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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준

(피플)"완성차 제작 넘어 아마존같은 플랫폼 생태계 만들고 싶어"

가구 디자이너에서 자동차 리빌딩 CEO로 변신한 김태성 모헤닉게라지스 대표

2018-09-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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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황세준 기자]  첫 인상은 아마존 CEO인 제프 베조스를 닮았다. 인터뷰 중에는 "자동차업계에 아마존같은 생태계를 가진 존재가 되려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차알못'(차를 알지 못한다는 뜻의 신조어)이던 가구 디자이너에서 자동차 회사 CEO로 변신한 김태성(헤니 킴) 모헤닉게라지스 대표 이야기다. 폐차 직전의 낡은 자동차를 개조해 새 생명을 불어넣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그의 사업은 4년만에 전기차를 제작할 정도로까지 성장했다. 카페 등 부대 사업도 운영하고 있어  스타트업을 넘어 덩치가 커졌다. 안전성 논란 등 그의 사업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존재하지만,  도전정신으로 꿋꿋히 확장해 나가고 있다. 그가 꿈꾸는 종착점은 플랫폼 기업이다.
 
김태성 모헤닉게라지스 대표. 사진/황세준 기자
 
모헤닉게라지스는 자동차 리빌딩(Rebuilding) 기업이다. 지난 2014년 9월 설립했다. 차체부터 내장재까지 수작업으로 전혀 새롭게 만든다. 마니아들의 입소문을 기반으로 판매하다 이듬해 8월 개봉한 영화 '뷰티인사이드'에 갤로퍼를 개조한 '모헤닉G'가 등장하면서 일반 대중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뷰티인사이드를 연출한 백종열 감독님, 광고계쪽에서도 거장이시죠. 그분이 모헤닉G를 구매하셨어요. 원래 6개월 이상 같은 차 안탄다고 하는 분인데 지금도 운전하신다고 하네요. 회사 로고도 백 감독님이 무상으로 만들어 준 겁니다. 개인적으로 알던 사이는 아닌데, 백 감독님이 CF 촬영 하면서 차 섭외하는 과정에서 저와 인연이 닿았어요 코디네이터가 섭외해 온 저희 차 보고 너무 예쁘다며 주문을 하신거죠."
 
김 대표는 애초 자동차와는 거리가 멀었다. 홍익대 목조형가구학과를 졸업했다. 4학년때 가구디자인연구소를 창업해 졸업 후 '더디자인'이라는 회사로 키웠다. 초기엔 가구 사업이 제법 잘 나갔다. 2000년대 초반까지 전국에 40개 대리점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산 복제품이 밀려 들어오고 벤처기업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회사를 매각했다. 가구회사를 그만두고서는 사진작가로 활동했다. 이때까지만해도 자동차 사업에 발을 들일 줄은 몰랐다.
 
"2012년 경에 제가 탈 캠핑카를 제손으로 꾸며보고 싶어서 갤로퍼를 개조하게 됐어요. 그런데 그 작업과정이 인터넷 상에서 화제를 모으더니 2013년부터 지인들이 찾아와서는 똑같이 만들어 달라고 의뢰하더라고요. 주문을 받다보니 어느새 예약 건수가 30대가 됐어요. 내친 김에 2013년 말에 공장을 설립하고 법인으로 전환했죠. 제가 자동차 엔지니어는 아니지만 워낙 자동차 타는 걸 좋아했고 가구 만드는 일도 했었기에 두려움은 없었어요."
 
그 많은 차 중에 왜 갤로퍼였을까. 김 대표는 국내에서 리빌딩할만한 '스토리'를 가진 유일한 자동차가 갤로퍼였다고 설명했다. "차를 다시 탄생시키는 작업인만큼 20~30년 역사를 지녀야 하고, 세계적으로도 유명세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갤로퍼는 1991년에 처음 나온 차량이고 다카르랠리에서 우승도 했기에 복원 가치가 높았어요."
 
김태성 모헤닉게라지스 대표. 사진/황세준 기자
 
리모델링 첫 작업에는 6개월이 걸렸다. 이공장 저공장 찾아다니면서 조금씩 변형해 만들었다. 사업을 시작하고 공장을 차린 뒤로는 작업이 한층 빨라졌다. 현재는 차량 1대를 리빌딩하는 데 3개월 정도 걸린다. "지금까지 60여대를 팔았어요. 모헤닉게라지스 차를 찾는 소비자들을 보면 배칠수씨, 김수로씨 등 주관이 뚜렷하거나 문화를 다양하게 받아들이는 분들이 많아요. 수입차를 타고 다니기엔 껄끄럽다는 분도 계시구요. 소비에 주관과 가치가 들어간다는 것이죠."
 
