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채명석

(배 이야기)선박은 무엇? “그때그때 달라요”

(1)선박의 정의와 의미

2018-10-24 14:59

조회수 : 1,313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항구나 조선소에 떠 있는 배를 보면 그 육중함에 압도된다. 왠만한 고층건물보다 크고 길면서, 물 위를 떠다니기까지 하니까. 이러한 배의 정의는 무엇이고, 선박과 군함, 여객선 등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러 단어가 사용되고 있지만, 구분이 모호해 상황에 따라 정의가 달라질 수 있다. 법률상에서도 어떤 법에서는 선박이지만, 또 다른 법에서는 아닌 것들이 있기 때문에 차이를 확인해야 한다.
 
‘선박’과 ‘ship’ 가장 많이 활용
 
우리말 사전에서 ‘배’는 ‘사람이나 짐 따위를 싣고 물 위로 떠다니도록 나무나 쇠로 만든 물건으로서 모양과 쓰임에 따라 보트, 나룻배, 기선, 군함, 화물선, 여객선, 유조선 따위로 나눈다’고 정의했다. ‘선박(船舶)’이라는 어휘를 구성하는 한자의 뜻을 한문사전에서 찾아보면 선(船)은 강배(船同舡通)와 같은 뜻이고, 박(舶)은 바다를 건너는 큰 배(航海大船)라는 뜻이다. 배와 함께 흔히 사용하고 있는 정(艇)은 좁고 길며 작은 배(狹長小船)라고 했으며, 함(艦)은 싸움배로서 사방에 판의 씌워 화살과 돌을 막는다고 했다. 그리고 해군을 함대(艦隊)라 하고, 전선을 군함(軍艦)이라고 설명한다. 배의 종류와 속구, 성능을 나타내는 한자 172자에는 좌측 변에 주(舟)를 붙여서 선박 관련 어휘임을 분명히 표기하고 있다.
 
영어에서는 배에 대한 대표적 어휘인 ‘ship’은 큰 배를 뜻하므로 우리말의 선박에 해당된다. 또 다른 또 다른 어휘인 ‘boat’는 우리말 그대로 보트로 통용되지만 작은 배를 뜻하는 단정(短艇)에 가깝다. 영어권에서도 이들 단어들을 구분하는 정확한 기준이 없다. 가령 미국 오대호 지역에서 사용되는 길이 300m급 광석 운반선은 ‘ore boat’라 부르고 있다. ‘vessel’은 크기에 관계없이 사용되므로 우리말의 배 또는 선박 모두 해당한다. ‘craft’는 대체로 작은 배를 뜻하므로 주정(舟艇)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수송 수단이나 운송업자를 뜻하는 ‘carrier’는 항공모함을 뜻하기도 하며, 작은 돛단배로 인식되는 ‘yacht’는 수백명의 선상 모임을 가질 수 있는 영국 황실의 의전용 선박을 요트라 칭하기도 한다.
 
이처럼 배는 바다, 강, 호수 등의 물에서 항행하는 물체로서 사람 또는 물건을 운반하거나 작업을 수행하는 구조물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또한 배가 아닌 다른 단어를 사용하고 싶은데 구분이 애매한 경우일 땐 우리말은 선박, 영어는 ship을 쓰면 대체로 틀리지 않는 표현이 된다.
 
현대중공업이 크누센사에 인도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사진/현대중공업
 
위그선·시추선·수상호텔도 일부법선 ‘선박’
 
법률상에서 보면 일반인들은커녕 왠만한 업종 종사자들도 선박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현행 국내법령으로 살펴보면 ▲선박법 ▲선박안전법 ▲어선법 ▲선박등기법 ▲수상레저안전법 ▲낚시어선법 ▲체육시설의 설치 이용에 관한 법령 ▲해상오염방지법 ▲해상교통안전법 ▲건설기계관리법 ▲경륜·경정법 ▲상법 ▲해운법 ▲항만법 등 수많은 법령에서 선박을 다루고 있다. 같은 선박을 법령에 따라 법의 적용범위를 다르게 하거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한다.
 
‘해상법’에서는 상행위 및 기타 영리를 목적으로 항해에 사용하는 선박이 대상이다. 따라서 ▲단정(短艇) ▲노도선(櫓棹船, 노나 상앗대로 움직이는 배) ▲공용선(公用船, 공공 목적을 위하여 운용되는 정부소유 선박)은 포함되지 않는다. 여기서 기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선박이지만 어선과 같이 직접적으로 상행위를 하지 않는 선박도 현행법에서는 선박에 포함한다. 또한 강, 호수, 항만, 운하만을 운항하는 내수선(內水船)은 해양을 항해하지 않기 때문에 상법상 선박이 아니다. 한편 건조중인 선박은 상법상 선박이 아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건조 중인 선박도 법률상 선박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있다.
 
‘선박법’에서는 선박을 수상 또는 수중에서 항행용으로 사용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배 종류를 말하며, 부양력을 가지고 있는 구조물로서 사람, 재화를 적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박이라 정의한다. 과거에는 부선(艀船, 동력 설비가 없어서 짐을 실은 채 다른 배에 끌려 다니는 배), 준설선(浚渫船, 준설기를 장치하여 물의 깊이를 깊게 하거나 건설 재료를 얻기 위하여 물속에서 모래나 자갈을 파내는 배) 등과 같이 자체 추진 장치를 갖추지 않아 다른 선박에 의해 끌리거나 밀려서 항행하는 해상구조물은 선박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행법에서는 이와 같은 선박 종류도 선박으로 인정하고 있다. 엔진을 사용하여 추진하는 기선, 돛을 사용하여 추진하는 범선, 자력 항행 능력이 없는 부선 등으로 선박을 구분한다.
 
