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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지

재판장은 왜 법정에서 교사에게 호통을 쳤을까?

'학폭사건' 참고인 출석한 교사, 불쑥 "재판 빨리 진행하라"

2018-09-1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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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재판 진행에 대해 제3자가 왈가왈부하지 말고 어서 들어가세요!”
 
지난 12일 오후 3시30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562호 법정에서는 민사합의25부(재판장 이동욱)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교사가 할 말이 있다며 “앞에 나가서 말하겠습니다”며 우발적으로 재판장 앞으로 나와 피해를 호소하다가 재판장으로부터 호되게 꾸지람을 들었다.
 
13일 서울중앙지법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의 한 유명 중학교에 재학 중인 A양은 지난해 SNS를 통해 교내 50여명의 학생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받았다며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며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과 학교장 등을 상대로 2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A양은 이외에도 가해 학생들과 그 부모들을 상대로도 추가 손배소를 청구했다. 여기엔 최근 미투 가해 검사로 알려진 법조인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데에 해당 학교에 소속된 교사 B씨는 “교사들이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어 재판이 빨리 진행됐으면 좋겠다”며 신속한 재판 진행을 요청했다.
 
B씨는 이어 “재판을 대충 끝내자는 게 아니고 A양이 문제 삼고 있는게 상당하다”며 “A양이 등교를 하라고 해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다. 외국에 나가 있는 상태라 직접 법정에 나와서 신문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고 이었다. A양은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며 학교폭력 이후 1년 여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 학교로 돌아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재판장은 “소송 진행에 대해 제3자가 이야기하지 마라”면서 “폭행은 없었다지만 50명한테 집단적으로 욕설을 듣고 따돌림을 당한 학생이다. 입증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쉽게 소송 제기를 못하는데 학교, 수사기관에서 규명이 되지 않으니 법원에까지 오는 거다”라며 B씨의 발언을 중단시켰다.
 
학교 측 대리인 역시 재판장으로부터 호된 꾸중을 연속 들어야만 했다. 학교 측 대리인은 “학교장 등이 법정에 출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전하자 재판부는 도리어 “소송 내용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지 않냐”며 반문했다.
 
학교 측 대리인이 이어 “이미 학교에서 학교폭력 조사를 끝냈고 가해학생들은 여러 차례 진술서를 냈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가 결론을 다 내렸다”며 법정 신문을 꺼져하자 재판장은 “자치위가 다 결정했는데 재판이 뭐하러 있냐. 학교폭력이 발생해 진상을 밝혀야 하는데 교사라는 이유로, 선행 조사했다는 이유로 재판 참여 안하겠다고 하면 안된다”고 반박했다.
 
재판장은 A양 측 대리인에 A양에 대한 가해 사실을 부인하는 학생들에 한해 증인 신청할 것을 조언하고 이날 재판을 마무리했다.
 
A양은 지난해 7월 학우에 대한 욕설 등 글을 SNS에 게시한 같은 학교 학생에 대해 비판 글을 게시했고, 이후 50여명의 학생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 3개월 간 집단 따돌림이 이어졌고 학교 교사들이 보호, 감독을 소홀히 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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