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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찬

(사회적기업가를말하다)장문희 아리엘협동조합 이사장

아이 넷 둔 전업주부서 청소 일 시작…방역·소독업 뛰어들어

2018-08-1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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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방역·소독업을 영위하기 위해 모인 아리엘협동조합은 천연 살충제 개발, 친환경 방역 등을 하는 방역·소독 공동 브랜드다. 2015년 11월 설립된 조합에는 12개의 사회적기업을 포함해 자활기업, 예비사회적기업 등 15곳이 소속돼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는 방역·소독의 공공재적 성격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공공기관, 병원, 학교, 어린이집 등은 법정 소독의무시설로 지정돼있기도 하다. 아리엘협동조합을 이끄는 장문희 이사장의 이전 직업은 아이 넷을 키우던 전업주부였다. 가게 살림을 위해 청소 일을 시작했고, 방역·소독으로까지 업이 확장됐다. 그는 "공공재 성격을 지니는 방역소독 분야에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동시에 전문성을 지닌 조합이 되겠다"고 말했다. 
 
사진=아리엘협동조합
 
방역·소독 쪽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7년째 청소, 방역 쪽에서 일하고 있다. 아이 넷을 키우던 평범한 가정주부였는데, 전업주부로 있다가 살림경제가 많이 힘들어지고 직장생활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돼서 일을 시작했다. 가정주부로 아이만 키우다가 사회로 나오면 사실 할 게 없다 .청소라는 게 노동량도 많고, 노동강도도 센 일이다. 몸으로 때우는 일이었다. 할 수 있는 게 청소였고, 청소를 하다보니 소독업도 같이 하게 됐다. 소독 시장이 청소 쪽보다 훨씬 사회적가치와 부합한다는 생각이 들어 발전시켜 나갔다. 
 
아리엘협동조합이 생겨난 계기는.
방역시장을 보면 1984년 허가제로 출발했다가 1999년 신고제로 바뀌었다. 그렇다보니 영세업체들이 범람했고 발전은 더뎠다. 독과점하는 세스코 이외에는 이렇다 할 기업이 없다. 소독 용역비는 10여년 전과 지금이 비슷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내려가고 있는 추세다. 그만큼 시장이 낙후돼 있다는 의미다. 전염병 등으로 국가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방역업계가 나서야하는데, 시장 발전이 없다 보니 체계적으로 대응할 시스템이 부족한 실정이다.
 
조합이 결성되기 전에는 경기 안성에 있는 방역업체에서 일했다. 농협을 두드렸더니 세스코처럼 이마트, 롯데마트, 공항 등에서 한 실적을 가져오라고 했다. 현실적으로 영세한 대부분의 방역업체들이 공공기관 방역사업 수주를 하는 건 어렵다. 기술력은 충분한데, 왜 못 들어갈까 고민하다가, 실력과 힘을 키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이런 고민을 같이 하는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주변에 있었다. 방역시장에 있는 사회적경제조직들이 방역시장 발전을 도모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보자고 마음을 모았고, 그래서 조합이 결성됐다. 사회적기업으로 운영되는 방역업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모인 것이다. 방역시장은 공익성을 많이 띠는 곳이다. 소독업의 경우 면세 사업이기도 하다. 공익성이 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을 통해 시장 전문성을 높이고 기존 방식과는 다르게 선진 장비, 친환경 약품 등으로 방역을 하는 게 목표다. 현재 12개의 사회적기업과 자활기업 등을 포함해 15곳이 조합에 소속돼있다. 
 
사진=아리엘협동조합
 
방역시장에서 사회적경제, 사회적기업의 의미는.
전염병 등이 발생하면 국가 재난시스템의 수준 등이 드러난다. 메르스 때를 떠올려보면 우왕좌왕 했다. 메르스 같은 사태가 발생했을 때 자원봉사를 하자고 마음을 모아 7개 기업이 21일 동안 자원봉사를 했다. 경기도 긴급재난대응팀으로 선정됐다. 지카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에도 외부 강사를 모셔와 지카바이러스 대응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준비했다. 이런 식으로 공익성을 띤 방역시장에서 사회적 성과를 내려고 노력 중이다.
 