‘어선법’에서는 어로 활동과 수산물 운반 또는 수산물 가공에 종사하는 선박을 다루고 있으며 수산업에 대한 시험, 조사, 지도, 단속, 교습 등에 종사하는 공용 선박도 어선에 포함하고 있다. 총톤수 20톤 이상의 등록어선에는 선박 국적증서를 발급하고, 총톤수 20톤 미만에 대해서는 선적증서, 그리고 5톤 미만에서는 등록필증을 발급하고 있다.
 
‘수상레저안전법’이나 ‘체육시설의 설치 이용에 관한 법령’에서는 스포츠 활동이나 레저 활동에 쓰이는 카누나 카약은 물론, 서프보드와 같은 용구조차도 선박과 같은 범주에 넣어 관리하고 있다. 경륜·경정 사업에서 얻어지는 수익금의 일부를 ‘경륜·경정법’에 근거하여 모터보트 산업 육성에 투입하고 있다.
 
한편, 미래 조선산업의 기대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수면비행 선박’(위그선·WIG, Wing In Ground effect ship)은 물 위를 낮게, 즉 2~3m 떠서 수면과 날개 사이에서 추가 양력을 얻도록 설계된다. 일반 항공기는 공기저항이 줄어드는 고공에서 경제성이 인정되는데 비해, WIG는 수면으로부터 양력의 도움을 받으려면 뜰 수 있는 높이에 한계가 있어 물의 충격을 견딜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야 한다. 따라서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협약에서는 선박으로 분류하고 있다. 반면 국내 ‘해상교통안전법’에서는 수상항공기와 WIG 모두 선박으로 분류하고 있다.
 
‘해양오염방지법’에서는 부유식이거나 고정식 시추선과 플랫폼을 선박의 범주로 분류하고 있다. ‘선박안전법’에서는 수상호텔을 부유식 해상구조물의 범주에 넣어 선박으로 취급하고 있으나, ‘하천법’이나 ‘공유수면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의 승인을 얻은 공연장이나 수상호텔 등의 설치구조물은 선박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부양성·이동성·생존성·안락성·안전성 갖춰야
 
선박을 건조하는 주요한 목적은 화물이나 승객의 수송, 스포츠 활동, 군사적 활동, 과학 탐사 활동, 생산 활동, 타선 지원 활동 등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공학 기술 측면에서는 설계상에 설정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구조물은 선박이라고 보지 않는다. 따라서 선박은 다음의 다섯 가지 구성 요소를 갖춰야 한다.
 
첫째, 선박은 부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사람이 만들 수 있는 구조물로서, 물에 띄워 놓고 운송하고자 하는 화물을 적재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적절한 경제성 범위에서 건조하여 선원들이 손쉽게 운용할 수 있으며 직관적으로 친밀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선박은 이동성을 확보하여야 하므로 취역할 수역에 적합한 내항 성능이 있어야 한다. 내항 성능을 복원 안정성에 치중해 결정하면 배의 폭이 넓어야 하지만, 폭을 너무 넓히면 저항 성능이 나빠져서 운항 경제성이 불리해진다. 선박이 거친 해역에서 항해하려면 우수한 선체강도가 요구되지만 구조강도에 치중하면 선체 중량은 증가하고 적재 능력이 저하되어 경제성을 상실한다. 따라서 선박은 적정 수준의 구조강도를 가지며 기상 상태가 나쁠 때도 과도한 운동이 일어나거나 갑판에 침수가 일어나지 않게 설계해야 한다.
 
셋째, 선박은 독자적인 생존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운항 중에 별도의 보급 없이 독자적인 기능 유지를 위해 운항기간 동안 필요한 연료, 식료품, 신선한 물을 운반할 수 있어야 한다. 강을 건너는 페리선일은 불과 몇 분을 운항할 수도 있으나 함정일 때는 몇 달을 운항해야 할 때도 있다. 또한 선박은 운항에 나서면 장시간 동안 연속 운전이 불가피하므로 모든 구성 요소들은 높은 신뢰성이 요구된다.
 
넷째, 선박은 쾌적한 안락성이 확보되어야만 운항을 담당하는 소수의 선원이 승선하여 장기간 생활하며 제한된 영역에서 운항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선원들의 일상생활뿐 아니라 휴식을 위한 시설도 함께 갖추어야 한다. 선원들의 근무와 생활공간이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배치되어야 하며, 소음과 진동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선체동요는 적정 수준 이내에 들어야 하고 극심한 외기온도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다섯째, 선박은 근본적으로 안전성이 보장되어야 하며 특히 승객이 탑승하는 선박에서는 더욱 높은 안전성이 요구된다. 운항중 화재, 폭발, 폭풍, 충돌, 좌초 등으로 인한 피해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선박에서는 이러한 사고들이 일어나더라도 선박이 완전히 손상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기능들이 있어야 한다. 극단적으로 선박 자체를 상실하게 되더라도 인명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다양한 구명장비들을 갖추어야 한다.
 
선박은 건조 목적에 맞게 가장 경제적으로 건조되었다고 하더라도 앞에서 언급한 요소들이 효과적으로 확보되지 못하면 선박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
(자료: ‘조선기술’, 대한조선학회,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진중공업,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 채명석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