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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지

(현장에서)'집단소송 열풍'의 빛과 그림자

2018-08-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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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이 검출된 대진침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한 소비자가 5000명을 돌파했다. 대진침대에 이어 까사미아 토퍼에서도 라돈이 검출되며 집단소송 온라인 커뮤니티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BMW를 소유한 대다수 차주 역시 주행 중 화재사고 등으로 인한 정신적, 금전적 피해를 호소하며 집단소송에 대거 참여할 태세다. 그야말로 '집단소송 열풍'이다. 
 
집단소송이라는 말은 우리나라 법제하에서 사실 정확한 개념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의 집단소송은 증권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수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증권관련 집단소송'에서만 인정된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대기업의 횡포로 비교적 소액의 피해를 입은 다수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면서 시작된 소송문화인 만큼 굳이 어려운 다른 말로 쓸 이유는 없어 보인다.
 
집단소송은 여러 장단점이 있는데, 첫째가 '원고의 집단성'이라는 파괴력이다. 적어도 수백명, 많게는 수만명까지 원고로 참여하면서 피해를 입힌 기업은 집단소송을 당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는다. 어찌 보면 '소송의 충격' 면에서는 현재 한창 논의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유사하다. 인터넷과 SNS의 발전으로 대규모 원고가 거의 동시에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 소송경제적인 면도 장점이다.
 
이런 장점들이 부각되면서 어느새부턴가 우리나라에서의 '집단소송'은 소외된 소비자들의 집단적 권익을 보호한다는 공익성이 부여됐다. 정부도 이를 인정하는 듯 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초 소액 및 다수 소비자 피해의 원활한 구제를 위해 집단소송 비용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이때 역시 전제되는 것 역시 공익성으로, 공정위 내 소비자정책운영위원회가 지원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다만 로펌이나 개별 변호사는 소비자 참여의 집단소송을 제기해도 지원을 받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집단소송에 대한 우려가 감지된다. 업계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면, 변호사들이 먼저 소비자들에게 소송 참여를 부추기거나 '이슈'를 살피고 있다가 소비자들에게 소송에 참여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는 소리가 나온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소송에 들어갈 원고를 많이 모집한 뒤에 커뮤니티 자체를 돈을 받고 다른 변호사에게 넘긴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자발적으로 출발했던 초기의 '공익적 출발'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 '의혹'의 주인공은 변호사다.
 
법적인 해결을 원하는 국민은 누구나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기업이나 사회에 불만을 제기했을 때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사법부 판단에 맡기는 것 역시 엄연한 국민의 권리다. 때문에 아직 미국과 같은 '집단소송'의 소송체제가 도입되지 않았더라도 법률의 소비자인 국민이 스스로 택해 상당기간 정상적으로 진행돼온 만큼 집단소송의 절차적 당위성은 문제 되지 않는다고 본다. 다만, 이런 '집단소송'이 기업의 모럴헤저드를 견제하고 응징하는 최소한의 장치로 기능해야지 일부 감각 좋고 행동 빠른 변호사들이나 브로커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돼서는 안 될 것이다.
 
최영지 사회부 기자(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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