내는 파수꾼과도 같다. 그가 직언을 아끼지 않는데는 그의 이름이 주는 무게감이 있다. 그는 전국 각 지역에 권역외상센터가 설치되게 한 일등공신이다. 의사로서 죽어가는 국민을 살리고자 하는 애국심은 그의 이름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의 부친인 이범홍은 6.25때 부상당한 국가유공자다. 그의 애국심은 부전자전인 듯 보인다. 그는 해군 명예역 소령이기도 하다. 
 
두 번째, 직접 만나서 대화해봤더니 그는 정말 달변이었다. 기자가 만난 의사 가운데, 그처럼 막힘없이 말을 잘하는 이는 보지 못했다. 청산유수로 잘하는게 아니라 자기 분야에 대한 지식이 깊은데다 핵심을 잘 짚는다. 질문의 요지를 금방 이해했고, 피하지 않고 듣고자 하는 말도 잘 내놓았다. 무엇보다 겸손하면서도 신중한데, 거침이 없었다. 그의 말은 직선이되, 인생의 경험을 통해 되새김질한 숙련된 말이었다. 그는 단순한 의사가 아니었다. 
 
셋째, 지독한 열정과 집요함이다. 10여 년 전, 그는 아주대병원이 옥상에 헬기장을 짓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병원 잔디밭 바닥에 직접 헬기장 표식을 그려서 만들었다. 간덩이가 어지간히 크다. 학교 당국이 얼마나 그를 귀찮아했을지(?) 짐작이 갔다. 그 열정이 목숨들을 살려냈다. 미군 헬기들은 그가 그린 헬기장 표식을 보고 중증환자를 싣고 착륙했다. 착륙사고 한번 나지 않았다. 한국 헬기들은 착륙하기엔 위험하다며 기피했지만 미군 헬기는 능숙했다. 그는 죽어가는 환자를 살릴수만 있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그의 열정에 힘입어 지금의 아주대병원 옥상엔 30t 무게도 견딜 수있는 튼튼한 새 헬기장이 만들어졌다. 그는 그 헬기장으로 긴급 출동해 환자들을 살려낸다. 24시간 대기상태다. 그는 우리 시대의 보기 드문 인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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