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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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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방랑하는 공간. 문화를 봅니다.
최선을 다해라!(이미 최선인데, 여기서 더요?)

2018-08-10 09:12

조회수 : 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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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책 제목을 보자마자 구석으로 내동댕이 쳤다. 비교적 '노오력'을 믿는 편인데, 그런 내게 말 같지도 않은 소리로 들려서다. 

잠시 눈이 나빠졌나도 싶었다. 다시 집어들곤 제목을 유심히 봤다. '그러니까.. 열심히 살 뻔했다고? 그것도 하마터면?' 저자가 혹시 금수저 아냐? 에라, 이건 아닌 것 같다. 아니올시다. 

출간된 지 4개월이 지났을 무렵 나는 책장에서 다시 이 책을 찾고 있었다. 계속해서 서점가에서 입소문을 타고 회자되는데, 분명 이 책 만의 특별한 뭔가가 있으리란 생각에서다. 그리고 첫 장을 편 순간 망치로 머리를 내려맞은 기분이었다.

괴테가 그랬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저자는 예상과 달리 끝내주는 '노오오력'파였다. 20대 시절 '홍대병(미대입시생들 사이에서 홍대를 꼭 가야만 한다는 병)'에 걸려 4수를 했다. 삼수에 실패했을 때는 한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 고민한 적도 있었다. 

결국 뜻하던 대로 홍대 미대에 입학하지만 '노력해야 하는 인생'은 계속된다. 대학 시절엔 학비를 벌기 위해 일과 학업을 병행했고, 졸업 후엔 일러스트레이터와 직장을 병행하며 꿈을 좇는다. 

'꿈만 이루면 돼. 그 전까진 무조건 참고 인내하자. 그래야 성공할 수 있어' 그가 마음 속에 품던 '진리'는 내가 살며 간직해오던 그것과 너무나도 흡사했다.

40살이 된 날 인생을 건 '실험'을 한다. 회사를 그만뒀다. 한 번쯤 힘을 빼고 살고 싶어서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 '속도'를 위해 사는 것 같았다. 명확한 '방향'도 모르고 어떤 '경주'에 참가한 이들 투성이었다. 그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자리에 있었지만 이젠 기권이다. 그 경주의 타이틀은 아마도 이런 것이었다. '누가 돈 더 많이 버나' 대회, '누가 먼저 내 집 장만하나 ' 대회, '누가 먼저 성공하나' 대회.

평생 '노오오력'을 맹신하고 배신도 당해 본 저자는 '노오오력'에 집착말라 한다. 주식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이 '손절매'이듯 인생도 같다. 최선을 다해도 안되는 건 포기하는 게 현명한 선택. 더구나 '수저계급론'이란 단어가 유행하는, '노오오력'만으로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오늘날 사회에선 더욱 그렇다는 얘기다. 노력을 아예 부정하는 게 아니라 노력에 대한 강박을 내려 놓으라는 게 핵심 메시지다.

노력해라!(네네,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라!(이미 최선인데, 여기서 더요?)
인내해라!(평생을 참기만 하며 살았다고요)


노력 만으로는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시대인데, 아직까지도 개인과 사회는 고전적 사고관에 머물러 있다. '희망고문'이 난무하는 시대에 무엇보다 탁 까놓고 솔직해서 좋았다. 열심히 살지 않는 이들보다 열심히 사는 이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 '사이다'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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