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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록

사우디 언론인 '카슈끄지' 피살 사건 일파만파

2018-10-22 17:28

조회수 :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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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고·언론·저술·정보의 전달은 직접적인 폭력보다 사람들에게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환유한 말인데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만큼은 아직까지 칼이 펜보다 강해 보입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을 다뤘습니다.
 
1.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진/TV조선 뉴스 보도화면
 
카슈끄지: 사라진 사우디 언론인은 어디로 갔을까
 
사우디, 카슈끄지 살해 용의자 18명 체포…"몸싸움 중 사망"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피살됐습니다.
카슈끄지는 이 날 약혼자와의 결혼을 위한 서류를 발급받으러 영사관에 방문했다 변을 당했는데요.
 
사우디 검찰은 카슈끄지가 사건 당일 총영사관에서 용의자들과 몸싸움을 하다 살해됐고, 영사관 직원 2명을 포함해 자국민 용의자 18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20일 밝혔습니다.
 
앞서 사우디 정부는 '카슈끄지 피살 사건'과 관련해 모르쇠 입장을 취했던 반면, 터키는 카슈끄지의 암살을 증명할 음성파일과 동영상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사우디 측의 공식발표에도 사건의 의혹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터키 및 중동의 여러 매체는 15명의 사우디 요원들이 카슈끄지의 손가락을 자르며 고문을 했고, 요원들이 카슈끄지를 참수 살해 뒤 사체를 토막 냈다고 보도했었는데요.
사우디 현지 검찰과 언론이 '카슈끄지' 사망 사건 공식발표 날 그간 제기된 고문시신 훼손 의혹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 '자말 카슈끄지'는 누구인가?
 
자말 카슈끄지가 2014년 12월 아랍 뉴스 채널 국장 자격으로 바레인 마나마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자말 카슈끄지'는 사우디아라비아 메디나 출신의 언론인입니다.
미국 인디애나주립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1990년대에 아프가니스탄, 알제리, 쿠웨이트, 수단 등 중동 각지에서 해외 특파원으로 활동했는데요.
이 기간에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국제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과 인터뷰를 가진 일화가 유명합니다.
 
카슈끄지는 원래 사우디 초대 국왕 주치의였던 조부와 세계적인 무기거래상 아드난 카슈끄지를 삼촌으로 둔 명문가 자제로, 친왕실적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개혁 성향 사우디 최대 일간지 '알 와탄'의 편집국장으로 재직하며 사우디 왕실의 개혁을 주장하고,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을 비판하는 논조의 기고를 실어 왕실의 대척점에 섰습니다. 
 
=카슈끄지는 지난해 9월 미국으로 건너간 뒤에도 워싱턴포스트에 사우디 정부를 비판하는 기고문을 써 왔는데요.
특히 무하마드 빈 살만 알세우드 왕세자 집권 초반의 개혁을 지지했던 그는 이후 예멘 내전 개입, 반대파 숙청을 계기로 “(빈 살만이) 이슬람 세계를 퇴행·분열시킨다”고 비난의 날을 세워 왕세자의 눈 밖에 난 것이 이번 참극을 빚은 것으로 보입니다.
 
3. '카슈끄지 피살'에 대한 국제 사회 반응
 
재선에 성공해 21년간 권력을 유지하게 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지난 6월24일(현지시간) 이스탄불 대통령궁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카슈끄지'의 죽음에 대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자체 조사 결과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에르도안은 "왜 15명이 터키 이스탄불에 왔으며, 왜 18명이 체포됐는지 설명되어야 한다"며 "오는 23일 열리는 집권당(정의개발당) 의원총회에서 (사우디 정부와) 다른 방식으로 설명이 이뤄질 것이다. 적나라한 진실이 낱낱이 공개될 것이다"라고 말했는데요.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이 ‘카슈끄지’의 죽음과 관련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측의 주장을 뒤집게 될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끝난 직후 기자 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또한 이번 사건에 유감을 표하며 진상 규명이 완료될 때까지 사우디에 무기를 수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지난달 독일 정부는 올해 사우디에 대해 41600만 유로 규모의 무기 수출을 승인했었는데요.
메르켈 총리는 모든 사실이 공개되고 범죄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되기까지 갈 길이 멀다며 각국 정상과 이번 사태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자말 카슈끄지' 사망 사건이 불거진 이후 글로벌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습니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주 전 세계 펀드매니저들이 사우디 시장에서 6억5000만 달러를 회수했는데요.
이는 사우디 정부가 올해부터 국내 투자자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것을 암시합니다.
 
여기에 사우디가 투자 유치를 위해 '중동의 다보스 포럼'으로 키우려 했던 '사우디아라비아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도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 펀드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와 1조 달러 규모의 펀드인 PGIM의 데이비드 헌트 사장은 올해 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또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김용 세계은행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마이크 가네츠구 MUFG은행 CEO등 각국 경제계 유력 인사들이 잇따라 불참을 선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에르도안, "카슈끄지 죽음에 대한 적나라한 진실 공개하겠다"
 
메르켈, 사우디에 5000억원 무기 수출 ‘스톱(STOP)’…카슈끄지 사태 여파
 
카슈끄지 사태에 사우디서 돈 빼는 해외 투자자들
 
4. '무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 자리 보전할까
 
무하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사진/뉴시스
 
美 상원의원들 "'카슈끄지 피살'에 빈 살만 왕세자 개입 확실해"
 
"카슈끄지 사망 사건으로 사우디 왕세자 바뀔 수도…"
 
"왕세자는 모른다"…사우디, 까슈끄지 '꼬리 자르기'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무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 작전에 대해 알지 못했다. '카슈끄지 피살'은 엄청난 실수이자 독단적인 작전의 일부"라면서 "이 일을 한 사람들은 자신의 범위를 벗어난 일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그러나 미국의 상원의원들은 '카슈끄지 피살'에 빈 살만 왕세자의 개입이 확실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공화당 소속의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테네시)은 같은 날 CNN의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에 출연해 "무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에 대한 살해를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으며, 같은 당의 랜드 폴 상원의원도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사우디가 권위주의적인 정권 아래에 있다고 언급하며, "그들은 상부에서 지시를 받고 행동하지, 자신들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며 "왕세자가 이번 사태에 연루됐으며, 살해를 지시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중동전문가 박현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2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카슈끄지 사망 사건으로 인해 사우디 왕세자가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박 교수는 "이번 일로 인해 계몽군주가 될 것이라 평가받던 사우디 왕세자는 자리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왕세자의 친동생인 사우디 미국 대사가 부왕세자로 임명이 된 뒤 왕세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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