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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회오리' 속 떠나는 세 대법관…"송구·참담"

고영한 "말할 자격 없어"…김창석 "사법신뢰 무너져선 안돼"·김신 "재판거래 없었다"

2018-08-0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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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사법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내리고 사법권 독립이 훼손될 우려에 처해 있다고 걱정하는 소리가 높습니다. 이 부분 이야기에 이르면 저로서는 말할 자격이 없음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심정입니다.”(고영한 대법관)
 
1일 퇴임한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왼쪽부터). 사진/뉴시스
 
헌정사상 초유의 ‘사법농단 의혹 사태’의 소용돌이 속에서 대법관 3명이 6년의 임기를 마치고 떠났다. 여느 때 같으면, 축하와 아쉬운 분위기 가운데 떠나야 할 대법관들이지만 이날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들의 퇴임식은 어둡고 무거웠다.
 
이들 중 사법농단 의혹의 책임을 지고 법원행정처장 직에서 물러났던 고 대법관의 회한은 특히 착잡했다. 그는 퇴임사에서 “사법부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퇴임하게 되어 마음이 착잡하기만 하다”면서 “특히 제가 법원행정처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저의 부덕의 소치로 인해 법원 가족은 물론 사법부를 사랑하는 많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정주 시인의 시‘국화꽃 옆에서’의 한 소절을 따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은 심정으로 재임기간을 회고한 고 대법관은 “대법관으로 재임하면서 그때의 다짐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나름대로는 열과 성을 다한다고 했지만, 저의 인간적인 한계로 우리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는 판결을 많이 남기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또 “사법의 권위가 무너진 곳에서는 법관들이 재판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면서 “늦었지만 사법 권위의 하락이 멈춰지고 사법에 대한 신뢰가 더 이상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내부의 잘못으로 허물어진 부분은 다시 일으켜 세우고 국민들과의 사이에 깊게 파인 골은 메워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저는 떠나가지만 남아계시는 여러분들께서 지혜를 모아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 주시고, 아울러 무너진 사법의 신뢰를 되찾아오도록 노력해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 드린다”면서 “어려운 시기일수록 사법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달라. 사법 본연의 임무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각종 권력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제대로 하는 것이고 법관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러한 소임을 다할 때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사법부가 될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다른 두 대법관도 사법부를 걱정하며 떠났다. 김창석 대법관은 “법원이 처한 현재의 상황이 안타깝다”면서 “잘못된 부분은 바로 잡아야 하고 오해가 있는 부분은 충분히 해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진정으로 국민과 나라를 위해서라면 사법작용 자체에 대한 신뢰마저 무분별하게 훼손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이 나라가 기반으로 삼고 있는 법치주의에 대한 믿음이 무너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신 대법관은 “최근 대법원 재판이 거래의 대상이 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국민들에게 큰 실망과 충격을 드리게 되어 참담한 마음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며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대한민국 대법관들이 무슨 거래를 위해 법과 양심에 어긋나는 재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히 확인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대법원에 상고되는 사건이 과다해 대법원이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해 있다”면서 “ 사법부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국민 여러분과 정치권에서도 상고제도 전반을 잘 살펴서 적절한 대안을 시급히 마련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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