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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이모저모를 소개합니다
(현장에서)매케인과 김성태, 보수의 품격

2018-09-0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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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정경부 기자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별세한 존 매케인 미국 상원의원은 미국 정치의 품격을 대변하는 인물로 꼽힌다. 그는 정치생활 내내 ‘미국의 가치’를 중심에 뒀다. 때로는 자신이 몸담은 공화당 당론과 다른 의견을 피력하는데도 주저함이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케어(국민건강보험법)를 폐지하려고 하자 뇌종양 수술 후유증에도 의회에 나와 반대표를 던진 것은 유명하다.
 
그의 말에서는 자신이 쓴 책 제목처럼 ‘사람의 품격’이 서려있다. 부시행정부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이 테러용의자들을 고문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런 진실을 밝히는 것이 미국의 가치”라는 소신발언을 내놨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와의 대선레이스 중 한 지지자가 “오바마는 아랍인”이라고 공격하자 되려 “오바마는 훌륭한 (미국) 시민”이라며 옹호했다. 손해보는 일이 있더라도 옳다고 생각되면 상대방을 칭찬하는 일에 주저함이 없었다.
 
상대에 대한 배려는 미국 정치의 오랜 전통이기도 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6년 9월24일(현지시간) 국립 흑인역사문화박물관 개관식에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초청했다. 부시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박물관 건립법안에 서명한 것이 인연이 됐다. 부시 전 대통령이 한 흑인 가족과 기념촬영을 위해 오바마 대통령을 툭툭 치며 “사진좀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부시 전 대통령도 재임 시절 빌 클린턴 전 대통령 기념도서관 개관식에 참석해 “클린턴이 타이타닉이라면, 빙산이 가라앉았을 것”이라는 덕담을 건넸다.
 
사실 미국 정치권도 우리만큼 어지럽지만, 적어도 위와 같은 장면들은 부러울 뿐이다.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있었다. 연설 중 본회의장 스크린에 난데없이 이재명 경기지사·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사진을 띄운 김 원내대표는 “패륜과 불륜에 휩싸인 이재명·안희정, 이 정권 핵심인사들의 도덕불감증이야말로 ‘진짜 적폐’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점철된 원고를 다 읽은 후에도 발언은 이어졌다. 김 원내대표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이틀 전 정기국회 개회사 중 ‘국회가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를 다뤄달라’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청와대의 스피커를 자초했다”는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 자리에 앉아 애써 연설을 듣고 있던 문 의장은 “임기동안 청와대나 정부에 휘둘리는 일이 있으면 정치인생을 다 걸겠다. 그런 일 없을거다”고 반박했다. 20대 국회 전반기 의장을 지낸 정세균 의원은 페이스북에 “귀를 의심했다. 오랜세월 정치를 해왔지만 오늘같은 경우는 단연코 처음”이라며 개탄했다. 김 원내대표의 연설 속 상대에 대한 배려, 보수의 품격은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국회와 정치권은 이미 국민들로부터 갈수록 희화화 되는 중이다. 이따금씩 발표되는 여론조사기관들의 국회·국회의원 신뢰지수는 언급하기 민망할 정도다. 한국당의 국회 운영전략이 ‘정치 혐오 극대화를 통한 동반 신뢰상실 모색’이 아니라면 김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사용한 주요 단어와 내용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문 의장의 “국회의장을 모욕하면 국회가 모욕당한다는 사실을 가슴속에 명심해달라”는 말 속 ‘국회’는 한국당 의원들에게도 당연히 적용된다.
 
최한영 정경부 기자(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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