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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kjb517@etomato.com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대한민국 현대사를 그려온 스크린의 시선

2018-10-24 17:05

조회수 : 3,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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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을 뜨겁게 달궜던 그 시기를 담은 영화들이 매년 약속이나 한 듯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미 영화 ‘변호인’을 통해 대한민국 1137만의 관객이 가슴 뜨거움을 느꼈습니다. 아직도 회자되는 영화 속 송우석 변호사(송강호)가 피를 토하듯 내 뱉은 대사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2항…”은 한국 영화 속 최고 명대사 열전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부분입니다. 지난 해 연말 개봉해 누적 관객 수 700만을 넘어선 영화 ‘1987’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른바 386세대의 가슴을 요동치게 만들었던 ‘6월 항쟁’의 한 복판을 스크린으로 고스란히 옮겨온 작품이었죠. 그리고 24일 암울했지만 눈부신 국민 단결력으로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전례를 남긴 1997년 IMF 사태, 즉 ‘국가 부도의 날’이 스크린으로 옮겨졌습니다. 그동안 국내 관객들의 가슴을 울리고 웃겼던 대한민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스크린에 옮겼던 작품들을 모아봤습니다.
 
 
♦ 그날 궁정동에선 무슨 일이...'그때 그 사람들'
 
1979년 10월 26일. 우리에겐 ’10.26 사태’로 불린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사건입니다. 당시 중앙정보부의 궁정동 안가에서 박 전 대통령, 김계원 전 비서실장, 차지철 전 경호실장 그리고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는 광고모델 출신의 대학 3학년생 신재순씨, 그리고 가수 심수봉이 함께 있었습니다. 그리고 평소 대립각을 세우던 차 실장과 김 부장이 말다툼이 일어났습니다. 결국 몇 발의 총성이 울리게 됐고, 우리가 알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이 죽었습니다. 이후 신군부의 군사재판에서 김 전 부장은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현재까지 김 전 부장에 대한 평가는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영화는 이 상황 속에서 그 주변에 있던 인물들의 고뇌와 갈등을 담아냈습니다. 개봉 당시 논란도 많았습니다.
 
‘그때 그사람들’ 무지와 궤변은 다르다(맥스무비 보도)
 
권력의 천박함, 우매하게 조롱한 ‘그때 그사람들’(씨네21 보도)
 

♦ 아버지의 시선으로 본 질곡의 현대사...'국제시장'
 
조금 다른 시선입니다. 굵직한 현대사 사건을 담은 영화들이 많지만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국제시장’은 조금 다른 시선이었습니다. 한국 전쟁이 주된 배경입니다. 그리고 남북 분단에 따른 이산가족에 대한 얘기를 담아냈습니다. 길고 긴 이 스토리는 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60대 이상 장년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크게 흥행했습니다. 남자이자 가장이며 아버지로서의 삶을 담아낸 영화에 장년층 이상의 남성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고 공감했습니다. 물론 개봉 이후 ‘가부장제를 더욱 미화하고 극대화했다’ 혹은 ‘여성 폄하’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영화 ‘국제시장’으로 컴백한 윤제균 감독(서울경제 보도)
 

♦ ‘변호인’, 고 노무현 대통령
 
또 다른 1000만 흥행작입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란 설명 한 줄 이면 됩니다. 이 영화는 제작 당시 숱한 고비를 넘기며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정권의 압력을 받기도 했다는 루머도 많았습니다. 실제로 CJ엔터테인먼트가 이 영화의 투자 배급을 결정했다가 박근혜 정권의 압력을 받았다는 소문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어느 정도 확인된 내용입니다. 물론 우여곡절 끝에 또 다른 투자 배급사 NEW가 이 영화의 제작과 배급을 결정합니다. 그리고 개봉한 뒤 국민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영화 속에서 송우석 변호사가 고문 경찰 차동영 경감(곽도원)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장면에선 수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답니다.
 
김기춘, ‘변호인’에 크게 화내기도 했다(헤럴드경제 보도)
 
'변호인' 나 너…보고 싶었냐?(TV리포트 보도)
 

♦ 6월 그 뜨거운 목소리…1987
 
‘박종철 열사’, 이 한 단어로 모든 설명이 가능한 1987년 6월 항쟁의 목소리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시작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는 명백한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이었습니다. 이 영화 역시 제작 당시에 충무로에서 ‘불가능한 프로젝트’로 불려왔습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이 당시 집권했던 당이 현재 대한민국 제1 야당으로 버젓이 존재하고 있기에 이런 우려가 있었습니다. 조심스럽게 제작이 됐고 공개가 됐습니다. 영화에서 박처장 역을 맡은 김윤석은 인터뷰에서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그 말을 내가 살면서 직접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난 그 당시 이 대사를 실제로 신문에서 보고 자란 세대다”며 회상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그는 박종철 열사의 고교 후배란 사실까지 공개해 더욱 화제가 됐던 영화입니다.
 
"잊을 수 없는 그날의 뜨거움"…'1987', 생생한 리뷰(조이뉴스 24 보도)
 
담백해서 더 날카로웠던 1987(연합뉴스 보도)
 

♦ 대한민국이 망했다….’국가 부도의 날’
 
1997년 대한민국 남자 대학생들의 군입대 행렬이 줄을 이었습니다. 사실 도피성 입대였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취업을 앞둔 시점에서 대한민국이 부도가 났습니다. 국가 경제가 망했습니다.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다는 긴급 뉴스 보도가 나왔습니다. 기업들이 줄도산을 맞았습니다. 투신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대한민국이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금 모으기 열풍’이 불면서 빠른 시간 안에 대한민국은 제 모습을 회복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회복력이라고 외신들은 극찬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부끄러웠던 민 낯도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이 영화는 그 민 낯을 가감 없이 조명하고 공개합니다. 정말 자랑스러웠던 기억인지 또는 부끄러웠던 경험인지.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분명한 우리의 역사입니다.
 
"반드시 만들어져야해"...김혜수X유아인 '국가부도의 날'이 온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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