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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탤런트·개그맨도 노조법상 노동자…노동3권 보호해야"

"사업자와 지휘·감독관계 인정"…한노연, 중앙노동위 상대 승소 확정

2018-10-1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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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탤런트와 개그맨, 성우 등 방송연기자들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보호하는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았던 노무종사자들도 일정한 경우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아 헌법상 노동3권을 적법하게 행사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의미가 적지 않다.
 
2013년 6월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 코스모스홀에서 열린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방송3사 출연료 미지급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한영수 당시 위원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12일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한연노)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서 한연노 조합원들과 다른 근로자들과 사이에 교섭단위를 분리해달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교섭단위분리 재심결정 취소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힘을 확정했다.
 
이번 사건은 방송연기자가 노조법상 노동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노동자성이 부정되면 한연노는 노조법상 적법한 노조로 인정되지 못하기 때문에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할 자격을 얻지 못하게 된다.
 
재판부는 "한연노 조합원인 방송연기자들은 노무제공자로서 소득 의존성과 전속성 요소가 강하지 않지만 보수와 체결 계약 내용의 일방성, 사용자의 지휘·감독 존재성 등 노동기준법상 다른 주요 근로자성을 갖추고 있어 노조를 통해 방송사업자와 대등한 지위에서 교섭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크다"며 "한연노 조합원인 방송연기자들은 노조법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17년 6월15일, 이른바 '학습지교사 사건'에서 취업 중인 노무제공자도 노조법상 근로자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이 때 대법원은 그 판단 기준으로 6개 요건을 제시했다. ▲노무제공자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해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에게 그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 대가인지 등이 그 요건이다.
 
재판부는 방송연기자의 경우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한다고 볼 수 없고 사업자와의 관계에서 법률관계가 지속적이고 전속적인 지위가 아니지만, 나머지 요소에 관한 제반 사정 등을 고려할 때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학습지교사 사건'에 이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종래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았던 노무종사자들도 노조법상 근로자 요소를 어느정도 갖출 경우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아 앞으로 헌법상 노동3권을 적법하게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연노는 2012년 KBS와 출연료 협상을 시도하다가 중노위가 "연기자들은 노동자가 아니므로 별도의 단체교섭이 불가능하다"고 결정하면서 노동3권을 인정하지 않자 소송을 냈다. 1심은 중노위의 판단을 인정했으나 2심은 "방송연기자의 경우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 노무제공 등에 일정한 재량이 인정되지만 연출감독이나 현장 진행자와의 관계에서는 지휘·감독을 받는 노동자로 봐야 한다"며 1심을 뒤집었다. 이에 중노위가 상고했다. 
 
한연노는 1988년 구성됐으며 현재 탤런트와 개그맨, 성우, 무술연기자 등 4400여명이 노조원으로 속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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