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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우

삼성전자서비스 노사 직접고용 교섭 결렬 위기

사측 "콜센터는 직접고용 어려워" vs 노조 "전원 직접고용 약속 지켜야"

2018-08-3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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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의 직접고용을 논의하는 교섭이 끝내 결렬될 위기에 처했다. 양측은 임금체계를 두고 이견을 보였는데, 삼성전자서비스가 콜센터 직원은 자회사를 통해 고용한다고 밝혀 교섭이 파행됐다.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업체 노조가 지난 4월 직접고용에 합의했다. 양측은 지난 30일 교섭을 끝내 결렬했다. 사진/뉴시스
 
민주노총 삼성전자서비스지회(노조)는 31일 교섭이 결렬됐다고 선언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지난 30일 교섭에서 직접고용 범위를 노조에 설명했다. 회사는 협력업체 소속의 AS 직원과 자재·B2B·패널 협력사 직원은 직접고용 범위에 포함했다. 반면 콜센터 직원 1000여명은 원청이 고용하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신 삼성전자서비스는 현행 협력업체가 콜센터를 위탁운영하는 방식에서 자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콜센터 업무는 본사가 직접운영하는 것보다 아웃소싱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SK브로드밴드가 자회사 홈앤서비스를 설립, 협력업체 직원을 직접고용하는 방식을 제안한 것이다. 
 
노조는 삼성전자서비스가 4·17 합의를 어겼다고 반발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8000여명의 협력업체 직원을 모두 직접고용하기로 했는데, 논의가 진행되면서 콜센터 직원은 배제했다는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원청이 합의를 어겼다며 교섭을 결렬했다. 노조는 "모든 협력업체 직원을 원청이 직접고용하겠다고 밝히고, 일부만 배제하는 건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앞에서는 직접고용하는 것처럼 포장하고, 뒤에서는 별도의 자회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다음달 4일까지 콜센터 직원을 자회사에 고용하는 방안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투쟁하겠다고 경고했다. 전국의 직원이 지역별로 연차를 내 상경 투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추석 연휴 직전인 다음달 21일은 전 직원이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 노조는 파업투쟁을 하기 위한 쟁의권이 없는 상태다. 부분·전면파업은 불가능해 연차를 내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외에도 노조는 협력업체가 파견법(불법파견)과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의혹을 고용노동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겠다고 경고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교섭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는 "업계에서 콜센터는 자회사를 통해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며 "업무특성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고, 노조와 합의점을 찾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사의 직접고용 교섭이 또 한차례 암초를 만나면서, 협력업체 직원의 직접고용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양측의 이번 교섭은 직접고용 논의가 쉽지 않은 점을 각인시켰다. 원청이 직접 운영하던 업무를 아웃소싱(outsourcing)한 뒤 다시 인소싱(insourcing)하기까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앞서 노사는 직접고용 후 지급할 임금을 정하기 위해 난항을 겪었다. 노조는 원청 직원의 임금테이블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노사 모두 평행선을 달리다 원청이 지난 21일 임금테이블을 공개하면서 일단락됐다. 이번에는 직접고용 범위를 두고 또 다시 교섭이 파행됐다. 
 
SK브로드밴드와 협력업체 노조는 지난해 직접고용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5개 홈서비스센터가 직접고용에서 배제됐다. 협력업체 사업주가 사업권 반납을 거부했고, 올해 나머지 5개 센터가 직접고용됐다. 홈앤서비스 노사는 올해 임단협 갈등을 겪고 있다. 임금인상과 실적급제 폐지, 유연근무제 폐지가 올해 현안이다. 
 
인소싱 과정에서 벌어질 노사갈등을 줄이기 위해 노사 모두 한발씩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한번에 이루기 보다 단계적으로 교섭을 통해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인소싱 과정에서 지나치게 노사갈등이 불거질 경우 안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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