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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규

(자본시장 이야기)기업 발목 잡는 오너 중심 지배구조

2018-07-24 09:53

조회수 : 1,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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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기업지배구조원


"경영을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추진하는 데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 측의 주요 주장입니다.
 
국민연금이 주주의 권익을 위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면 기업의 경영이 위축돼 경영 성과 저하가 나타나고 자본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얘기입니다.
 
하지만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최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이런 주장의 설득력은 상당히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지배구조원이 국내 기업지배구조 수준을 평가해 등급을 부여한 결과 685개 상장사 중 78%는 지배구조가 취약한 수준(B 이하 등급)이었습니다.
 
S부터 D까지 총 7개 등급으로 평가하는데 S 등급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 총수 일가의 갑질로 문제가 되고 있는 한진그룹은 소속 상장사 4곳 중 2개가 B, 나머지 2개는 C를 받았습니다. B는 지배구조 리스크로 주주가치 훼손 여지가 있다는 뜻이고 C는 그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기내식 문제가 불거진 아시아나항공이 포함된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소속 상장사 2곳 모두 B등급이었습니다.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이뤄지기 힘든 구조라 경영 성과가 저해되고 그로 인해 기업 가치와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한진과 금호아시아나는 총수 일가의 부적절한 행태와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쌓여 주주에게 어떻게 피해를 주는지 명확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로 총수 일가 및 일부 경영진의 부적절한 행태가 사라지고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경영 성과는 지금보다 나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최소한 회사 자원이나 인력의 불필요한 낭비가 사라질 테니 말입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부정적인 분들이 혹시 '총수의 전횡권' 위축을 '경영권' 위축으로 잘못 쓴 것은 아닌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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