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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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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의 등대'라는 IT건물의 불은 꺼질 수 있을까?

2018-10-11 17:04

조회수 : 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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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노조 일색이던 IT업계에 노조 설립 붐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네이버와 넥슨, SK하이닉스에 이어 설립 23년 차인 안랩에도 노조가 생겼습니다. 밤샘 근무와 열정 페이로 대표되는 IT·게임업계 특유의 근무 분위기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 조짐인데요. 일단 시작은 대기업 중심이지만, 장기적으로 업계 전반의 근무 환경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옵니다. IT업계에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1. IT 업계 '노조 설립' 바람
 

• 인터넷·게임회사도 노조 설립(조선일보 기사 읽어보기)
국내 IT(정보기술)업계에 노조 설립 붐이 불고 있다. 지난 4월 1위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가 노조를 설립한 데 이어 이번 달에는 한국 최대 게임 업체인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세계 2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의 기술사무직 노조까지 연이어 설립됐다. 직원들의 처우가 국내 최고 수준인 데다 개발자들의 이직(移職)이 자유로운 인터넷·게임 업계에서 노조 설립은 이례적인 일이다. SK하이닉스의 연구·개발(R&D)직과 인사·재무 등 관리직 인력을 중심으로 한 기술·사무직 노조 설립도 국내 대기업에서는 드문 케이스다.
 
• 최대 SW 보안업체 안랩, 노조 설립(머니S 기사 읽어보기)
가장 최근 노조가 설립된 안랩은 서비스사업부 분할에 반대하는 직원들을 중심으로 결성됐다. 안랩 노조는 “회사 분할 과정에서 직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안랩 측은 지난 8일 성명을 내고 서비스사업 분사 조치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권치중 안랩 대표이사는 “다수가 반대하면 경영진의 방향이 아무리 옳아도 공멸할 수 밖에 없다”며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결과 분할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노조 설립의 신호탄은 지난 4월 네이버가 먼저 쐈습니다. 한창 워라밸과 주 52시간 근무제가 산업계 전반의 이슈로 떠오를 때, IT 회사 직원들은 남의 나라 얘기처럼 바라만 봐야 했는데요. '이대로는 도저히 안되겠다'는 한두 사람의 생각이 노조 설립이라는 행동으로 IT업계에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특히 IT업계 노조는 '젊은' 직원들이 '일상의' 언어로 직원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노조 활동이라고 하면 왠지 모르게 거부감을 느끼는 기존의 선입견을 깨기 위해 젊고 감각적인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는 건데요. 유연하고 역동적인 IT 업계의 특성이 노조 분위기에도 반영됐다고 할 수 있죠. 


2. IT 업계에 노조가 없었던 이유
 

• 노조의 ‘노’자도 말 못 꺼내는 IT 종사자들(시사저널 기사 읽어보기)
IT업계에 무노조 풍토가 짙은 이유가 뭘까. 일단 인력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친다는 점이 그 이유로 언급됐다. 'IT업계 구인구직은 새벽 인력시장과 다를 바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한다. 프로그램 개발자로 3년째 근무중인 정기훈씨는 "인터넷에 '자바(프로그램 언어) 할 수 있는 분 3명 구합니다'와 같은 공고가 수시로 올라오고, 충원도 그때마다 곧장 이뤄진다"면서 "그러다보니 굳이 대우해주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취업정보기업 '인디드' 한국사이트엔 4월4일 하루에만 150건이 넘는 개발자 구인공고가 올라왔다. 

• "아무리 기다려도 회사는 안바뀌더라"(디스이즈게임 기사 읽어보기)
여긴 좋아해서 일하는 사람이 많다. 좋아하니까 밤 새가며 일을 하고, 어느 순간부터 얼마나 열정적으로 일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게 됐고. 나만 해도 그랬다. 옛날에는 회사에서 먹고 자면서 게임 만들었다. 내가 재밌었으니까 무수한 밤을 야근으로 보냈고. 회사 입장에선 잘 갖다 써먹을 수 있는 사람이었지. 잘려나가는 사람들을 봤다. 고용 불안을 겪는 사람들. 회사가 필요해서 뽑아 쓰던 사람들인데 게임이 접혔다는 이유만으로 본인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한 5년 정도 일하다 보니 점점 떠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더라.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과로사 하는 직원이 수차례 나오는 업계. 정규직으로 채용됐음에도 이 업계에서는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고용 안정을 걱정해야 했습니다. 벤처 1세대가 경영진이 되고 산업이 발전했음에도 IT업계의 근무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게임회사의 업무강도는 상상을 초월하는데요. SW 개발 업계에서만 쓰이는 '크런치 모드'라는 용어가 이런 분위기를 대변합니다. 크런치 모드는 '개발 마감을 앞두고 수면, 영양 섭취, 위생, 기타 사회활동 등을 희생하며 장시간 업무를 지속하는 것'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한마디로 이 업계에서 생존하려면 회사에 개인의 모든 생활을 주기적으로 희생할 것을 각오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IT 산업은 이런 개인의 희생으로 성장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악습은 업계의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졌고, 대체 인력 또한 넘쳤던 덕에 변화의 이유를 못찾고 시간만 흘러왔던 것입니다. 


3. 달라지는 근무 환경
 

• IT·게임업계 직원복지 확대(조선비즈 기사 읽어보기)
노조 설립 움직임이 거세자 기업들은 새로운 복지 대책을 내세우며 직원 달래기에 나섰다. 지난 4월 노조가 설립된 네이버는 노조 설립 한 달 만에 직원들이 건강검진일에 유급 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또 지난달에는 네이버 본사 헬스케어센터 내에 직원 전용 병원도 새로 열었다.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이 위탁 운영하는 이 병원엔 가정의학과 교수 1명, 물리치료사 2명이 근무한다. 네이버 노조 관계자는 "근속 연수에 따라 특별휴가를 쓸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고 남성 직원에게도 출산 휴가를 최소 2주 보장해주는 방안을 회사 측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 잇따른 노조설립, 포괄임금제부터 개선하라(한국일보 기사 읽어보기)
보상도 없는 과도한 근무가 만연한 이유는 포괄임금제 때문이다. 포괄임금제는 시간외근로에 대한 수당을 급여에 포함시켜 일괄 지급하는 제도다. 법정기준 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ㆍ야간ㆍ휴일근무 등에도 추가로 수당 등의 대가가 지급되지 않는다. 때문에 아무리 많이 일해도 임금상승이나 복지지원 등을 기대할 수 없다. 네이버에서는 포괄임금제가 이미 폐지됐고,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노조의 핵심적인 요구도 폐지 또는 개선이다.
 
= IT업계의 노조 설립이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지금,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기업들도 직원 복지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또 IT업계 '공짜 야근'의 주범으로 꼽히는 포괄임금제에 대한 논의도 수면 위로 올라오는 분위기입니다. 근무 환경에 대변혁이 생길 조짐인데요. 물론 일부 대기업의 변화일 뿐, 대다수 중소 IT기업의 열악한 환경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적 박탈감만 느껴진다는 반응도 많고요. 하지만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의 근로 문화가 일단 바뀌면, 작은 기업들도 더디지만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으리라는 데 기대를 걸어봅니다. IT 기업 건물의 불이 밤새 켜져 있는 것을 의미하는 '판교의 오징어배·등대'라는 별명이 가까운 미래에 사라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 정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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