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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일자리, 연말에는 늘어날까

2018-10-24 16:25

조회수 : 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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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한파’, ‘고용 쇼크’란 말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 3분기 실업자 수는 106만명으로외환위기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통상적으로 겨울에 고용률이 더 움츠러드는 경향을 감안하면 지표의 추가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1년 미만으로 계약된 취약계층의 일자리입니다. 전체적으로 일자리가 많이 늘지 않는 게 문제지만, 도소매업과 동네 가게들, 숙박·음식업 등 ‘서민 일자리’ 일자리의 감소가 훨씬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24일(오늘) 정부가 낸 ‘단기 부양책’ 역시 올 연말까지 고용과 투자 회복이 쉽지 않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으로 짐작됩니다. 15조원의 금융, 세제 지원, 6만여 개 단기일자리 창출을 골자로 한 대책인데, 구체적으로는 유류세 인하, 취약계층 일자리 확대, 대기업 법인세 감면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기존에 이미 나왔던 ‘재탕’ 정책이라는 점, 결국 따지고 보면 고소득층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 등 실효성에 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면접준비를 하는 구직자들. 사진/뉴시스

1.멈춰 선 한국 경제의 일자리 엔진

3분기 실업자 106만…고용하락 악재까지
 
올해 3분기 실업자 수는 106만명.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만2,000명이 늘었는데 이는 외환위기 후폭풍에 시달리던 1999년의 133만 명 이후 최대치입니다. 분기 실업률은 3.8%로 1년 전보다 0.4%포인트 올랐고 실업자가 100만 명을 넘긴 것은 19년 만에 처음입니다. 

겨울에 고용률이 움츠러드는 경향을 감안하면 지표의 추가적인 악화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서민 소득 늘리겠다는 소득주도성장…서민 일자리 집중 타격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임금 근로자 중 임시직 근로자의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18만7000명, 일용직 근로자는 5만2000명 각각 줄었다. 임시직은 2016년 9월 이후 24개월째, 일용직은 지난해 11월부터 10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특히 임시직의 경우 올해 5월부터 4개월째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10만명 넘게 줄고 있다.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고용창출 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도 문제지만, 특히 ‘서민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는 현상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취약계층을 업종별로 뜯어봐도 1년 전 대비 취업자 감소 수는 서비스 종사자(2만9000명), 판매종사자(8만4000명), 단순노무 종사자(5만멍) 등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겨울 시즌인 12월~2월 사이에는 평균 80만명 정도의 일자리가 줄어드는데, 대체로 이들이 임시, 일용직임을 감안한다면 상황이 더 안좋아지리란 걸 예상할 수 있습니다.
 
4일 오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2018 도민 행복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모집 공고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2. 정부의 ‘단기 부양대책’ 카드 내용은
 
6개월간 유류세 15% 인하…단기 공공일자리 5.9만개 창출
 
정부가 고용과 투자를 중심으로 한 경기부진이 지속되자 경제 전반에 심리적 반전을 꾀하기 위해 종합대책을 쏟아냈다. 서민•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6개월간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15% 인하하고, 공공서비스 중심의 단기 일자리 5만9000개 창출에 나선다. 민간기업의 투자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그간 지체됐던 규제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투자촉진이 이뤄지도록 15조원 규모의 금융과 세제지원을 강화키로 했다.

=오늘 나온 정부의 대책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적으로는 10년 만에 부활한 유류세 인하가 있습니다. 내년 5월6일까지 6개월 간 한시적으로 휘발유, 경유 등에 붙는 유류세를 15% 인하하기로 했습니다. 휘발유 40리터를 주유할 경우 최대 4920원의 주유비를 아낄 수 있다는 건데, 이를 통해 정부는 약 2조원의 유류세가 감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청년층 일자리 확대를 위한 체험형 인턴 채용,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지원인력 채용, 노인과 저소득층, 실직자 등을 위한 일자리 마련 등도 내세웠는데 이를 통해 올 연말까지 일자리 회복에 나선다는 복안입니다.

