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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전문)김신 대법관 퇴임사…"거래 위한 재판 없었다"

2018-08-01 10:40

조회수 : 2,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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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는 존경하는 대법원장님과 동료 대법관들을 비롯한 법원 가족 여러분께 작별을 고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6년 전 대법관으로 취임하면서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어느 한쪽에 치우침이 없는 공정한 재판을 위해 노력하고, 법과 양심에 따라 국민 앞에서 그리고 역사 앞에서 무한 책임을 다한다는 각오로 이 소명을 감당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대법관으로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법률을 문언대로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무죄추정의 원칙을 강조하였으며, 피고인의 처벌 범위를 넓히거나 국가에 대한 개인의 책임을 확장하는 유추해석과 확대해석을 경계하였습니다.
 
또한 재판당사자가 누구이며 어느 편에 속하거나 어떤 형편에 놓여있는지에 따라 법률의 해석과 적용이 달라지지 않도록 유념하는 등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노력하였습니다.
재임 기간 내내 사람들과의 만남을 최소화하고 밤을 낮처럼 휴일을 평일처럼 여기며 일하였습니다.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하지만 혹시 부족한 점이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최근 대법원 재판이 거래의 대상이 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국민들에게 큰 실망과 충격을 드리게 되어 참담한 마음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대한민국 대법관들이 무슨 거래를 위해 법과 양심에 어긋나는 재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히 확인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현재 대법원에 상고되는 사건이 과다하여 대법원이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해 있습니다. 사법부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국민 여러분과 정치권에서도 상고제도 전반을 잘 살펴서 적절한 대안을 시급히 마련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 자리에 서고 보니 고마운 분이 너무 많습니다. 먼저 좋은 재판을 위해 불철주야 애를 쓰시는 대법원장님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였던 동료 대법관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열과 성을 다하여 훌륭한 연구와 보고를 해주신 재판연구관들과 사소한 일까지 챙기고 도와주신 비서실 직원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그 외에도 너무 많은 분들로부터 사랑의 빚을 지고 떠납니다.
 
1980년부터 사법연수생과 법관으로 38년간 근무해 온 법원은 저와 가족들에게 단순한 일터 이상의 의미와 가치가 있는 고향과 같은 곳입니다. 이곳에서의 시간을 뒤로 하고 법원 문을 나서는 지금부터는 제가 평생 사랑해온 법원을 마음속에 고이 간직하고, 한때는 저도 대한민국 사법부의 일원이었음을 자랑스러워하면서, 법원가족 여러분과 함께 했던 아름다운 시간을 추억하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존경하는 대법원장님을 중심으로 법원가족 여러분께서 지혜를 모아 지금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시고, 국민으로부터 크게 사랑받고 존경받는 대한민국 법원을 만들어주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대법원장님과 대법관님들을 비롯하여 이 자리에 참석한 모든 분들, 그리고 대한민국 사법부에 하나님의 크신 은총이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18. 8. 1.
 
대법관 김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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