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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영

먹방에 중독된 예능, 나만 불편해?

TV 볼 게 없다…무한도전 2기를 달라!

2018-09-07 10:56

조회수 : 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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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리모컨을 돌려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얘기가 있다.

‘볼 게 없다’

얼마 전 정부가 식욕을 불러일으켜 비만을 유도한다는 이유로 음식방송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밝히며 작은 소란이 있었다.  ‘정부가 또 이상한 짓 하는구나’ 하며 가볍게 넘겼었지만 이제는 그 결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예능 트렌드는 요리를 넘어서 이제 너 나 할 것 없이 맛집 또는 맛있는 음식을 소개하는 먹방으로 번졌다.

 

먹방의 인기로 스트리트 푸드파이터, 원나잇 푸드 트립, 테이스티 로드, 삼시세끼, 윤식당, 맛있는 녀석들, 집밥 백선생, 밥블레스 유, 냉장고를 부탁해 등 제목만 들어도 먹방 프로그램들이 수도 없이 넘쳐난다.

문제는 이 같은 트렌드가 전지적 참견시점, 짠내투어, 나 혼자 산다, 랜선라이프 등 굳이 먹방을 강조하지 않아도 될 듯한 프로그램까지 퍼졌다는 것이다. 그러니 뭘 틀어도 다 비슷한 방송이 나오고 시청자들은 피로를 호소할 수 밖에.
물론 먹방에 대해 무조건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예로 수요미식회의 경우, 요리 또는 음식의 전문가들이 다수 포함돼 식당 또는 음식에 대한 장단점을 함께 소개하며 최대한 중립적 시점에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반면 다른 먹방들을 개인의 입맛을 따지며 편파적인 음식평을 내놓고, 이를 방송사가 인정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예로 백종원의 경우 자타공인 우리나라 외식업계의 큰 손이며, 여러 음식들 및 레시피를 히트시키고 있는 장본인이다. 그러나 그가 하는 프로를 모두 믿을 수 있을까? 귀가 얇은 나는 주말을 소비해 그가 소개 했던 쫄갈비를 한시간 동안 기다려 먹어도 봤고, 우연히 맛집으로 소개된 회사 뒷편 해장국집을 찾아도 봤다.

입에서 고기가 녹는다며 온갖 엄살을 다 피우던 쫄갈비는 맹맹해서 된장 없이 먹을 수가 없었고, 갈비살이 듬뿍 들어간 해장국을 무한리필 해준다던 그 해장국은 국물만 리필해줄 뿐 고기는 다시 주지 않는다는 게 수많은 단골들의 증언이 있다. 이 때문에 나는 백종원의 사업수완 및 요리에 대한 지식과 함께 ‘뛰어난 연기력’도 인정하고 있다.

과거 채널 A에서 이영돈PD가 먹거리X파일을 진행할 당시에는 집 근처 무한게장 집이 방송을 탄 적 있었다. 꽃게가 아닌 돌게를 쓴다며 비난했지만, 내 경험에 따르면 문 입구에서부터 여수산 돌게를 쓴다고 플래카드를 걸어 안내하고 있었다. 클로징에서 해당 게장집의 간장게장을 가져와 한 입 먹고 비리다고 지적했지만, 광주 전남에서 식당을 운영할 정도로 손맛을 인정받은 어머니의 게장도 비리다며 안 먹던 내가 괜찮다고 생각했던 곳이 바로 그 게장 집이었다. 한명의 입맛을 방송에서 인증하며 유일한 사실처럼 굳혀버린 것이다.

 
전지적참견시점/사진MBC캡쳐

오랜만에 전성기를 맞은 이영자를 비롯해, 김준현, 유민상, 김민경, 문세윤 등 거구들.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서 살쪘을까? 아니면 음식을 많이 먹어서 살쪘을까? 아니면 운동을 게을리 해서 살쪘을까? 단지 뚱뚱하다는 이유로 맛을 보장한다는 게 방송에서 다룰 정도로 근거있는 일일까?

과거의 예능들이 그립다. 새로운 가수, 새로운 배우들이 소개되는 장으로도 활용되고, 지금처럼 먹방에 치우쳐 고착화된 방송인들이 아닌 오랜만에 볼 수 있는 스타도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작가 및 PD들 또한, 평타를 목적으로 손쉬운 먹방만 다룰 것이 아니라 스포츠, 요리, 봉사, 토크 등 다양한 주제로 채널을 채워야 국민들에게 제공할 할 의무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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