최근 경기도형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됐는데.
국내 프랜차이즈를 보면 가맹점들이 프랜차이즈 본사를 먹여살리는 등 왜곡된 부분이 있다. 우리는 프랜차이즈와 협동조합을 접목해 가맹점들이 조합원이 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상생하고 이익을 공유하는 쪽으로 나아갈 수 있는 구조다. 모든 의사결정을 조합원들이 하게 돼 가맹점이 본사를 먹여살리는 게 아니라 상호 발전을 꾀할 수 있다. 이 사업은 초기 단계인데, 아리엘협동조합이 선도적 모델이 되려고 노력 중이다.
 
조합은 어떤 일을 하는가.
선진화된 방역소독을 위한 각종 정보를 제공한다. 방역소독 전문교육, 서비스 플래너 양성교육 등이다. 현장에서 즉시 적용할 수 있는 실무와 실습 중심의 교육으로 구성돼있다. 아리엘키퍼(Ariel Keeper)는 조합이 추진 중인 생활환경 위해요소 통합케어 솔루션이다. 브랜드 사업화로, 아파트·주택·오피스텔 등 아리엘키퍼 레지던스 서비스를 시작으로 외식, 제조·판매 등 상업시설, 놀이터·키즈카페 등 어린이시설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12월 브랜드 론칭이 목표다.
 
공공기관, 병원, 학교, 어린이집, 유치원, 급식소 등 소독이 필수적인 법정 의무시설에서 벗어나 지역 노인정, 지역아동센터 등 작은 시설이지만 방역이 꼭 필요한 곳을 찾는다. 정기적으로 지역아동센터, 장애우 가정, 요양원 등을 찾아 무료 자원봉사를 한다.
 
수익을 내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부분은.
공공기관 쪽에서 수주가 되면 좀 수월할 것 같다. 아직은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 쪽을 보면 수의계약으로 많이들 하는 것으로 안다. 공공입찰은 많지 않은 편이다. 진입하기 힘들다. 문턱이 상당히 높다. 경기도와 2016년 1월5일 업무협약을 맺었는데,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웃음).
 
향후 계획은.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한 방역소독 플랫폼 구축을 추진 중이다. 예전에 이른바 '방구차(소독차)'가 동네에 뜨면 아이들이 연막기를 막 쫓아다닌 기억이 있을 거다. 사실 방구차는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쉽게 말하면 모기가 있든 없든 그냥 막 뿌리는거다. 조합에서 추진하는 것은 모기가 좋아하는 물질을 내뿜어서 수집을 하는 방식이다. 모기 수집 개수에 비례해서 어느 지역에 모기가 많은지 데이터로 파악해서 정확한 포인트를 집어서 방역하겠다는 것이다. 더 친환경이다.
 
파리는 천적을 이용해 잡을 수 있다. 파리의 경우 날아다니는 성충을 잡는 것보다 알이거나 애벌레였을 때, 움직임이 없을 때 잡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천적을 활용한 방역의 경우 연구자료도 꽤 누적돼 있는데, 현장에서는 화학살충제를 많이 쓰는 등 접목이 잘 안 되는 실정이다. 천적을 이용하는 친환경 방역 쪽으로 시장을 확장할 계획이다.
 
조합의 미션은 배우고 도전하며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 화학적 방역이 아닌 물리적 방역이란 새로운 길에 도전하면서 조합원들이 같이 모여서 정보를 공유하고 공부하며, 공공재 성격을 지니는 방역에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한다. 대부분 조합 소속 기업들은 일자리 창출형 사회적기업이다. 70% 이상의 일자리가 취약계층이다. 사회가치를 실현하는 착한 기업들이라고 생각한다. 모기를 화학 살충제로 뿌리는 게 아니라 모기가 생기는 환경, 더러운 환경을 차단하는 등의 물리적 방역을 적극 실천할 생각이다. 오는 2022년까지 전국으로 조직을 확장해 200개사 공동브랜드로 매출액 100억원 달성이 목표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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