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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정

"정부 국토정책, 목적지는 맞는데 방법이 틀렸다"

3선 의원으로 국회 국토교통위 최초 여성위원장 맡은 박순자 의원

2018-08-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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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우리나라 실물경제의 가장 중요한 분야를 담당하는 상임위원회다. 국민 생활과 가장 직결된 상임위인만큼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다. 주택·토지·건설·수자원과 같은 국토분야와 철도·도로·항공·물류 등 교통분야까지 다루는 분야도 광범위하다. 20대 국회 후반기 국토교통위원들에겐 출발부터 어려운 과제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8·2 부동산대책을 비롯해 종합부동산세 개편, 후분양제,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최근에는 남북경협과 ‘BMW 차량화재’ 라는 복병까지 만났다. 현안을 둘러싸고 여야 갈등의 최전선이나 다름없는 이곳에 헌정 사상 첫 여성 국토위원장이 있다. 3선의 자유한국당 박순자 의원이다. 17일 국회 본청 국토위원장실에서 박 위원장을 만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으로서 앞으로 우리나라 항공사가 경영의 투명성과 글로벌 경쟁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도록 법과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진에어와 에어인천의 면허를 모두 유지하기로 최종 결정한 17일, 박순자 국토위원장의 일성이었다. 박 위원장은 “그동안 노심초사했을 진에어와 에어인천 근로자와 그 가족에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경제여건이 어려운데 대량의 실업사태가 초래되지 않게 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진에어 위법 논란을 부른 데는 당국의 부실행정 책임도 있는데, 이 과정에서 근로자들만 정쟁의 도구로 삼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당국이 덮어놓고 기업부터 옥죈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재인정부의 기업관은 이중적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장려해야 할 정책의 수혜자로 보면서도 기업운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최저임금은 급진적으로 인상해 버리고, 그 여파에 대한 대책은 미미해요. 대기업은 더 심하죠. 대기업을 우리 경제의 일익을 담당하는 구성원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활용하는 정치적 수단쯤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재벌개혁을 표방해 국민적 호응을 얻겠다는 정부지만, 실제 개혁시킨 것은 없고 경제지표가 나빠져 국민 여론이 악화되는 순간이 되면 다시 대기업에 투자를 요청하는 식이라고 박 위원장은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기업 역량을 활용하고 중소기업과의 상생방안을 마련해야 대한민국 차세대 산업기반을 닦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토마토>는 17일 국회 본청 국토위원장실에서 20대 국회 후반기 국토위를 이끌 박 위원장을 만났다. 사진/박순자의원실
 
‘개발’·‘복지’ 균형, 둘 다 놓쳐선 안 돼
 
박 위원장은 애초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과 보건복지위원장으로도 거론됐다. 사실 고민도 컸다고 했다. 산자위원장을 맡아 지역구인 안산 공단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싶었고, 안산시민들의 전반적인 복지 향상을 위해선 복지위원장을 맡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했단다. 하지만 이내 ‘국토위원장이 돼야겠다’고 마음을 고쳐 잡았다고 했다. 지지부진한 신안산선 복선전철 건설 사업이 끝없이 미뤄질 수 있을 것이란 우려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란다.
 
“연내 착공이 예상됐던 신안산선의 사업추진이 계속 뒤로 밀렸는데, 여기에 초지역에 정치하는 인천발 KTX 추진마저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아, 이번에 누군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더군요. 사업에 방점을 찍을 수 있는 국토위원장이 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배경이 됐습니다. 이제 국토위원장이 됐고,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이 생겼습니다. 정부의 정책을 바로잡고 국민 주거복지 향상에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는 과거 18대 국회에서도 국토위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 지역 현안을 돌보며 신안산선 복선전철 조기착공을 위한 각종 토론회 등을 여는 등 경기도 서남부 지역의 교통 문제 해결에 앞장서 왔던 그다. “일자리가 있는 지역과 거주지가 있는 지역을 연결하는 것은 지리적인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을 해소할 유효한 방안입니다. 수도권 서남부 1000만 시민의 숙원사업을 더 미룰 수 없습니다. 적지 않은 동료의원들이 이에 동의하고 있는 만큼 속도에 탄력을 붙이기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겁니다.”
 
