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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임단협 난항…아시아나는 당근책에 타결 직전

아시아나, 이례적인 임금인상…총수 퇴진론에 내부수습 안간힘

2018-09-2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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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총수일가의 전횡이 노사 임단협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흡족할 만한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낸 반면 대한항공 잠정합의안은 조합원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양사의 표정을 가른 것은 임금인상 폭이었다.  
 
20일 노동계에 따르면, 양사 올해 임단협이 막바지 단계에 이른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는 최근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하고 지난 19일부터 조합원 찬반투표에 돌입했다. 투표는 28일까지다. 아시아나항공 노사는 기장과 부기장의 기본급을 각각 25만원, 15만원 인상키로 했다. 선임 기장의 직무수당을 월 55만원, 부기장은 30만원 인상한다. 중소형기와 화물기 조종사의 처우도 개선됐다. 중소형기 조종사의 비행수당을 단가당 1000원씩 올리고, 화물기 조종사의 비행수당도 20% 올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가 17일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사진/구태우 뉴스토마토 기자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에 따르면 조합원들은 노사의 이번 잠정합의안에 대해 대체로 만족하는 기류다. 기본급과 수당의 인상폭이 예년보다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장과 부기장의 기본급은 각각 17만원, 10만5000원 올랐다. 선임 기장의 직무수당은 지난해 7만4000원 올랐는데, 올해는 55만원으로 인상폭이 상당히 높다. 기내식 대란 사태로 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져, 보상 차원에서 인상폭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박삼구 회장 퇴진을 주장하는 직원들에게 당근을 제시, 내부 수습에 힘을 썼다는 해석도 내놨다.  
 
아시아나항공 임단협이 순조로운 것과 달리 대한항공은 난항을 겪고 있다. 노사는 최근 2017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체결했지만, 조합원의 반대에 부딪혔다. 조합원 62.6%(508명)가 잠정합의안에 반대했다. 노사는 기본급과 비행수당을 3%씩 올리기로 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개항과 미국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 설립에 대한 격려금 차원에서 상여금 50% 지급도 약속했다. 하지만 조합원의 과반수 이상이 반대하면서, 노사는 임단협 교섭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다. 
 
만족할 만한 잠정합의안이 나오질 않으면서 조양호 회장 일가에 대한 퇴진 운동도 재점화될 기세다. 앞서 지난 4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 이후 직원들은 폭로와 단체행동을 통해 조 회장 일가에 맞섰다. 감춰졌던 총수일가의 전횡이 실체를 드러냈고, 여론은 직원들 편에 섰다. 촛불집회를 통해 신규 노조인 대한항공직원연대가 설립, 기존 노조에 대한 반감도 커졌다. 총수일가와 기존 노조에 대한 반감이 임단협을 부결시킨 원인이라는 게 조종사들의 설명이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경영진이 일방적으로 경영하는 시기는 지났다"며 "대한항공은 조종사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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