민간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책도 마련됩니다. 특히 대기업의 혜택이 눈에 띄게 늘어났는데, 해외사업장을 청산한 후 국내 복귀하더라도 기업당 최대 1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완전복귀의 경우에만 지원되던 법인세 감면 혜택을 부분 복귀에도 지원토록 확대했습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 유류세 인한 등에 대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 ‘단기적 효과일 뿐’ 실효성 논란 

 ‘고용파국 막자’ 응급처방 고육지책…“통계용 일자리 분식”
 
다만 이번 일자리대책 재원은 추가 투입 없이 이월•전용, 예비비 등 쓰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예산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일자리 기간이 길어야 2개월짜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 예산에 필요한 부분은 반영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어 고용 기간은 좀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 그러나 오늘 낸 정책 역시 ‘실효성’ 논란과 관련해서는 자유롭지 못한 상황입니다. 

단기 일자리 정책 늘리기에 집중한다는 점은 전반적인 ‘서민 일자리’ 상황 개선으로 이어지기에 한계가 있다는 근본적 물음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장 겨울 시즌을 고려한 정책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처방을 내릴 때라는 목소리입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소상공인들의 일자리 문제 경우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감소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습니다. 

서민 소득 늘리겠다는 소득주도성장…서민 일자리 집중 타격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임시ㆍ일용직 일자리 및 서비스 종사자 수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라며 “당초 정책 의도와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정부는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혁신 의료기술 활성화를 위한 인공지능, 로봇 등의 도입은 이미 지난 4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케이스고, 근로시간 단축의 연착륙 방안은 방향성만 제시된 것이어서 이번 대책이 전반적인 일자리 능력의 개선으로 이어질 거라 낙관하기는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 유류세 인한 등에 대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4. 투자확대나 법인세제 혜택 등도 기존 정책과 유사

투자확대나 법인세제 혜택, 대기업 유턴 등의 대책들도 이미 기존에 나왔던 것들과 유사한 것이 많습니다.

<고형권 / 기획재정부 1차관> "아마 9월달에 발표했다고 할 때 자료를 보지 않아서 비교가 안되지만 다른 내용으로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다시 확인해보겠습니다." 

 
=민간투자 활성화 정책 역시 성과가 없던 기존 정책들과 유사하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국내로 유턴해 영업 중인 기업은 25개사였는데 정부가 270억원을 투입해 967명의 고용만 창출됐다는 지적입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 유류세 인한 등에 대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5. 10년전 시행한 유류세 인하… ‘국제상황’ 따라 변동성 커

경제·고용 불씨 살린다면서…또 어디서 본듯한 대책뿐
 
정부가 최근 고용ㆍ경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유류세 15% 인하와 맞춤형 일자리 5만9000명 창출을 포함한 혁신 성장ㆍ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을 발표했지만 과거 정책의 '재탕'이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원칙적 방향성만 제시되고 구체적 방안은 없는 모호한 대책도 다수 포함됐다.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가 서민 경제를 살리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관측도 벌써 나오고 있다.

=유류세 인하의 경우 공급 감소의 충격을 줄이는 측면도 있고, 전반적인 물가하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2008년 시행 당시에도 유류세 인하폭보다 국제유가 상승폭이 커지면서 오히려 세수만 줄어 들었고, 되려 휘발유 가격이 상승해 실질적으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전례가 있었다는 점이 한계점으로 꼽힙니다. ‘국제상황’에 따라 효과의 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상대적으로 차 보유율이 높은 고소득층에만 혜택이 돌아가 ‘역진적’일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한시적 유류세 인하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15일 오후 서울시내 한 주유소 앞에 유가정보가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6. 정부도 정책 한계 인지… 디딤돌로 삼겠다는 복안

공공기관·지자체 '단기 일자리' 5만9천개…효과 있을까
 
그러나 정부가 이러한 각종 비판에도 단기일자리 창출을 강행하는 것은 워낙 고용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 상황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취약계층 일자리 상황이 도미노처럼 악화해 소득이 감소하고, 분배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다만 이번 정책의 효과가 단기적일 것이라는 점은 정부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을 활용한 맞춤형 일자리로 올 연말 고용 시장의 우려 상황을 덜고, 이를 디딤돌로 투자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복안이란 겁니다.

다만 취약계층을 비롯 장기적인 일자리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실제로 올 연말까지 미중 통상마찰이나 미국 금리인상 등 대외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고용 대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어 추가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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