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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사법개혁도 민변 주도?"…법조계 '술렁'

"사법부판 주류세력 교체…'외관의 공정성' 놓치고 있다"

2018-10-05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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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사법개혁 추진을 총괄할 실무추진단의 외부 구성원들이 발표되면서 법조계가 술렁이고 있다. 법무부 등에 이어 대법원까지 특정 단체 출신 법조인들이 요직에 속속 기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 2일 ‘사법발전위원회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후속추진단)’의 외부인원 4명을 발표했다. 후속추진단은 지난 9월10일 사법발전위원회가 김 대법원장에게 건의한 사법개혁 내용을 구체화하는 실무기관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6월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해 위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외부인원 4명 중 2명이 민변
 
이들 중 2명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이다. 김수정 단장은 여성인권위원장으로, 전영식 변호사는 노동위원회 위원으로 각각 민변에서 활동했다. 전국공무원노조 고문 변호사로, 전국법원노조가 추천한 전 변호사는 최근 대법관으로 취임한 김선수 대법관과 같은 법무법인 시민에서 오랫동안 변호사로 일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지난 20일 파격적인 법원제도 개혁방안을 발표하면서 민변 출신 법조인들이 대거 사법부로 유입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법원행정처가 폐지되고 ‘사법행정의 비법관화’가 확립되면 이후 사법행정은 외부인원들이 맡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법원 내 법원행정고등고시 출신 인력이 있지만, 이번 제도개혁의 출발점이 ‘셀프개혁’의 불식이니 만큼 외부인원 배치는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로 후속추진단 외부인원 중 단장과 핵심 단원이 민변 출신으로 결정되자 여기저기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법률문화·법적 안정성에 맞는지 의문"
 
법원의 사정을 잘 아는 모 중견 법무법인의 대표 변호사는 “지금은 사법부판 주류세력 교체시기”라면서 “사법부는 법적 안정성이 매우 중요한데 하루아침에 이념지형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것이 과연 우리 법률문화에 맞는지 의문이다. 심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특정 성향을 갖고 있거나 특정 단체 경력이 있는 분들을 중심으로 하는 개혁은 개혁이라기 보다는 인적 청산”이라고 혹평하고 “공정하게 해 나가기를 기대할 뿐”이라고 말했다.
 
개혁 성향이 강한 한 중진 변호사는 “현재 법무부와 헌법재판소, 대법원 요직에 기용되고 있는 훌륭한 분들이 ‘민변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배척당해서는 안 되지만 사법부의 특징상 외관의 공정성과 신뢰성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올바른 사법개혁을 지향한다면 이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 정부 실책 답습해서는 안돼"
 
그는 ‘헌법상 삼권분립’과 사법부의 특징을 계속 언급하면서 “현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도 법원에는 승복을 하도록 해야 한다. 과거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의 실책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검찰간부 출신의 다른 변호사도 “국민의 신뢰는 1%의 잘못된 법관들로 인해 실추됐다. 99%는 신뢰를 받아 마땅하다”면서 “사법개혁이 지상과제인 것은 맞지만, 사법부를 일반 행정기관이나 단체 취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공교롭고도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민변 출신이기 때문에 공직이나 개혁기관에 들어 기용된다기 보다는 시대적으로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이 현실화 되고 있고, 사실상 민변 변호사들만큼 이들 과제를 연구하고 그를 위해 활동한 인사들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뽑아놓고 보니 민변' 많은 듯
 
민변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충분히 예상되고 짐작되는 반응”이라면서 “저희는 솔직히 부담스럽다. 사람을 뽑고 보니 민변 출신인 경우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더구나 일을 할 만한 역량과 경험이 있는 분들은 대부분 자기 활동에 만족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처우가 낮은 곳으로 가는 것을 꺼리고 있다”면서 좁은 인력풀도 문제점으로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의 판을 모두 민변이 짜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민변의 입장이 관철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민변이 주목을 받다 보니 주장이 제약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누가 얘기했느냐가 아니라 무슨 내용이냐다. 진영논리에서 보지 말고 포지션을 봐달라”고 말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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