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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빨간 버스 승객의 비애

사회부 박용준 기자

2018-08-23 06:00

조회수 : 4,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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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살면서 주로 광역버스라 불리는 ‘빨간 버스’를 타고 출퇴근한다. 경인고속도로 상습 정체구간인 신월나들목을 조금이라도 빨리 통과하려면 집에서 보통 새벽 6시, 늦어도 6시30분에는 빨간 버스에 올라야 한다. 그래도 빨간 버스에 오르기만 하면 1시간 남짓 걸려 서울에 도착하니 감사할 일이다.
 
얼마 전 아내가 “이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어린 메시지를 보내왔다. 광역버스 6개 업체가 경영난을 이유로 폐선 신청을 했다는 소식이다. 나를 실어 나르는 빨간 버스도 포함됐다. 그로부터 며칠 후 인천시가 공영제를 도입해 직접 운영하겠다고 나서자, 업체들이 폐선 신청을 철회하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아직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사실 빨간 버스 승객이라면 교통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정상적인 노선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한참 바빠야 할 시간에 절반 넘게 비운 채로 서울과 인천을 오가는 버스를 보자면 ‘인건비나 유류비를 건질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다. 실제로 2013년 2326만명에 이르던 승객이 4년만인 지난해 1685만명으로 27.6%나 급감했다.
 
빨간 버스는 어찌보면 방치된 노선에 가까웠다. 인천에서 서울역으로 향하는 광역버스 노선은 10개도 넘지만 출발지만 다를 뿐 서울로 들어서면 합정~홍대~서울역으로 대동소이하다. 공항철도, 인천지하철 2호선,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 수인선 등 교통환경은 변하는데 10년 전 그 노선은 지금도 여전하다.
 
그마저도 일부 노선은 승객을 더 태워야 한다는 이유로 노선을 ㄹ자로 꼬아 이동시간을 배로 늘리거나, 먼 길을 돌아 부천시 중앙을 통과하며 승객을 꽉꽉 채우곤 한다. 어제까지 타던 정류장이 오늘 갑자기 없어지거나 운행하는 버스 수가 줄어 배차간격이 배 가까이 늘어나는 건 예사다. 당연히 승객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최근까지도 ‘인천이 아닌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위해 예산을 쓰면 안 된다’라는 얘기가 인천에서 공공연히 들릴 정도로 푸대접을 받아왔다. 서울은 또 서울시민이 우선이라서 광역버스의 증차나 노선 변경은 시내 교통혼잡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현안에서 밀려난지 오래다.
 
통계청의 2015 인구총주택조사에 따르면 인천에서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인구는 19만5000명에 달한다. 서울에서 인천으로 통근·통학하는 인구도 7만1000명으로 결코 적지 않다. 경기도에 사는 127만7000명이 서울로, 서울에서 58만3000명이 경기도로 향한다.
 
“수도권은 운명공동체다.” 자치단체장들 입에서 심심찮게 나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민이라는 게 주소지를 둔, 혹은 세금을 납부하는 의미로만 해석된다면 너무 좁은 풀이다. 나는 인천에 살지만 서울에서 하루 대부분을 생활한다. 경기도에서 시간을 꽤 자주 보내기도 한다. 이런 내가 그들의 시민이 아니라면, 그건 정말 슬픈 일이다.
 
 
박용준 서울시팀장(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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