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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준

비단길 최정우, 노사갈등 첫 시험대

취임 후 정부와 해빙모드 전환…대북사업·개혁과제 앞두고 난관 봉착

2018-09-2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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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황세준 기자]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취임 후 첫 난관에 봉착했다.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 길에 오르면서 정부와의 관계가 해빙 모드로 전환된 가운데 남북 경협에도 적극적 의지를 내비친 터라, 이번 노사갈등은 그에게 첫 시험대로 작용될 전망이다. 취임 100일을 맞아 11월 초 발표할 개혁과제에도 일정 부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균열은 안으로부터 시작됐다. 시점도 추석 연휴 기간으로 예상 밖이었다. 노사 간에 일부 충돌이 빚어졌고, 내부 문건이 외부로 유출되며 '노조 파괴' 의혹에 직면했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은 27일 서울 포스코센터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노조가 생기면 대화를 하겠다고 했는데 왜 그렇게 무리한 일이 있었는지"라며 "직원들이 불법적인 행동을 했다고 생각치는 않지만 사실관계를 잘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또 "노사 화합이 우리의 우수한 기업문화와 전통 중에 하나였는데"라며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사진/포스코
 
최 회장이 언급한 '무리한 일'이란 추석 연휴 기간 발생한 노사갈등을 뜻한다. 앞서 지난 23일 포스코 노사협력실 산하 노사문화그룹 직원들이 포항 인재창조원에서 노사 관련 대책 회의를 열었고, 이를 제보 받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새노조) 조합원들이 회의장을 급습해 문건과 수첩 등을 탈취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몸싸움도 빚어졌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을 통해 공개된 문건에는 '조합 가입 부서 확대, '비대위 가입 우수 부서 발굴' 등 기존 노조가 주축인 포스코노조 비상대책위원회 가입을 장려하는 내용들이 담겼다. 또 '우리가 만든 논리가 일반 직원에게 전달되는지, 안 되는지 시범부서를 조직' 등 회사 차원에서나 가능한 조직적 행동 지침이 적시됐다. 새노조의 세 확장을 막기 위해 기존 노조를 지원하려는 계획으로, 민주노총과 새노조 측은 이를 '노조 파괴'로 규정했다. 복수노조가 설립된 사업장에서 회사가 특정 노조를 지원하는 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
 
방북 직전 기자들과 만나 "노조와 당연히 대화하겠다"고 말했던 최 회장으로서는 뜻하지 않는 파문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이날 "노든, 사든 모든 활동이 적법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일단 진상 파악에 주력할 뜻을 내비쳤다. 앞서 포스코는 이번 사건의 본질을 무단 침입과 문서 탈취, 폭력으로 규정하고 "특정 노조에 대해 어떤 선입견도 없다"는 해명자료를 냈다. 아울러 회의장을 급습한 노조원들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회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포스코는 이번 문건 파동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통해 시시비비를 엄정하게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새노조 측에서 회사 측을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한다고 하는데, 빨리 고발을 해서 검찰 조사 과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면서 얘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 측에서 문제 삼고 있는)노사문화그룹은 올해 4월 설립했는데, 기존 팀리더급 조직을 격상한 것이지 신설 조직이 아니다"며 "고령 노동자들의 절반가량이 10년 내 은퇴하게 되는 상황에 대비해 기존과는 다른 소통 방식을 고민하기 위한 조직으로, 노조와의 소통을 강화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스코는 1997년 11월17일 출범한 '노경협의회'가 그동안의 유일한 노사 교섭 창구였다. 지난 1988년 6월29일 포항제철 시절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결성됐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그 실체가 거의 남지 않게 됐다. 노조 결성 직후 1만8000여명, 민영화를 실시한 1991년에는 2만여명 규모로 커졌지만 이후 급격히 쇠락해 현재 9명만 남았다. 8월 말 현재 포스코 전체 직원수(1만7076명)와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으로, 무노조 사업장으로 불린 이유다. 노경협의회 역시 어용노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지난 17일 민주노총을 근간으로 하는 새노조가 출범했고 기존 노조 집행부는 한국노총 금속노련에 가입해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이번 노사갈등의 본질이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획득하기 위한 새노조와 구노조 간의 힘겨루기라는 시각도 있다. 포스코는 강성인 민주노총 대신 구노조가 새로 합류한 한국노총을 대화 파트너로 보고, 이를 위해 지원사격을 계획했다는 게 노동계의 일반적 평가다.
 
황세준 기자 hsj121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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