박 위원장은 국토의 균형 있는 ‘개발’과 ‘복지’는 국가운영에 있어 어느 하나 부족해선 안 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현 정부의 국가운영의 방점이 복지분야에 치우친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정부는 SOC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도 최저임금 인상 등 복지예산은 대폭 늘렸습니다. 결국 수조원이 드는 철도사업을 비롯해 줄줄이 예정됐던 각종 대형사업은 중단되거나 취소되는 등 난관에 봉착했죠.
이 문제를 개선해야 합니다.” 박 위원장은 당장 여야 국토위원들과 함께 적정한 수준의 도로·철도·항공·주택건설 등 SOC 예산을 편성하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이는 궁극의 목표인 ‘국민 주거복지 향상’을 꾀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BMW 차량화재로 징벌적 손배 확대 논의 중
 
박 위원장은 특히 정치권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논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달라고 했다. ‘BMW 차량화재’ 사태가 그 계기가 됐다. 과거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과 ‘폭스바겐 사태’ 때도 제도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가 흐지부지됐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여야가 이견 없이 차주의 재산상 손해를 훨씬 뛰어넘는 배상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화재사태로 피해를 본 국민들이 적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BMW사의 책임을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제조상의 결함은 수수방관하고 소비자에 책임을 떠넘기는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또는 레몬법과 같은 법령 정비방안 또한 국토위에서 논의할 겁니다.”
 
한국형 ‘레몬법’으로 불리는 현행 자동차관리법 역시 이번 BMW 차주 피해자들에 적용되긴 어려워 보인다. 이는 자동차에 결함이 있을 때 교환과 보상이 가능토록 하는 법이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BMW와 같은 화재사건에서는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 중대하자와 일반하자가 각각 2회, 3회 발생해 수리했음에도 다시 하자가 발생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 화재로 차량이 모두 타버리면 적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 대상과 수위를 놓고는 여야 간 입장 차가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현행 최대 3배 이내인 배상한도를 많게는 8배까지 높이거나 모든 제조물에 재산상 피해를 대상 범위로 넣자는 입장이다. 반면 자유한국당 등 일부 야당은 징벌적 손해배상 자체는 동의하지만 최대 5배에 한해, 이를 자동차관리법에만 국한하잔 입장이다. 모든 제조물에 적용할 경우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박 위원장은 앞서 당 지도부와 논의 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자동차관리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넣고 이 제도가 실제적인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개정안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바 있다.
 
박 위원장은 곧 열릴 국정감사에서 BMW 차량화재 사태와 관한 사항을 반드시 짚고 넘어 가겠다고 했다. 무엇보다 국토부의 BMW 사태 대처가 왜 늦었는지 따져 묻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지방 부동산 양극화 우려…“시한폭탄 될 것”
 
지난달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정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주택, 부동산 국회 국민청원 대토론회'에서 박순자 국토교통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목적지는 정답인데, 가는 방법이 잘못됐다.” 박 위원장이 내린 문재인정부의 국토정책 전반에 대한 평가다. 그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고 이를 토대로 주거불안을 해소해 주거복지를 향상시키려는 정부의 정책 목적은 타당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이를 위해 정부가 시행한 부동산 정책 결과는실패했다고 지적했다.
 
“‘8·2 부동산 대책’ 후유증으로 부동산 시장의 자금이 불안정한 비수도권 주택이 아닌 비싼 서울권 주택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소위 ‘똘똘한 한 채’ 수요가 서울로만 몰린 결과 비서울권 주택 소유자들의 재산가치는 떨어지고 서울권 주택 수요자들은 더 비싼 가격으로 주택을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죠. 강남 등 특정계층을 표적으로 하는 편 가르기, 징벌적 과세와 정책은 중단해야 합니다.”
 
후반기 국토위에서 목표하고 있는 것은 주거복지 증진을 위한 부동산 정책 보완이다. 박 위원장은 우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혼희망타운이 정부 공인 ‘로또청약’이 되지 않도록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했다. 건물주 횡포로부터 영세소상공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상가 임대차 보호법 개정안도 심도 있게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아파트 후분양제 도입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도시재생 뉴딜사업 등에 대해서도 현재 철저한 검증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권리 등을 위한 후분양 도입 취지에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후분양을 일시에 의무화하는 경우 소비자와 공급자 측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요. 특히 후분양제 시행으로 자금 여력이 있는 대형건설사만 분양시장에 남고 중소건설사는 퇴출될 우려에 대해서도 면밀히 점검해야 합니다.” 박 위원장은 특히 서울과 비서울 지역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이로 인해 지방 부동산 시장의 미분양 물량이 지속 증가 추세에 놓인 현 상황을 우려하기도 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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