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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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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진에어·에어부산이 주는 교훈

2018-09-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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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산업1부 기자
 
어항의 물고기들이 죽고 있다. 작은 피라미가 아니라 큰 어종들이 당하고 있다. 혼자 나자빠지거나 작은 고기들의 공격에도 속절없이 밀리고 있다. 어항은 다름 아닌 항공시장을, 죽어가는 큰 물고기는 진에어와 에어부산을 가리킨다. 항공시장을 이야기하는데 별안간 어항을 언급한 것은, 앞서 국토교통부가 국내 항공시장을 어항에 빗댄 탓이다. 국토부는 항공시장을 두고 "어항에 너무 많은 물고기가 담겨 있다"며 과당경쟁을 우려했다. 
 
국토부가 국내 항공시장을 어항으로 비유한 것은 저비용항공(LCC) 시장에 신규 사업자를 허가하지 않기 위한 논리로 삼기 위해서였다. '좁아터진 어항(항공시장)'에 '너무 많은 물고기(기존 항공사)'가 살고 있어서 서로 '생존경쟁이 심해지니까(과당경쟁)' 더 이상 '새로운 물고기(신규 LCC)'를 키우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이런 고집으로 국토부는 항공시장에 2년간 신규 사업자 진입을 불허했다. 결국 죽지 않을 것 같았던, 보호하고자 했던 큰 물고기들이 나자빠지고 있다. 진에어와 에어부산이다.
 
LCC업계 2위인 진에어는 지난해 매출 8884억원, 영업이익 970억원을 거두며 모기업인 대한항공의 위용을 과시했다. 하지만 올해는 2위 자리를 3위 티웨이항공에 내줄 판이다. 조양호 회장의 막내딸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외국인 신분임에도 국적 항공사에 불법으로 등기이사에 등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당분간 신규 영업도 중단됐다. 면허 취소는 간신히 면했지만 영업활동에 지장은 불가피해졌다. 폭언으로 얼룩진 갑질 등, 재벌 일가의 감춰졌던 민낯을 목도한 터라 여론도 좋지 않다. 관리감독 기관인 국토부도 상처를 입었다. 
 
에어부산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 상반기 3위 자리를 티웨이에 내주며 굴욕을 맛봐야 했다. 최대 과제인 상장도 먹구름이다. 앞서 에어부산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세 차례나 상장이 좌절된 바 있다. 올해도 상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회사의 실적 부진과 함께 모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과 재무건전성 우려에 기업공개(IPO) 성사가 불투명하다. 에어부산과 함께 아시아나항공의 또 다른 LCC 자회사인 에어서울은 적자의 늪에 빠졌다.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특정기업을 보호할 수도, 성장시킬 수도 없다는 사실이다. 기업은 시장에서 알아서 성장하고 몰락한다. 이를 결정짓는 것은 경쟁이다. 더구나 국내 항공시장을 '좁아터진 어항'에 비유한 당국의 판단과 달리, 시장은 매년 급성장하고 있는 '바다'다.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과는 대조적으로 제주항공과 티웨이 등은 역대급 실적을 써내고 있다. 시장이 구조적으로 재편되는 사이 신규 사업자들은 바다에 발 한 번 제대로 담가보지 못한 채 숨을 헐떡이고 있다. 더 이상 국토부가 한가롭게 '어항' 이야기만 할 때가 아니다. 시장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냉철한 분석으로 시장의 경쟁력을 키울 방안부터 찾아야 할 때다.
 
최병호 산업1부 기자(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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