김 대표의 꿈은 대기업과 차별화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보수적인 산업인 자동차업계에서 열린 생태계 전략으로 기존 대기업이 할 수 없는 영역들을 빠르게 실현한다는 전략이다. 갤로퍼 리빌드 차량 외에도 외국 명품 클래식카 복원사업도 시작했다. 궁극적으로는 리빌드가 아닌 자체 모델을 선보인다. 이를 위해 전기차를 개발 중이다. 2015년부터 시작해 올해 초 시제품이 나왔다. 지난 2016년 8월에는 포스코와 마그네슘 부품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창업 이후 자회사도 꾸준히 늘려 차량 바디 제작 전문 자회사인 ABM, 할부금융 자회사인 모헤닉 파이낸스, 외식사업 자회사인 스테이 등을 만들었다. 미국법인도 지난해 설립했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해외 사업을 론칭한다. 유명 올드카의 복제품(레플리카) 첫 모델이 내년 초쯤 제작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플랫폼은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 론칭하는 계획도 구상하고 있다.
 
"저희는 생태계 기업이 목표입니다. 그래서 전기차를 개발하는 것이죠. 리빌드를 넘어 이제는 완성차 제작으로 가는 단계인만큼 전기차가 향후 사업의 주력이 될 거에요. IT와 빅데이터, 앱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고 아마존과 애플을 섞은 사업모델을 생각하고 있어요. 자동차 업계에 아마존같은 생태계를 가진 존재가 되려 해요. 배터리 기업들은 많은 자동차 회사에 파는 것이 목적이니까 저희 차량에 성능 좋은 배터리를 장착하면 되죠. 모헤닉게라지스는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이 만든 오토사(AUTOSAR) 규격을 사용하지 않고 자체 규격을 먼저 만들어서 세상에 선보일. 거에요. 저희는 어떤 형태는 서비스 상품을 내놓을 수 있어요. 지난해 서울대학교 자율주행팀과 MOU도 맺었고요. 기존의 기업이 넘어오지 못하는 '빠름'을 우리는 갖고 있죠."
 
"(카페사업인) 스테이도 중요한 플랫폼이에요. 현재 전국에 10여개 있고 올해 30개로, 3년 안에 1000개로 확장할 계획이에요. 모헤닉게라지스는 별도의 차량 전시장이 없는 대신 스테이를 통해 전시도 하고 소비자들에게 오프라인 생태계를 제공해요. 남녀노소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죠. 카페 안에 작업 영상도 틀어 놓고요. 카페를 이용하러 온 고객이 모헤닉 자동차 고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업이 확장되면서 김 대표는 사무실에 붙어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노트북을 펴면 거기가 곧 사무실이다. 휴가는 언제 갔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한다. 할리 데이비슨 모터사이클 동호회 활동도 못 나간지 오래 됐다. 하지만 직원들에게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한다. 성장을 위해 내부 시스템을 동시에 갖춰나가는 것이다. 직원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한다. 내년부터는 금요일 자율근무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회사 투자금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모았다. "회사 개인 주주가 1500명쯤 되는데, 모헤닉의 철학과 가치에 공감하는 분들이죠." 김 대표는 직원을 뽑을 때도 '목표에 대한 공감'을 중요시한다. "세상에 빨주노초파남보 색상이 있는데, 모헤닉의 목표는 모든 색을 섞는 게 아니에요. 정해진 방향에 공감이 안되면 같이 일하기 힘들죠. 어찌보면 쓸데 없는 짓이라고 보여질 수도 있는 이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흥미를 느껴야 해요. 학벌, 기술, 스펙은 그 다음 문제죠. 때문에 인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요. 일단, 제작 현장에는 3~6개월 연수를 통과한 사람만 채용을 하는데 무엇보다 '내가 차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해요."
 
김태성 모헤닉게라지스 대표. 사진/황세준 기자
 
모헤닉게라지스 차량 가격은 웬만한 벤츠·BMW에 맞먹는다. 단가를 지금보다 낮추면 좀 더 대중적이지 않을까. 김 대표는 가격이 비싸서 차가 안팔릴 것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사실 지금 판매하는 가격 대비 2배 이상은 받아야 하거든요. 하지만 한국에는 관련 시장이 작아요. 그렇다고 해서 싸게 많이 팔려고 허접한 퀄리티의 자동차를 제작하면 그 차를 타시는 소비자들이 실망하겠죠.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 역시 안좋아지고요. 손해가 나더라도 더 잘 만들어야죠. 단, 미래 주력사업으로 전기차를 새롭게 키우는 것이고 각종 파생 사업도 하는 거에요."
 
한편, 모헤닉게라지스가 알려지면서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오래된 차량들을 개조하다보니 당연한 결과였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강하게 부정했다. "작년에 모헤닉G 고객이 25톤 화물차와 충돌했는데 살아서 걸어 나오셨어요. 자동차 설계 기술은 이미 수십년 전 완성됐고 지금은 어찌 보면 철판 두께를 줄이면서도 같은 안전성을 확보하는 등 최적화 기술 싸움이에요. 미국이나 유럽에 돌아 다니는 레플리카 차량들을 보면 설계가 다 옛날 방식이거든요? 중소기업에서 만든 차라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에는 동의할 수 없어요."
 
황세준 기자 hsj121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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